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 삶의 현장Ⅴ] 나그네를 섬기는 나그네, 충남IVF!

Posted by GCF IVF GCF
2019. 1. 28. 16:21 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소리] 2018 여섯 번째 소리 - 120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체험, 삶의 현장Ⅴ : 충남 지방회]



▶ 체험, 삶의 현장Ⅴ(1) - 나그네를 섬기는 나그네, 충남IVF!_최정상

▷ 체험, 삶의 현장Ⅴ(2) -  ‘re:member’, 기억하고 다시 멤버가 되다_임선영

▷ 체험, 삶의 현장Ⅴ(3) - 육지여자, 제주어멍이 되다_정나영

▷ 체험, 삶의 현장Ⅴ(4) - 모호함 속에서 자족을 배우다_손소영








나그네를 섬기는 나그네, 충남IVF!



충남IVF 학사들과, 충남IVF 학사회를 방문한 <소리> 편집위원들 




◆ 최정상(나사렛대06)


안녕하세요. 저는 나사렛대 사회복지학부를 졸업했습니다. 

지역사회 안에서 공동체를 이루고 좋은 사람들과 의미있는 활동을 하며 사는 것이 작은 소망입니다. 





# 천안에 대한 마음


2006년에 대학에 입학해서 지금까지, 12년의 시간이 흘렀다. 처음부터 천안에 터를 잡고 살 생각을 한 건 아니었다. 대도시도 아니고 그렇다고 공기 좋은 시골도 아닌, 무언가 애매한 이 도시가 처음에는 달갑지 않았다. 왠지 공허한 느낌이랄까, 사람냄새가 나지 않는 도시 같은 느낌도 들었다. 빠르게 위로 올라가는 아파트들을 보면서는 개인주의만 더 확산되는 것 같았다.


사회적 약자들을 옹호하며 살고 싶었던 나는,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기 위해 여러 곳을 지원했다. 과거에 지원했던 곳의 목록을 보니 천안은 한 군데도 없다. 그 시절에는 천안이라는 지역을 사랑하는 마음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단순히 내가 졸업한 학교가 있는 지역, 내가 IVF 운동을 했던 지역으로 생각하지 않았을까 싶다. 서울은 부담스럽고 천안보다는 조금 위에 있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평택복지관을 첫 직장으로 선택했다.



# 일터는 평택, 사는 곳은 천안


평택으로 출퇴근하며 열심히 일했다. 쉽지 않은 첫 직장이었지만 사회적 약자들을 대변하고 돕는 일은 나의 적성에도 맞았고, IVF에서 배운 하나님나라 운동을 실제적으로 하는 것 같아 보람도 있었다. 그런데 약 4년간 평택에서 열심히 사회복지 일을 하다 보니 몸이 지쳐갔다. 타지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는 것이 하나님나라 운동성과 무슨 관계가 있는지 돌아보았다. 일 자체는 보람이 있었지만 단순히 일 자체로 보람을 느끼고 싶지는 않았다. 무언가 하나 빠진 것 같았다. 학부 시절 추구하고 배웠던 삶과는 조금 동떨어진 삶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예전부터 지역교회 공동체, 일터와 연계하여 하나님나라 운동을 하고 싶었는데, 그 마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마침내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사회복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내가 섬기고 있는 교회공동체와 내가 일하고 있는 일터가 같은 지역에 있다면 좀 더 운동성 있게 살아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교회공동체와 함께



