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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 정보의 사사시대

[소리] 2018 다섯 번째 소리 - 1011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




▷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1) - '유튜브' 세상으로 초대합니다!_오한웅

▷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2) - 미디어, 새로운 감각의 다리가 되어주려면?_유지은

▷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3) - 콘텐츠가 난무하는 시대에, 지혜를 구하며 살아가기_허'대리'

▶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4) - 정보의 사사시대_김동문 

▷ 인터넷에 연결되었습니다(5) - 디지털 시민의식이 답이다_김형태







정보의 사사시대 


사진출처 : JTBC 뉴스



김동문(한국외대81)

대학에서 아랍 이슬람 세계를 처음 만났다. 졸업하고 일상과 세계 속에서 성경과 아랍 이슬람 세계를 만나고 알아가고 알리고 있다.





여는 글


  ‘비주얼 세대, Z세대, 디지털 소비 세대’라는 신조어가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기성세대가 아닌 1995년 이후의 세대를 일컫는 표현이었습니다. 그런데 가짜뉴스와 더불어 언급해야 할 또 다른 비주얼 세대가 있는데, 노년층도 문자가 아닌 이미지에 바탕을 둔 소통에 익숙해진 점을 일컫습니다.


  미디어의 활용 덕분에 우리 일상의 삶이 풍성해졌습니다. 영상물은 더욱 더 정교해져서 진짜보다 더 진짜 같고 실제 같은 영상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런데 영상이나 사진을 조작하여 거짓 정보를 생산하는 일도 너무 많아지고 있습니다. 가짜뉴스와 왜곡된 정보를 만들고 퍼뜨리는 일입니다. 


  새천년을 맞이하면서 거세진 세계화의 물결 이후 세계는 다문화 다인종 사회로 접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인종, 종교, 여성 혐오가 줄기도 했지만, 오히려 혐오와 배제가 강화되기도 합니다. 전 세계적인 혐오의 소재 가운데 특히 이슬람과 무슬림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을 강화시키는 것에 큰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게 조작된 미디어입니다. 이른바 가짜뉴스, 음모론 등을 담은 영상이 그것입니다. 


  가짜 뉴스 전달 매체는 종합편성채널과 케이블 방송 미디어는 물론 온라인 미디어, 1인 미디어 등 다양합니다. 그런데 이 미디어를 소비하고 퍼뜨리는 주요한 경로에 노년 세대, 보수 기독교 온라인 커뮤니티도 한자리를 잡고 있는 것 같습니다. 단체카톡방이나 밴드 같은 공간에는 영상 미디어가 링크된 가짜뉴스가 횡행하고 있습니다. 



유튜브가 어떻게 거짓 정보를 생산하고 있는가


  2017년 ‘인터넷 이용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10대부터 40대까지의 인터넷 사용률은 거의 100%에 가깝습니다. 50대는 이보다 낮은 98.7%, 60대는 82.5%, 70대는 31.8%를 차지했습니다. 인터넷 사용자의 98.3%가 스마트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런 환경의 변화가 유튜브를 통한 정보 전달과 소비 시대를 열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2017인터넷이용실태조사보고서(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한국인터넷진흥원 조사)



  SNS에서의 가짜 뉴스나 왜곡된 정보들은 자극적인 짧은 문장과 구호가 담긴 글에서부터 단순한 기사 또는 블로그, 일간베스트(일베) 같은 온라인 커뮤니티 글 링크, 카드뉴스 공유하기 등을 통해 퍼져갔습니다. 중동, 성경, 창조와 과학, 유사 과학, 이슬람포비아 등 필자가 관심을 갖는 영역에서도 가짜뉴스를 실어 나르는 매개가 변했습니다. 2000년대 초반에만 해도 휘발성이 있는 말과 활자화된 글이 중심이 되었습니다. 이른바 ‘카더라 통신’이 주를 이루었습니다. 


  더 나아가 투박한 슬라이드 쇼 형태의 동영상 수준에서 이제는 점차적으로 현장 실황을 실어 나르는 동영상 라이브나 온전한 의미의 동영상 형식으로 퍼지고 있습니다. 언론(영상 미디어)의 모양을 갖춘 매체(유사 미디어)도 넘쳐납니다. 지금은 영상물 링크 걸기를 통해 정보 확산이 더욱 빠르게 전달되고 일종의 확신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미디어가 미치는 거짓 정보의 영향은 어떠한가  


유튜브 동영상물은 글이나 간단한 이미지를 통해 전달되던 정보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정보 소비자를 사로잡는 것 같습니다. 미디어에 담긴 내용은 이성이나 합리적 사고를 자극하기보다는, 다분히 감정을 자극하고 위기감, 두려움을 조성하는 측면이 강합니다. 혐오는 공포의 다른 얼굴일 뿐입니다. 그러면서도 마치 기존의 정보나 현 정권이 감추고 있는 진실을 파헤친다는 유사 탐사보도 포맷을 강조하는 것도 특징입니다. 일종의 음모론 시각과 ‘언론 자유를 지키는 자’라는 자의식이 노골적이거나 은근하게 표출되곤 합니다.


