[평화로 가는 여정] 평화를 향한 남북관계 변천 훑어보기

Posted by GCF IVF GCF
2018. 11. 5. 17:01 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소리] 2018 네번째 소리 - 0809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평화로 가는 여정]




▷ 평화로 가는 여정(1) - 함께 갈 오르막길_김종호

▷ 평화로 가는 여정(2) - 서로가 존중하며 함께 '사는'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_한종무

▷ 평화로 가는 여정(3) - 모두가 모두로부터 배우는 평화_문아영

▷ 평화로 가는 여정(4) - 평화의 길로 부르심_변준희 

▶ 평화로 가는 여정(5) - 평화를 향한 남북관계 변천 훑어보기_박일수








평화를 향한 남북관계 변천 훑어보기


 


◆ 박일수(성균관대99)

2009년부터 대북지원 민간단체에서 일했고, 지금은 육아휴직 중인 쌍둥이 두 딸의 아빠이다.







 머리가 어질할 정도로 남북관계의 속도가 빠르게 변하고 있습니다. 누군가 ‘현실의 변화가 생각의 속도보다 빨라서 어질어질하다’라고 한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눈앞에서 빠르게 변화하는 현실을 한 걸음 떨어져서 살펴보면 그 변화의 속도를 덜 느끼면서 변화의 방향이 어디를 향하고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변천을 주마간산으로라도 살펴봄으로써 눈앞에 펼쳐지고 있는 역사의 빠른 변화를 조망해보려고 합니다.






1. 해방과 남북한 적대적 공존


 1) 1945년 해방과 좌우이념갈등


 1945년 8월 15일은 일본제국주의로부터 해방한 날입니다. 국내외의 독립운동과 만주지역의 무장투쟁, 스스로 힘을 길러서 일제로부터 해방하고자 했던 우리의 노력이 결실을 보기 전에 강대국들 간 전쟁의 결과로 해방을 맞이합니다. 일제가 물러간 이후 미군정이 시작되었고, 친일파들을 숙청하는 대신 그대로 등용한 미군정의 정책으로 일제청산의 기회를 제대로 갖지 못했습니다. 세계적인 이념갈등의 영향으로 남북한은 좌우이념갈등의 장이 되었고 이로 인한 대립이 심화되었습니다.


 남북 각각의 독립정부 수립, 상대방을 부정하는 것을 자신의 정체성의 근간으로 삼으면서 상호간의 정체성 부정은 남북분단과 이념갈등을 낳았습니다. 북한은 ‘소련의 군사적 지원과 중국의 묵인’을 기반으로 전쟁을 시작했습니다.




 2) 분단의 고착화: 한국전쟁과 정전협정


 북한이 시작한 한국전쟁은 3년간의 치열한 전쟁의 결과로 남북한 수백만의 사상자를 냈고, 그 상흔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있습니다. 치유되지 않는 상처의 기억이 한 사람의 삶을 평생 동안 트라우마로 괴롭히듯이 치유되지 않는 역사 또한 한 민족의 역사를 온통 뒤틀리게 만들었습니다. 남북한의 뒤틀린 역사는 서로를 인정할 수 없고 증오할 수밖에 없는 관계를 만들었습니다. 서로가 서로를 부정할 명분이 생겼고, 남북한의 국가체제는 서로를 부정할수록 나의 존재가 강화되는 역설적인 관계가 되었습니다.


 한국전쟁 이후 맺어진 정전협정은 첫 번째 남북관계입니다. 말 그대로 평화의 관계가 아닌 ‘전쟁을 일시적으로 정지’하고 있는 관계입니다. 평화의 안정적인 관계가 아니라 정전이라는 불안정한 관계가 시작된 것입니다. 남한은 국시를 반공으로 삼았고, 국민들은 국가의 목표를 내면화해야 했습니다. 반면에 북한은 김일성을 우상화하여 일인지배체제를 공고히 하였습니다.