# 서른 살 알바생, 지역을 기반으로 한 운동성의 시작


생각이 잘 정리되어 평택 일을 그만두었다. 하지만 천안에서 사회복지사로 취업하기란 쉽지 않았다. 천안에는 워낙 복지관이 적었고 취업난이 심하다 보니 자리도 잘 나지 않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타지에는 아예 서류조차 넣지 않고 계속해서 천안에 있는 복지시설에만 서류를 넣었다. 복지관 경력이 3년이 넘음에도 불구하고 취업하기가 쉽지 않았고, 점차 생계에 어려움을 느꼈다. 할 수 없이 구직활동을 겸하며 서른이 넘은 나이에 약 1년간 아르바이트를 하게 되었다. 남들이 보면 이해가 안 되는 행동이었을지도 모른다. 유아스포츠 학원차 운행과 즉석떡볶이 집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그런데 내가 살고 있는 지역에서 여러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은 사회복지사로서 지역사회를 이해하고 주민들의 상황을 엿볼 수 있었던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아르바이트만 계속할 수는 없어서 IVF 후배의 소개로 청소년쉼터에서 일을 시작했다. 갈 곳 없는 가출청소년들을 보호하는 전문기관이었다. 복지관만 고집했던 나에게 청소년생활시설은 낯설었다. 하지만 예상치 못하게 청소년쉼터에서 일하면서, 지역성에 근거한 하나님나라의 운동성이 조금씩 살아났다. 천안에서 사회복지를 하려고 했던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고 실제적으로 움직였다. 대학교 때 만난 심리치료 교수님을 쉼터에 연계하고 지역교회 청년들을 자원봉사자로 연결하였다. IVF 출신 교회청년들이 학생시절 배웠던 복음을 몸으로 살아갈 수 있게끔 기회를 열어 주었다. 쉼터 내 환경미화를 하면서 학업이 부족한 가출청소년들에게 일대일 학습과외를 붙여 주었다. 전문상담은 아니지만 멘토·멘티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열심히 살아가는 청년들의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내가 생각했던 지역교회 공동체와 일터간의 운동성이 일어난 것 같았다. 청년들에게도 나에게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또한 쉼터에 취업하기 전 일했던 즉석떡볶이 사장님이 쉼터 청소년들에게 식사를 후원하기도 했다. 교회뿐 아니라 장사를 하시는 사장님도 자연스레 이 운동에 동참하게 된 것이 아닐까.




배드민턴 동아리 '배드민썸'



# 천안의 교회공동체


이렇게 내가 지역을 섬길 수 있는 에너지를 공급해준 곳은 단연 지역교회 공동체였다. 이 교회에서 지난 2년간 새가족 담당자로 섬기고 있다. 다양한 사람들을 섬기고 알아가는 것이 나에게는 큰 기쁨이다. 그러던 중 사회복지사가 되기를 희망하는 새가족을 만나게 되었다. 4년제 정규 대학이 아니라 사이버를 통해 공부하고 있어서 취업에 대한 불안감이 큰 친구였다. 순간 그 친구가 새가족이 아니라 이 시대를 살아가는 불안한 취업준비생으로 보였다. 그 친구는 실습기관을 찾으며 어려움을 토로했는데, 지원하는 족족 떨어져서 힘들어했다. 내가 그 친구의 직속 선배는 아니었지만, 그 어려움에 동참하고 싶었다. 나는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작성하는 법을 알려주었고 결국 그 새가족은 원하는 실습기관에 들어가게 되었다. 직속 학교선배가 없는 새가족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 것 같아서 참 뿌듯했다. 지금도 새가족 동생과 취업 상황을 공유하며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천안에 복지관이 언제 지어지는지, 어떤 곳이 있는지, 괜찮은 시설인지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만약 천안에서 일을 하지 않았다면 천안에 살고 있는 새가족에게 많은 정보를 주지 못했을 것이다.


요즘, 생각보다 청년들이 함께 모여서 놀고 소통할 수 있는 곳이나 기회가 적은 것 같다. 물론 말씀을 나누고 교제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렇게만 된다면 교회 밖 청년들에게 교회란 곳은 딱딱하고 벽이 높은 곳으로만 느껴질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배드민썸’이라는 동아리를 만들었다. 운동은 사람들이 친밀감을 형성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다른 교회 청년, 선교단체 청년, 지역의 믿지 않는 청년들도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동아리로 만들어 서로 소통할 수 있었으면 하고 바랐다. 다행히 배드민턴을 좋아하는 청년이 많았다. 특히 교회의 새가족이 사람들과 친해지기에 아주 좋은 기회였던 것 같다. IVF 학생들과 작은 대회를 하거나 믿지 않는 친구들을 데려와 함께 운동하면서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갔다. 복음전도만을 목적으로 하는 선교적 동아리가 아니라 지역사회 청년들에게 놀이문화를 만들어주고 그들과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 IVF 학사로서의 삶, 그리스도인의 모습이라는 사실을 ‘배드민썸’을 통해 알게 되었다.




