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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연재] 소리지음

[당신의 연애자소서]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요._아내의 편지

[소리] 2014년 첫 번째 소리- 2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당신의 연애자소서] 당신의 연애에 한선미-김효주 부부가 띄우는 상하고 상한 편지()

 

QUESTION:

 

무엇하나 놓치고 싶지 않아요.




안녕하세요? 제가 상담할 고민의 내용은, 좋아하는 일이 너무 많다는 거예요. 그게 무슨 고민이냐고요? 사실, 제 나이가 어느새 서른을 훌쩍 넘었답니다.

 

배우자를 만나는 일, 물론 참 중요하죠. 주변에서는 얼른 사람을 만나라고 보채기도 하고 요. 몇 년 전만 해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교제도 중요하지만 지금 내 능력을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고요. 그래서 바이올린도 배우고, 스포츠댄스도 배우고, 운동해서 몸도 만들고, 영어회화학원에 자격증학원까지 다녔어요. 틈틈이 배운 바리스타 기술도 이제는 나름 실력도 좀 되고, 올해는 사이버 대학에 편입할 예정이에요. 그리고 연휴에는 사진기 하나 메고 여행 다니는 것도 좋아하고요. 그 사진들을 모아서 블로그도 운영하고 있어요.

 

그런데... 이제는 조금씩 걱정이 됩니다. 친구들이 결혼이나 출산은 물론이고, 조금 빠르면 첫애가 초등학교 갈 나이가 되었다더군요. 저도 이제는 나이도 꽤 먹었고 누군가를 만나야 하긴 할 것 같은데, 현재의 생활을 포기하는 것이 쉽지가 않네요. 어느 정도 제 취미와 자기계발을 포기해야 한다고 생각은 합니다. 하지만 지금 시대에 무언가를 배우는 것과 취미를 가지는 것은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거 아니겠어요? 그렇게 배워서 가족을 부양하고 또 좋은 인연을 이어갈 수도 있고요.

 

그렇다고 누구를 만나려는 것이 다른 사람의 시선 때문만은 아니에요. 내가 독신으로 계속살 수 있을 것인가, 하나님도 독처하는 것이 안타깝다고 하셨던데... 그런 생각들을 진지하게 한 끝에 내린 결론이에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는 혼자는 못 살 것 같더라고요. 이렇게 무엇도 놓치고 싶지 않은 저에게 묵직한 충고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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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미한성대99

캠퍼스 간사 6년을 포함, 20대를 고스란히 IVF에서 뒹굴 거리다가 지금은 살림과 육아에 전념 중이다. 2002년 착하고 성실한'' 알았던 형제를 만나 열심히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를 무한 반복하다 그만, 2007년에 결혼까지 해버린 상태다. 하루에 4만 마디쯤은 거뜬히 하고 뜨개질, 바느질, 독서 외에도 각종 오지랖을 넓혀가고 있는 아줌마.

 

ANSWER:

 



 

우와, 일단 형제님의 열정에 큰 박수를 보냅니다. 관심 분야도 다양하고 끈기도 대단하시네요. 혹시 별명이 에너자이저뭐 이런 건 아니세요? , 눈을 감고 그려보세요. 시끄러운 모닝콜 대신 바이올린 연주로 아침을 깨워주고, 배워 뒀던 바리스타 실력으로 모닝커피를 내려주고, 잠들기 전 두 사람이 같이 스포츠 댄스 중에 하나인 왈츠를 추는 거예요. 이쯤 되면, 영화에서도 상상 정도로만 가능할 것 같은데 형제님이 바로 그런 분이었군요! 오호, 정말 만나보고 싶어라~~

 

그런데 말이죠, 한편으로는 형제님께 몇 가지 질문을 하고 싶네요. 형제님은 왜 그렇게 자기계발과 취미활동을 쉬지 않고 계속 할까요? 그 원동력은 뭘까요? 자신의 능력을 키우는 건 중요한 일이긴 하지만, 우리에게는 결국 한계가 있고 그걸 인정 하며 사는 것도 배워야 하죠. 혹시 아무 것도 하지 않는 자신이 불안하거나, 이 정도의 나로선 사랑받기 힘들다고 생각하시는 건 아닐까요? 아니면 잘 인식하진 못했지만 외로움의 빈자리를 그런 것들로 채우고 있었던 건 아닐까요?

 

겉으로 성과가 잘 드러나는 자기계발 만큼 잘 보이지는 않지만 내면을 살피고 영혼의 상태를 점검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는 것, 이미 잘 알고 계실 것이라 생각해요. 단순히 더 나은 나 자신을 위해, 그리고 지금쯤 자매를 만나야겠다는 다짐과 목표 전에 한번 이 점을 곰곰이 생각해보시면 어떨까요.

 


 

지금까지의 삶이 더 좋은 형제가 되고 훌륭한 배우자로 준비하기 위해 쉴 새 없이 채워왔던 삶이라면, 이제는 그런 자신을 내어주는 삶의 연습이 필요할 때인 것 같아요. 지금 형제님의 삶에는 사랑이 들어갈 틈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랑은 좀 욕심쟁이라 시간, 에너지, 집중력을 많이 요구해요. 자릿세를 많이 부르는 녀석이죠.

 

사실 자매들은요, 자기를 위해 이것저것 해주느라 바쁘고 분주한 완벽한 형제보다는 모자라고 부족하고 어수룩해도 나와 함께 사랑하는 이 시간을 누려~”라고 해줄 형제를 더 좋아해 요. 자매들이 사랑을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은 단어는 아마 함께”, “같이일 거예요. 만약 형제님이 자기 시간, 자기계발을 정 포기하기 어려우시다면, 방법은 있지요. 그 모든 걸 같이해줄 자매나 둘의 관계에 적당한 시간만 투자해도 괜찮다고 말하는 자매를 만나는 것이죠. 그런데 아마 쉽지는 않을 것 같네요. 어쩐대요.

 

얼마 전 <어바웃 타임>이란 영화를 봤어요. 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빠가 되는 순간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사랑은 언제나 갑자기 찾아온다. 두려움과 함께.” 우리는 무엇인가 부족함 없이 준비될 때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요. 그러나 사랑을 만나는데 완벽히 준비된 상태는 없는 것 같아요. 나를 내어줄 두려움, 나를 헌신해야 할 두려움, 내가 없어질 것 같은 두려움을 함께 이겨내고 사랑할 것인가 말 것인가 선택하는 일만 남아있는 거죠.

 

그 두려움을 누군가와 함께 헤쳐 나가겠다, 라고 형제님이 결심하고 자신의 삶과 방향성을 조정하려고 할 때, 아마 그녀는 눈앞에 뿅! 하고 나타나 있을지도 몰라요.

 

부디 건투를 빌어요.

 

* 사진출처 : http://www.gettyimagesbank.com 에서 구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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