2. 남북기본합의서와 남북한 ‘특수관계론’


 한국은 87년 민주화를 통해서 체제내부적인 변화를 겪게 되었고, 88년 서울올림픽을 계기로 동구권과도 수교를 맺습니다. 노태우정부의 ‘북방정책’은 경제적 성공을 기반으로 중국, 소련과 수교를 함으로써 외교적으로 북한을 압박했습니다. 89년부터는 동구권이 몰락하면서 사회주의 국가들 간의 무역체계가 무너지게 됩니다. 이 영향으로 북한 경제는 심각한 위기에 내몰리게 됩니다. 


 동구사회주의권의 몰락에 체제 위기감을 느낀 북한은 ‘한쪽이 먹거나 먹히지 않는 관계’를 제안했고, 남북한은 대화를 시작했습니다. 남북한은 동시에 UN에 가입하고, 남북기본합의서를 체결합니다. 이는 남북한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발전적 관계를 맺어가자는 것이었습니다. 


 남북기본합의서에서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전협정을 기반으로 한 ‘적대적 관계’와 남북기본합의서를 기반으로 한 ‘특수관계’ 논리가 공존하게 되었습니다. 북한에 대한 상반된 인식을 각각 정당화하는 근거가 되고 있습니다.







3. 남북한 평화 공존의 관계 모색: 통일에서 평화로


 1) 2000년 6.15 선언: 통일의 방법론 찾기와 한계


 남과 북은 2000년 6.15 선언 2항에서 ‘남과 북은 통일을 위한 남측의 연합제안과 북측의 낮은 단계의 연방제안이 서로 공통성이 있다고 인정하고 앞으로 이 방향에서 통일을 지향시켜 나가기로 하였다’고 합의했습니다. 이후 남북관계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을 상징하는 남북경협을 본격화했고, 경제적인 협력 관계가 심화되면 평화가 정착될 것이라고 여겼습니다.   남북 간의 경제협력은 개성공단 지역에 있던 북한 군대를 후방으로 옮기고, 금강산 관광이 이뤄졌던 장전항 부근의 북한 잠수함 부대를 후방으로 옮기는 군사적 긴장 완화에도 기여했습니다. 그럼에도 남북 경제협력의 심화는 군사적 갈등을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내기도 했습니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등으로 인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때마다 남북 경제협력도 함께 부침을 겪었습니다. 남북한의 경제협력이 북한과의 적대적 관계를 근본적으로 해소할 수 없다는 회의론이 증대되었고, 보수정권이 들어서면서 남북경제협력에 대한 회의론은 남북관계 단절로 귀결되었습니다. 




 2) ‘평화’ 우선론의 부상: 평화체제의 실질적 필요성 대두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 시기는 남북관계 정체와 후퇴의 시기입니다. 인도적 대북지원뿐만 아니라 남북관계 자체가 후퇴하는 시기입니다. 금강산관광 중단과 개성공단의 갑작스런 폐쇄는 그동안의 남북 경제협력의 성과를 부정할 뿐만 아니라, 남북한 체제의 상호존중이라는 원칙도 인정하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북한을 대화 상대방으로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이명박, 박근혜 정부 시기 남북관계는 제대로 된 대화조차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흡수통일론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는 서로 경쟁하던 통일담론이었지만 급격한 전쟁 분위기 상승 속에서 평화를 갈망하는 쪽으로 담론이 수렴되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 남북관계의 ‘평화’를 본격적으로 논의할 수 있게 된 외적 조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흡수통일은 우리가 바라는 진정한 통일이 아닙니다. 평화적인 통일이 우리 헌법이 말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동안의 평화와 통일에 대한 논의는 ‘통일’이 우선순위였습니다. 그렇기에 어떤 ‘통일론’이냐가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평화’에 우선순위가 있습니다. 즉 남북관계를 어떻게 평화적으로 만들어갈 것이냐가 목표입니다. 통일은 평화의 여정 끝에 오는 것이라는 논리입니다. 통일과 평화에 대한 담론과 정책의 우선순위가 바뀐 이유는 지난 시기 남북관계의 악화와 북미관계 갈등으로 인한 것입니다.


