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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사람] 소리이음

같이 가치를 만들다

[일상에서의 만남] 각자의 소명을 다라 다양한 모습으로 살아가는 학사들의 삶 이야기


같이 가치를 만들다






요란하게 울리는 알람소리. 헐레벌떡 일어나 잠에 빠져 있는 큰아이를 깨워 유치원에 보낸다. 이어서 일어난 둘째를 씻겨서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면 나만의 여유로운 시간이 펼쳐진다. 먼저 메일과 SNS를 확인하고, 컴퓨터 앞에 붙어 있는 ‘TO DO’ 목록을 처리해 나간다. 점심을 먹고 시간이 되면 아내와 극장에 가서 영화를 보거나 같이 집에서 밀린 드라마를 본다. 오후 3시가 되면 유치원에 갔던 첫째가 돌아오고, 잠시 후 어린이집에 갔던 둘째도 돌아온다. 두 아이와 함께 놀다가 저녁을 먹고, 한바탕 장난을 치고 나면 9시쯤 아이들이 잠든다. 이후의 시간은 다시 아내와 둘만의 시간이 시작된다. 끝내지 못한 일을 마무리하면 하루가 후딱 지나가버린다. 참 다행인 것은, 내 일이 인터넷으로 하는 일이다 보니 반복되는 일상을 지내다 뭔가 새로운 일탈을 원하면 언제든 여행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다. 


처음부터 이렇게 살았던 건 아니다. 이런 삶을 선택하게 된 계기가 있었다. 새벽같이 나가서 밤늦게 들어오는 생활을 1년 정도 했다. 돌이 안 된 아이를 키우는 아내와 싸우는 일이 잦아졌고 아이는 내가 안으려 하면 울기만 했다. 아빠 얼굴을 못 알아보는 것 같았다. 회사에서 받은 스트레스는 집에서 다시 아내의 바가지로 이어졌고, 아빠 얼굴을 못 알아보는 아이를 보며 절망으로 빠져들었다.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겠다고 생각하고, 회사를 그만두었다. 


그후 놀라운 변화가 나타났다. 아이와 아내와 함께 지내며 육아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게 되었다. 아내의 바가지는 단순한 짜증이 아니라 살려달라고 내미는 절박한 손길이었다. 단언컨대 육아는 그 어떤 사회생활보다 비교도 안 될 만큼 힘들다. 하지만 힘든 시간을 둘이 함께 버텨내며 서로를 많이 이해하게 되었고, 아이들과도 친밀한 시간을 더 많이 보내게 되었다. 악순환이 어느새 선순환으로 바뀌었다. 


그렇다고 모든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다. 경제적인 부분은 여전히 고민이다. 4인 가족이 먹고 살려면 생각보다 돈이 많이 든다. 아이가 커갈수록 교육비는 더 들고, 경제적 고민 또한 늘어났다. 하지만 정말 먹고 살기 힘들게 되면 그때는 선교지로 갈 생각이다. 선교를 하러 나가겠다는 것은 아니고, 보통 선교지가 오지에 있고 물가도 싸니까 먹고 사는 데 큰 지장은 없을 것 같기 때문이다. 돈이 없어도 죽지 않는다. 하지만 예수가 없으면 죽는다. 


우리는 IVF를 ‘아이, 배고파’라고 부른다. 학생 때는 배가 고파도 너무 고팠다. 그런데 선배들은 막노동을 뛰어 번 돈으로 그런 배고픔을 참고 기독교 서적을 잔뜩 샀다. 그런 선배들을 보면서, 나중에 과연 먹고 살 수는 있을까 걱정스럽기도 했다. 하지만 그 선배들은 어느 누구보다도 잘 먹고 잘 살아간다. 그것도 세상 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며 정직하고 모범이 되는 삶을 살아가고 있다. 참으로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다.  


내가 대학교를 10년 다니다 보니 92학번 선배부터 07학번 새내기까지, 많은 사람을 알고 지냈다. 취업준비생이 된 후배들은 의외로 선배들에 대해 잘 모르는 것 같았다. 마찬가지로 선배들은 홈커밍데이 때 바쁘기도 하고 쑥스럽기도 해서 오기가 어려웠다. 그런 행사만으로는 우리가 서로 알기에 부족했다. 나는 후배들에게 본이 되는 선배들을 소개해주고 싶었다. 페이스북 안의 ‘원투원그룹’은 그런 의도에서 만들어졌고, 많은 학사님과 간사님, 이사님의 적극적인 참여로 활성화가 되었다. 


원투원그룹의 적극적인 반응에 용기를 얻어, ‘IVF 학사회 페이스북’과 ‘동서울 IVF 학사회 블로그’도 만들었다. 동서울 IVF 학사회 블로그는 얼마 전에 오픈하여 글이 하나씩 올라오고 있다. 이런 공간들이 선배들의 생각과 살아가는 이야기가 후배들에게 전해지고, 서로 소통하여 좋은 시너지를 내는 공간이 되길 기대한다. 무엇보다 많은 학사님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필요하다. 



우리 집 가훈은 “같이 가치를 만들자”이다. 무엇이든 같이 할 때 기쁨은 두 배, 슬픔은 반이 되고, 그 과정이 가치 있어진다. 반복되는 일상이 지치고 힘들 때 예수님과 함께 일탈을 한다면 그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은 없을 것이다. 나는 오늘 하루도 하나님의 은혜로 살았음에 감사한다. 그리고 같이 이 길을 걸어가는 수많은 IVF의 동역자로 인해 감사한다. 





이종범│건국대 98

6살 다솔이와 4살 다인이의 아빠. 아이들의 이름을 딴 소셜마케팅 ‘다솔인’이라는 1인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사업은 부업이고 육아가 본업이다. 가족과 함께 세계일주를 해보는 게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