생활공동체와 함께 



# 생활 공동체


이런 가치관을 지속적으로 생각하게 해주고 지지해준 ‘학사공동체 하우스’를 소개하고 싶다. 나와 함께 리더훈련을 받았고 지금은 모교 나사렛대에서 IVF 간사로 섬기고 있는 형제, 같은 학교 후배학사 그리고 나까지, 이렇게 3명이 학사공동체 하우스에서 살고 있다. 처음부터 이렇게 산 것은 아니었다. 과거에는 단국대 학사, 나사렛대 동기 및 후배학사와 살기도 했었다. 이렇게 살아온 지 4년쯤 되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무슨 대단한 운동을 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주거문제를 해결하려고 같이 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년을 살다 보니, 퇴근 후에 자연스럽게 서로의 삶에 대해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현직 간사의 나눔을 통해 후배들이 캠퍼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무슨 생각을 하며 살고 있는지 들을 수 있었고, 직장에 다니는 후배와는 직장인의 애환을 나눌 수 있었다. 학생 때도 자취를 해보았지만 확실히 그때와는 다른 매력이 있다. 교회 지체들을 자취방에 초대해서 청년의 애환을 나누기도 한다. 어쩌다 보니 이 공동체 하우스는 청년들이 힘들 때 쉬어가는 쉼터가 된 것 같다. 청소년쉼터에서 일했던 내가 청년쉼터를 운영하는 느낌이 들기도 한다.



# 마무리하며


고향을 떠나 천안에서 산 지 10년이 넘었다. 신기하고 감사할 때도 있었고 외로울 때도 있었다. 하지만 현재 내 모습을 돌아보니 어느덧 천안의 ‘나그네’가 아닌 ‘나그네’를 섬기는 게스트 하우스의 주인장 같다는 생각이 든다. 어찌 보면 이 세상이야말로 게스트 하우스가 아닐까? 힘들어하는 형제자매들의 친구가 되고 그들이 쉴 만한 세상이 되게 하는 것, 이게 잠시 우리에게 이 세상을 맡기신 하나님의 뜻이 아닐까. 


생각해 보니 교회와 사회에서 만났던 사람들도 대부분 타지에서 온 사람이었다. 이게 천안이라는 지역의 특징이다. 그야말로 ‘나그네를 섬기는 나그네’라는 충남IVF의 슬로건을 잘 적용할 수 있는 도시다. 천안이 나그네와 나그네가 만나 서로 소통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좋겠다. 믿는 사람들과는 교회와 지역을 어떻게 섬길지 고민하면서, 믿지 않는 사람들과의 교제와 소통을 통해 그리스도인으로 일상을 열심히 살아내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 그것이 내가 5년간 IVF에서 배운 ‘세상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일 것이다. 과거의 행적을 돌아보니 엄청 대단하지는 않지만 조금씩 그 운동에 내가 동참하고 있는 것 같아서 감사했다. 


<소리> 글을 쓰면서 요즘의 내 삶을 돌아보니 교회 안에서 섬긴 시간에 비해 교회 밖에서 지역사람들과 소통한 시간이 적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직 만나야 할 사람들과 해야 할 일들이 많다. 내년에는 좀 더 지역공동체 안에서 총체적 복음을 살아내는 학사로 성장하고 싶다. 나의 글이 이상과 현실 속에서 고민하고 있는 학사들에게 조금이나마 격려와 힘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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