 극우 성향을 가진 이들이 운영하는 영상 미디어가 주요한 정보 공급 경로입니다. 정규재TV, 조갑제TV, 뉴스타운TV 같은 익숙한 인물이 등장하는 미디어는 물론이고, ‘신의한수’ 등 다양한 영상 미디어가 유튜브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를 통한 정보 전달에는 진보적인 인물보다 보수적인 인물과 단체가 더 적극적입니다. 이른바 태극기집회나 구국기도회 같은 집회 현장을 온라인 생중계를 하는 것이 대표적입니다. 그리고 이런 미디어를 생산하거나 공급(유통), 소비하는 계층의 다수가 장년층과 노년층이라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영상 미디어의 가짜뉴스에는 인터뷰 내용 등 영상 속 인물의 주장 자체가 가짜 뉴스인 경우와, 영상 자료를 임의적으로 짜깁기해서 사실을 왜곡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가짜뉴스는 보수와 진보 성향이 큰 의미가 없습니다. 물론 보수 기독교 입장에 서있는 이들이 보다 더 적극적이라고 필자는 생각하고 있습니다. 유튜브나 가짜 또는 왜곡된 정보가 많이 공유되는 블로그나 카페 운영자 혹은 이용자에 대한 개략적인 검토를 통해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이용자가 사용한 영상과 유사한 성향의 영상을 이어서 자동으로 재생해주는 온라인 플랫폼의 기능도 시야를 좁히고 신념을 강화시키는 효과를 내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사용자들의 동영상 이용 패턴 분석을 통해 유튜브 홈 화면에서 유사한 색깔의 추천 영상이 뜨기 때문입니다. 유사한 관심 영역을 새로운 놀이 공간, 정보 교환의 무대로 보여주는 유튜브를 통해 세대의 벽을 넘은 새로운 비쥬얼 세대가 형성되고 강화되는 것입니다. 


  ‘자 봐라! 방송도, 신문도, 저렇게 훌륭한 분도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지 않은가?’하며 자기에게 주어진 신념을 신앙하는 것이 어렵지 않습니다. 특정 대상에 대한 무조건적인 믿음이나 불신, 그런 전제를 강화하기 위해 반복되는 진실 부정 또는 억지 주장에 끊임없이 노출됩니다. 보수적인 집회 참석과 혐오 표현 현장에서 겪는 다른 이들과의 충돌은 애국자,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고난받는자 라는 의식을 심화시켜줍니다. 공동체 소속감과 연대의 강화 등은 착시에 빠지기 쉬운 환경입니다.






우리가 왜 무분별하게 미디어 정보를 신뢰해서는 안 되는가


  문제 제기는 간단한데, 이에 대한 답은 쉽지 않습니다. 지난 7월 14일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세월호의 실소유주 논란이 일었던 유병언 씨의 죽음에 관해서 다뤘습니다. 그간 돌고 있던 유병언 씨의 죽음을 둘러싼 차분하고 섬세한 사실 확인(펙트 체크)을 담았습니다. 의도했든 하지 않았든, 사람들 속에 자리 잡고 있던 유병언 씨가 죽은 미스터리의 많은 부분이 해소되었다고 필자는 생각합니다. 그것은 필자 스스로도 방송을 보면서 의혹 또는 의문이 사라진 점이 적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일정 정도 변화된 미디어 환경 속에서 <그것이 알고 싶다>, <피디 수첩> 같은 팩트 체크에 기반한 시사 프로그램이 다시 움직이고 있습니다. 대부분의 공중파 방송과 JTBC 등에서 팩트 체크가 이전보다 더 강조되는 분위기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정한 신념에 집착하며 사는 이들에게는 팩트 체크를 통한 사실 또는 진실을 밝히는 것이 크게 의미가 없어 보입니다. 우리 편이 진실이라는 순환논리에 빠져있는 경우가 많아 보입니다. 필자가 팩트 체크를 했던 몇 가지 사례를 짚어보면서 이 주제를 다루고자 합니다. 


