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삶의 현장Ⅴ] 're:member', 기억하고 다시 멤버가 되다

Posted by GCF IVF GCF
2019. 1. 30. 14:29 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소리] 2018 여섯 번째 소리 - 120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체험, 삶의 현장Ⅴ : 충남 지방회]




▷ 체험, 삶의 현장Ⅴ(1) - 나그네를 섬기는 나그네, 충남IVF!_최정상

▶ 체험, 삶의 현장Ⅴ(2) -  ‘re:member’, 기억하고 다시 멤버가 되다_임선영

▷ 체험, 삶의 현장Ⅴ(3) - 육지여자, 제주어멍이 되다_정나영

▷ 체험, 삶의 현장Ⅴ(4) - 모호함 속에서 자족을 배우다_손소영







‘re:member’, 기억하고 다시 멤버가 되다







◆ 임선영(나사렛대06)

언어치료를 전공했다. 전공과는 별개로 새롭거나 기발한 언어표현을 즐거워한다. 

잠깐 머물 것이라 생각한 곳에서 6년째 살고 있다.





저는 언어재활사로 일하고 있는 9년차 학사입니다. 2010년에 대학을 졸업한 후 곧바로 취업을 해서 이제 곧 10년차 직장인이 되네요.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니 학생 IVFer로서의 저와 학사 IVFer로서의 저는 다른 점이 많은 것 같습니다.


막 졸업을 했을 때 저는 IVF에서 배운 것을 적용하여 졸업 후에도 최대한 학생 때와 비슷한 패턴을 이어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캠퍼스에서 4년간 했던 것처럼 졸업 후에도 POGS를 세웠고, 타임테이블을 만들었으며, 미래의 제 모습을 그려보며 기대했고 자신만만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여 간과한 것이 있었는데, 이제 저는 더 이상 학생이 아니라 직장인이라는 사실이었습니다. 


해 뜰 때 출근하여 해 질 때 퇴근하는(a.k.a 일개미) 생활을 이어가던 저는, 뜻대로 진행되지 않는 타임테이블을 보면서 뭐라 형용할 수 없는 헛헛함을 자주 느꼈습니다. 또한 POGS를 세울 때 가졌던 ‘앞으로 더 나아질 저의 모습에 대한 기대’는, 학생 때 단점이라고 생각했던 성향이 직장동료들을 대할 때에도 나타난다는 것을 깨달으며 ‘변하지 않는 제 자신을 향한 책망’의 도구가 되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제 삶에 그토록 진했던 IVF는 점점 희미해졌습니다. 가끔 말씀을 보다가 궁금한 것이 있으면 IVP 성경주석을 찾아보았고, 우편으로 배달된 <소리>를 읽으며 반가워했으며, 주기적으로 IVF 동기들과 만나 소식을 나누었지만 그때뿐이었습니다. 졸업 후 IVF를 생각할 때마다 마음이 따뜻해지고 감사했지만, 학생으로 4년의 시간을 보낸 연장선에서 학사로서의 정체성은 더 이상 연결되지 않았습니다. 마음으로는 이어지기를 바랐지만, 마치 간격 넓은 점선처럼 뚝뚝 끊어진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 가을, 대전에서 열린 충남지방회 학사수련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작년에도 학사수련회를 한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졸업 후 한참 세월이 흘렀는데 학사수련회에 가는 게 왠지 부담스러웠습니다. 올해도 저는 참여할 생각이 거의 없었는데, 남자친구가 학사수련회를 준비하는 것을 옆에서 보면서 도대체 왜 저렇게까지 열심히 준비하는 건지 궁금했고 의아했습니다. 대체 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는 학사들을 모아서 수련회를 하는 건지, 과연 학사수련회가 꼭 필요한 건지, 학사수련회에 가면 뭐가 그렇게 좋은지 알고 싶었습니다. 한편으로는 추억 속에 머물렀던 IVF를 일상에서 다시 만나고 싶은 마음도 들었습니다. 



소그룹원들과 함께


반짝 추위가 찾아온 어느 날, 그렇게 저는 충남지방회 학사수련회에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50여 명이 참여한 이번 수련회는 올해로 벌써 다섯 번째입니다. 충남지방회는 지난 5년간 1년에 한 번씩 학사수련회를 해왔습니다. 보통은 금요일이 공휴일인 날짜에 맞춰 목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전까지 2박 3일로 진행하곤 했지만, 올해는 금요일 중에 공휴일이 없어서 금요일 저녁부터 토요일 오후까지 1박 2일로 진행했습니다. 


IVF와 함께한 1박 2일은 뭔가 묘했습니다. 수련회 장소에 모여든 낯선 이들 속에서 처음엔 긴장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점차 긴장이 풀렸고 지방회 대표 간사님이 전해주시는 말씀이 귀에 들어왔습니다. 간사님은 이틀 동안 마가복음 1:12-13 말씀으로 설교를 하셨습니다. 


“성령이 곧 예수를 광야로 몰아내신지라. 광야에서 사십 일을 계시면서 사탄에게 시험을 받으시며 들짐승과 함께 계시니 천사들이 수종들더라.”


