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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가까이하기엔 너무 먼 정치색(色)] 소통하는 '스킨십'을 개발하자_김용주

[소리] 2013년 여섯 번째 소리 - 12월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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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하는 '스킨십'을 개발하자


시끄러운 세상 속에 빛으로 오신 예수님 | 이재웅(상명98)





김용주(서강대75)





  얼마 전, 잘 아는 후배 학사가 페이스북(이후 페북)에 공감이 되는 글을 올렸다. 그는 나와 나이 차가 10년 이상이지만, 다방면으로 박식하고 글이 날카로워 인터넷상에서 유명한 논객이 되었다. 그의 글의 요지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는 약간의 광기가 있다는 것이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광기에 걸려 있다. 따라서 미치지 않았다는 것은 아마도 미쳤다는 것의 또 다른 형태일 것이다." - 파스칼-

  “인간은 자신의 이웃을 감금함으로써 자신의 정신이 온전하다고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도스토예프스키- 

  미셀 푸코가 <광기의 역사> 서문에 인용한 이 두 문장은 매우 절망스러운 인간의 현실을 보여준다. 인간에게는 절대적 기준이란 게 애초부터 존재할 수 없기 때문에 신이 필요하고 있어야만 한다. (중략) 그래서 가장 나쁜 부류의 사람들은, 신을 빙자해서 자신들의 기준을 내세우는 이들이다. 우리 사회는 자신이 미치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미친 사람들과, 그것을 입증하려고 기꺼이 이웃을 감금하는 사람들이 6년째 핸들을 잡고 운전하고 있다. 여기에 신을 빙자해서 그 광기에 정당성을 부여하는 또 다른 미친 사람들이 가세하고 있다. 



 후배는 평소에 글을 좀 길게 쓰는 편인데 이날은 짧아서 좋았고, 공감이 가는 내용이 많았다. 다만 끝부분에서 언급한, ‘미친 사람들이 6년째 핸들을 잡고 있다’는 대목이 나와 생각이 다른 것 같아서 이런 댓글을 올렸다.

  


  “글이 많이 짧아졌네. 혹시 나이 먹고 가을이 되니 기력이 딸린 게 아닌가? 하지만 내용은 간결하고 98% 공감되네. 단, 6년이 아니라 더 길 것 같은데...” 



  다음날, 그 후배와 통화를 하면서 담벼락 글과 댓글에 대해 언급을 하게 되었다. 후배는 나의 댓글에서 “6년이 아니라 더 길 것 같은데“라는 말에 대해 내가 자기와 같은 견해를 가진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 부분에서 나는 그와 상당히 다른 견해를 가지고 있었다. 후배는 MB 정권 5년과 현 정권 1년을 합해서 6년째라고 생각했고, 나는 MB 정권 이전부터 계산해서 6년보다 더 길 것이라고 한 것이다.


  이 일을 보면서, 같은 내용을 놓고도 사람들은 이렇게 서로 다른 관점에서, 자기의 방식대로 받아들인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실히 느꼈다. 물론 이것은 누가 옳고 그르냐의 문제가 아니고 다름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서로 생각이 다른 부분이 있어도 나는 그 후배를 여전히 자랑스럽게 생각한다.


  나는 신문이 재미있어서 열심히 읽는 편이다. 스포츠면과 주식시세표 그리고 광고를 제외한 모든 기사를 가능하면 다 읽으려고 “애쓴다”. (실제로는 60~80% 정도 읽을까?) 너무나 다양한 삶의 국면이 총망라된 기사들을 읽다보면, 좋은 책을 읽을 때처럼 세상과 사람에 대해 알아가는 즐거움이 있다. 물론 특정 언론의 편집 철학과 노선의 영향을 받지 않을 수는 없겠지만, 요즘 신문은 하도 분량이 많아서 하나 이상의 신문을 꼼꼼히 읽기란 쉽지 않다.


  신문만큼은 아니지만 페북 친구들이 올리는 글도 열심히 읽으려고 애쓴다. 신문 보느라 에너지가 딸려서(?) 글을 남기거나 댓글을 다는 일은 거의 하지 않는다. 열심히 글을 올리는 이들의 수고에 눈으로만 보는 수동적인 참여자인 점이 미안하지만, 페북에 올라오는 글들은 나에게 많은 자극이 되고, 나의 신문읽기에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해주고 균형을 잡아주는 유익이 있다.


  주로 페북에 올라오는 후배들의 정치 관련 글을 보면서 느끼는 몇 가지 긍정적인 점들을 정리해보면 이렇다.



● 최신미디어를 도구로써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서로 소통하며 자신의 생각을 개진하는 후배들의 젊음과 에너지가 부럽다.


● 몇몇 후배들은 양질의 콘텐츠를 생산할 정도의 역량을 보여주어 자랑스럽다. 계속해서 그 역량을 키워나갔으면 좋겠다.


● 후배들의 정치와 사회에 대한 관심과 열정이 세상 속에 하나님나라 운동을 구현하는 방향으로 구체화되고 성숙하여 열매 맺기를 바란다.



  반면, 후배들에 대해 걱정되는 부분과 바라는 점도 있다.



● 정치, 경제, 사회, 기후 등, 모든 면에서 세계는 불확실한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 현재로서는, 현실정치가 이러한 현실세계의 문제들을 푸는 데는 역부족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기에는 정치가 너무 이념과 당파적인 이해에 갇혀 있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최근 우리나라의 복지논쟁과 미국 정부의 셧다운 사태 등을 볼 때, 우리가 직면한 문제는 너무나 큰 데 비해 정치는 너무나 작아 보인다. 정치는 중요하지만 만능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 특정 정당이나 정권이 내세우는 프레임을 부정하고 반박하느라 또 다른 프레임에 갇히는 오류를 범해서는 안 될 것이다. 프레임 너머에 있는 더 큰 흐름과 의미를 볼 수 있어야 한다.


● 선호하는 미디어의 종류를 떠나서, 선배와 후배가 할 수 있는 한 얼굴과 얼굴을 맞대고 정치에 관해서 소통하는 ‘스킨십’이 필요하다. 페이스북도 좋은 도구이지만 ‘페이스 투 페이스’가 더 좋은 도구이다.



  이 모든 일에 선배와 후배가 함께해야 할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세대의 담을 헐고 서로 만나면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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