 남북관계의 악화와 북미갈등이 정점을 찍으며 한반도가 다시 전쟁 일촉즉발의 상황에 놓이게 되면서,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를 갈망하게 되었습니다.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이 절실하게 된 것입니다.


 촛불혁명으로 들어선 문재인 정부는 한반도평화를 위한 여정을 시작했습니다. 평창동계올픽은 남북대화의 기회의 창이 되었고, 북한의 참여와 남북단일팀 구성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을 완화하는 평화의 모멘텀이 되었습니다.


 미국도 북미대화가 필요했습니다.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 안보에 실체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판단했고, 트럼프 행정부는 국내정치적 위기를 돌파하기 위해 북미관계 개선을 외교적 성과로 만들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남한, 북한 그리고 미국의 이해관계가 맞물려 한반도의 평화가 진전되고 있습니다. 판문점 선언과 뒤이은 제2차 남북정상회담, 그리고 북미정상회담의 합의를 이행하기 위한 회담들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 평화, 새로운 시작 





4. 남북관계 진전의 방향과 동력


 남북관계 진전은 분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차원을 넘어서 평화적 관계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정전협정에 기반한 남북관계를 평화협정위에 세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한반도평화체제 안에서 남북한 공존을 모색해야 하는 시기입니다. 공존은 상대방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에서 시작합니다. 남북은 상호간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남북의 평화적 공존의 목표는 남북기본합의서에서 천명된 이래 6.15선언, 10.4 선언에 이어 최근 판문점 선언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방향은 상호존중을 통해서 구조적으로 전쟁이 없는 평화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개인적 차원에서 북한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도 중요해졌습니다. 다시 북한을 ‘이웃’으로 바라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한국전쟁의 종전선언과 다가올 한반도 평화체제는 우리에게 새로운 사유를 요구할 것입니다. 촛불혁명은 시민들의 안전과 평화에 대한 열망을 현실에서 구체화할 것을 현 정부에 위임했습니다. 나아가 전쟁 없는 평화로운 한반도를 만들라는 준엄한 명령을 한 것입니다. 


 우리의 역할이 위임에 그치지 않고 ‘합법적 행위자’임을 스스로를 인식해야 합니다. 남북관계의 진전은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를 요청합니다. 중앙정부를 비롯해서 지방자치단체, 민단단체, 기업 및 개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행위자의 참여가 평화를 일구어 갈 것입니다. 그런 점에서 평화를 향한 변화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할 수 있습니다. 남북관계의 진전을 가져오는 근본적인 동력은 평화를 갈망하고 평화에 참여하는 ‘합법적 행위자’들입니다. 평화를 향한 합법적 행위자들의 참여가 한반도 평화체제의 실체를 형성하고, 일상의 평화를 만들어갈 것입니다.


 1995년부터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은 남북관계 ‘합법적 행위자’로서 역할을 해왔습니다. 제가 일하고 있는 “사단법인 따뜻한한반도사랑의연탄나눔운동”은 2004년부터 개성과 금강산 지역에 난방, 취사 연료로 사용할 수 있는 연탄을 200여 차례에 거쳐 1천만장을 지원했습니다. 하지만 남북관계가 악화되면서 인도적 대북지원은 중단되었습니다. 현재는 중국 연변 동포들에게 석탄지원 사업을 하고 있고, 향후에는 연변지역에서 묘목을 구입해서 북한에 들여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시범적으로 작년에 묘목 5천 그루를 북한에 들여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는 북한 산림황폐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산림녹화사업의 초석이 될 것입니다. 또한 북한 주민들의 난방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집수리 사업도 해나갈 계획을 갖고 있습니다. 대북지원 민간단체들은 현재 인도적 대북지원에서 북한개발협력으로의 방향 전환을 모색하고 있는 시기입니다. 단순지원보다는 북한 주민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새로운 개발협력 사업들을 북한 주민들의 실질적인 필요에 기반을 두고 만들어가려 합니다. 향후 남북관계 진전에 따라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길이 다양하게 열릴 것입니다. 시민들의 참여로 남북의 일상적 평화를 함께 일구어가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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