  방송 인터뷰 형식으로 많이 공유된 이슬람 혐오성 영상물 중에, 2016년 8월 이후에 급속하게 번진 영상물이 하나 있습니다. ‘미국을 위해 행동하라(ACT for America)’  단체(www.actforamerica.org)의 대표인 레바논계 미국인 브리짓 가브리엘(Brigitte Gabriel)의 인터뷰 동영상입니다. 이 단체나 브리짓 가브리엘은 미국 안팎에서도 반이슬람 친이스라엘 혐오조장 단체로 부정적인 평가가 적지 않습니다. 기독교 국가였던 레바논이 어떻게 이슬람국가가 되었는가 하는 그의 주장은, 레바논 역사 왜곡은 물론 이슬람은 테러의 종교라는 인식을 노골적으로 깔고 있습니다.


  또 있습니다. 지난 지방 선거 국면에 자유한국당 이철우 전 의원(현 경상북도지사)의 매국 발언 영상이 온라인에 퍼졌습니다. 


“한국이 100년 전 중국의 속국 이었는데 일본 때문에 속국에서 벗어났다 - 2017년 3월20일 발언 - 경상북도 도지사 선거에 나온다는 경북 김천 지역구 국정원 출신의 자유한국당 이철우. 기가 막힙니다! 이런 ㅇㅇ레기가 자유한국당 소속 국회의원에 6.13 지방선거 경북 도지사 예비후보라네요.”


그런데 이 영상은 제20대 국회 제350회 제1차 산업통상자원위원회 (2017년 03월 20일) 회의에서 그가 아래와 같이 발언을 것을 악의적으로 편집한 것입니다. 


“그런데 (중국이-편집자 주) 왜 그렇게 나오느냐? 결국은 자기들이 많이 컸다. 그리고 한국이 100년 전에 (자신들의) 속국이었다가 일본 때문에 (자신들의) 속국에서 벗어났는데 한마디로 (자기들에게) 다시 돌아오라 이런 뜻이다 이거예요.”


  관련 자료의 앞뒤 맥락을 잘라내서 마치 그가 주장한 것처럼 영상과 캡션을 자극적으로 편집한 경우입니다. 사진의 사실이나 설명을 왜곡하거나, 이른바 포토샵 처리를 하여 이미지 자체를 변조한 가짜뉴스는 부지기수입니다. 이 경우는 대개 정치적으로 반 문재인 정권 입장을 가진 이들, 특히 기독교인을 통해서 만들어지고 유통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애국주의나 “은혜만 되면 되지 사실 관계가 뭐가 중요하냐”라는 식의 태도를 가진 이들도 교육과 설교 등에 조작된 사진 자료를 적극 소비하고 있습니다.



맺는 말


  새로운 비쥬얼 세대는 옳고 그름, 진실과 거짓을 판단할 수 있는 무한한 정보의 장을 누리고 살아갑니다. 그렇다고 해서 팩트 체크의 필요성을 절감하며 진실을 알고자 하는 열망이나 수고가 더 커지지는 않습니다. 진실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확신과 신념을 내세우고 강화하는 것에 집착하는 분위기가 더 커지는 것 같습니다. 


  교회는 다양한 계층과 다양한 형편의 사람들이 뒤섞인 공간입니다. 이런 배경 속에서 교회는 다양한 정보가 모이는 공간이며, 다양한 곳으로 정보가 공급되는 허브가 되기도 합니다. 적지 않은, 아니 다수의 교회와 목회자는 기독교인이 자신의 정치적 이념을 절대화된 신앙의 언어로 표현하고 그것을 굳세게 지키는 것을 신앙인의 결단으로 생각합니다. 이런 토양과 조건이 한국교회와 기독교인이 가짜뉴스를 생산하고 유통하고 소비하는 중심 주체로 머물게 하는 것 같습니다.


  이런 분위기에서, 의문을 제기하고 알려진 또는 퍼뜨려진 사실 너머에 있는 실제 벌어진 일로 다가서도록 요구하는 행위는 어쩌면 무의미해 보입니다. 그것을 불신앙의 발로로 보기 때문입니다. 정보 소비자에게 지혜롭고 책임 있는 정보 소비자가 되라고 부추기는 것은 엉뚱한 행동일 뿐입니다. 의심하는 용기, 진실을 찾는 저항, 이제는 그냥 멀게만 느껴집니다. 오늘도 그저 자기 소견에 옳은 것이 진실이고 진리라 생각하는, 정보의 사사시대를 살아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