첫째 날 집회에서 간사님은 이 말씀에서 “성령이 예수를 광야로 몰아냈다”라는 표현에 집중하셨습니다. 우리가 하나님을 제대로 믿으면 광야를 걸을 수밖에 없다고 하셨습니다. 예수님이 요단강에서 세례를 받은 후 “너는 내 사랑하는 아들이라. 내가 너를 기뻐하노라”라는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을 때, 그 시간은 짧았지만 그곳에서의 기억으로 인해 이후 사십일 동안  힘을 내어 광야를 걸으셨을 것이라고 말씀하습니다. 학사들이 광야를 걸을 때 이 수련회를 기억하면 힘이 나면 좋겠다고 말씀하셨는데, 저도 간사님의 말씀에 깊이 동의하였고 진심으로 그렇게 되길 원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간사님은 이런 이야기도 하셨습니다. “나의 단점이 아무리 시간이 지나고 노력한다 해도 여전히 단점으로 남아있음을 알았을 때 좌절했지만, 그 이후로 하나님이 나만의 고유한 무늬와 결을 즐거워하며 사용하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라고 하셨습니다. 학생 때의 제 단점이 학사로 살면서도 여전히 단점으로 남아있는 걸 볼 때 저 역시 내가 하나님이 사랑하는 사람이 맞는가’라는 자괴감이 들곤 했습니다. 하나님이 저를 보며 실망하실 것 같았고, 꽤 오랫동안 제게 기회를 주시는데도 제가 기회를 날려버리는 사람인 것 같았습니다. 하지만 간사님의 고백을 들으며, 아무리 노력해도 안 되는 부족함이 보일 때 제가 하나님의 사랑하는 사람인 것을 붙잡으며 기도해야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둘째 날 집회에서는 마가가 그 당시 탄압받는 그리스도인들에게 했던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예수님도 들짐승과 함께 계셨고 그래서 우리의 어려움을 알고 계시고, 광야에서도 하나님이 함께하신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을 것”이라고요. 저는 어릴 때부터 하나님이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말을 많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혼자 타지에서 6년째 살고 있는 저에게 가장 큰 괴로움은 혼자 있다는 외로움입니다. 새삼 그 모든 과정에 하나님이 함께하심이 느껴져서 감격스러웠고, 혼자 가는 길이 아님이 감사했고, 하나님을 더 의지하고 싶어졌습니다. 





이틀 동안의 수련회에서 저는 제 삶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또 앞으로도 담담히 살고 싶은 열망이 커졌습니다. 그간의 제 삶에는 짧은 요단과 긴 광야가 많이 있었지만, 그 중에서도 ‘갑자기 찾아온 가난과 엄마의 병, 그리움, 혼자 있는 이 곳 대전’은 너무나 많이 울면서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괴로웠던 만큼 하나님을 너무나 간절히 원하기도 했습니다. 죽을 것 같이 힘들었지만 죽지 않고 걸어온 길이었습니다. 나만 혼자서 광야를 걷는 것 같았는데, 지금 돌아보니 광야는 본향에 가려면 거쳐야 하는 곳이라 이미 많은 이들이 각자의 삶에서 걷고 있는 길이었습니다. 


수련회에서 정말 오랜만에 소그룹 모임도 했습니다. 그것도 참 새롭고 감사했습니다. 서로의 삶을 나누고 서로 그 격려하며 함께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좋았고, 이 수련회가 계속 이어지기를 바랐습니다. 제게 공동체가 필요함을 인정하고 나니 이런 소망이 생긴 것 같습니다. 내년에도 학사수련회가 있다면 저는 꼭 다시 참여하고 싶습니다. 


이번 학사수련회 주제는 ‘re:member’였습니다. ‘기억하다’와 ‘다시 멤버가 되다’, 이렇게 두 가지 의미를 포함합니다. 이번 수련회는 졸업 이후 IVF를 많이 생각하지 않았던 저에게 자극이 되었습니다. 캠퍼스에서 4년 동안 IVF에 속해 있었던 것으로 충분한 게 아니라, 졸업 후에도 공동체와 지속적으로 연결되고 그 안에서 함께 나누며 사는 삶이 직장과 가정, 일상에서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는 데 큰 힘이 된다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우편함에 꽂힌 <소리>를 볼 때마다 반가울 것이고, 말씀을 보다가 궁금하면 IVP성경주석을 펼칠 것이고, 주기적으로 만나는 IVF 동기들과 소식을 나눌 것입니다. 그러나 이제는 여기에 더하여, 학사인 지금도 많이 부족한 저를 공동체가 품어주고 있으며 변화되지 않는 저의 모습에 하나님은 한숨 쉬지 않고 오히려 더 사랑하심을 기억하며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여전히 일개미이고 또 다른 광야를 만날 수도 있겠으나, 광야는 계획을 세우며 가기보다는 덤덤히, 꾸준히 걸어가야 할 길이기에 하나님을 신뢰하며 공동체와 나누면서 걸어 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졸업 후 캠퍼스와 지방회의 일에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매달 후원하는 정도로 제 할 일을 다 한 것처럼 생각했던 과거가 떠올라 죄송한 마음도 듭니다.


MBTI 성격검사를 할 때마다 저는 I(introversion)가 높게 나오고 낯선 이들과 어울리기를 어려워합니다. 이런 저도 학사수련회에서 공동체를 다시 경험한 뒤 이렇게 많이 느끼고 힘을 내서 여기까지 왔네요. 지방회마다 사정이 다를 텐데요, <소리> 독자 분들 중에 학사수련회 참여를 고민하는 학사님이 계시다면 꼭 한번은 참석해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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