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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정치 참여, 그 현장에 서다] 로마서 13장과 요한계시록 13장을 함께 보라_안진섭


 

[소리] 2017년 첫 번째 소리- 0203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로마서 13장과 요한계시록 13장을 함께 보라

 

필자 소개 : 안진섭

- 침례신학대학교 학부와 신대원을 졸업 하고 미국 New Orleans Baptist Theological Seminary에서 신약성서사본학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다. 현재는 대전에 있는 새누리 2교회를 담임하면서 다양한 저술 활동과 강의를 통해 한국교회의 강단을 성경적으로 회복하는 일에 헌신하고 있다.

 


 

최근에 대통령과 여러 참모들, 그리고 비선 실세들의 국정 농단으로 위정자에 대한 국민의 실망과 분노는 극에 달해 있다. 그런 가운데 기독교계 내부 에서는 이 문제가 신약성경 로마서 13장에 대한 해석 논쟁으로 번졌다. 어떤 이들은 로마서 13장을 문자적으로 해석하여 무조건 권세자들에게 복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에 다른 이들은 그 말씀은 왕정시대에 주어진 것이므로 민주공화국 시대에 문자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주장을 펼친 다. 그렇다면 과연 로마서 13장의 말씀을 어떻게 해석하고 적용하는 것이 옳은가? 먼저 학자들 사이에 첨예한 의견 대립이 있는 몇 가지 이슈를 중심으로 로마서 13장을 살펴보자.

 

첫째로, 로마서 13:1에 있는위에 있는 권세들이란 누구를 가리킬까? 일차적으로 여기서 위에 있는 권세들이란 공권력을 가진 자들을 가리킨다. 사도 바울이 이 서신을 기록할 때로 말하면 당시 로마 황제와 여러 왕들, 그리고 황제의 명을 받아 일하는 고위 관리들을 가리킬 것이다. 다만 오늘날에 이 단어를 적용할 때는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고대 왕정시대와는 달리 대부분의 현대국가들은 삼권분립이 정착되어 있다. 따라서 오늘날은 공권력을 가지고 있는 입법부, 행정부, 사법부의 모든 관리들을 위에 있는 권세로 보는 것이 합당할 것이다.

 

둘째로,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난다는 말씀의 의미는 무엇일까? 1절 하반절을 보면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지 않음이 없나니 모든 권세는 하나님께서 정하신 바라고 했다. 사도 바울은 이 말씀에서 공권력은 하나님으로부터 나는 것이고, 모든 공권력은 하나님께서 정하신 것이라고 천명 한다. 언뜻 보면 이 말씀은 권력을 절대화하는 것처럼 보인다. 실제로 역사 속에서 많은 독재자들이 이 말씀을 자신의 독재를 합리화하는 근거로 사용 했다. 일제강점기에 일본제국주의자들과 그들에게 부역하던 친일파들은 이 말씀을 이용하여 일본에 저항하던 기독교인을 탄압했다. 과연 이런 적용이 옳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면 결단코 그렇지 않다. 로마서 13장의 내용은 독재자들의 권한을 강화시켜주기 위한 말씀이 아니다. 도리어 모든 권세가 하나님으로부터 난다는 이 말씀은 권력의 절대성을 부정하는 말씀이다. 당시는 모든 권세가 황제로부터 난다고 생각할 때이다. 로마 황제가 신격화되던 시대이다. 그런 시대에 사도 바울은 모든 권세는 황제가 아니라 하나님으로부터 나는 것이라고 선언한다. 따라서 이 말씀을 이용하여 자신의 독재 권력을 합리화 하는 것은 말씀에 대한 오용을 넘어서 말씀을 악용하는 것이다. “모든 권세는 하나님으로부터 나는 것이라는 말씀은 그 권세의 신적 기원을 강조하는 말씀이지만 그와 동시에 모든 권세는 그 기원 이신 하나님 아래에 있다는 사실을 밝히는 말씀이기도 하다.

 

셋째로, 공권력을 가진 자는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할까? 로마서 13:4은 권세자를 하나님의 사역자라고 표현한다. 따라서 공권력을 가진 자는 자신이 절대 권력자라는 생각을 내려놓고 하나님의 종, 하나님의 사역자라는 마음가짐으로 일해야 한다. 권력자는 언제나 하나님께서 기뻐하시는 방식으로 그 권력을 사용해야 한다. 어떻게 그렇게 할 것인가? 그것은 바로 선을 행하는 자를 칭찬하고 악을 행하는 자를 벌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권력자는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공적인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한다는 말이다. 국민의 공적인 이익을 위해 일하는 사역방식이 바로 선을 행하는 자를 칭찬하고 악을 행하는 자를 벌하는 것이다. 그렇게 해야 비로소 자신의 사사로운 이익이 아니라 국민의 공익을 이룰 수 있다.

 

넷째로, 국가제도나 통치자들에게 복종하라는 명령은 과연 절대적인 명령일까? 만약 이 명령이 절대적인 명령이라면 우리는 어떤 상황에서든지 공권력에 복종해야 한다. 그러나 만일 이 명령이 원론적인 차원의 명령이라면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얻으려면 앞에서 언급한 질문에 대한 답을 잘 생각해 보아야 한다. 4절에서 바울은 권세자들은 하나님의 사역자라고 했다. 공직자가 칼을 찬 이유, 곧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진 이유는 악을 행하는 자에게 보응하기 위해서이다. 공직자가 할 일은 선을 행하는 자에게 상을 주고 악을 행하는 자를 처벌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만약 공직자가 선을 행하는 자에게 상을 주지 않고 벌을 준다면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만약 이 말씀을 절대적인 명령이라고 해석한다면 백성들은 일제강점기에도 무조건 일본 제국주의에 복종해야 하고, 히틀러의 만행에도 말없이 복종해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과연 이 말씀이 그렇게까지 절대적인 명령일까? 어떤 엄혹한 독재를 하고 어떤 악한 일을 해도 공직자들에게는 무조건 복종하라는 말씀일까? 만약 공권력을 가진 자들이 공의를 저버리고 불의의 편에 선다면, 그리하여 치명적일 정도까지 공의가 집행되지 못한다면 그때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로마서 13장은 이 문제에 명확한 답을 제공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에는 성경의 다른 본문을 참고해야 한다. 요한계시록 13장은 이런 질문에 좋은 해답을 제시한다. 요한계시록 13장에는 두 짐승이 등장한 다. 한 짐승은 바다에서 나오고, 다른 짐승은 땅에서 올라온다. 요한계시록 13:1을 보자. “내가 보니 바다에서 한 짐승이 나오는데 뿔이 열이요 머리가 일곱이라. 그 뿔에는 열 왕관이 있고 그 머리들에는 신성모독 하는 이름들이 있더라.” 이 말씀은 바다 에서 나온 짐승의 모습을 묘사한다. 이번에는 요한 계시록 13:11을 보자. “내가 보매 또 다른 짐승이 땅에서 올라오니 어린 양 같이 두 뿔이 있고 용처럼 말을 하더라.” 이 말씀은 땅에서 올라온 짐승의 모습을 묘사한다. 이 두 짐승은 사탄의 하수인들이다. 사탄은 자신을 따르는 악한 대리자들을 내세워 하나님의 교회를 공격한다. 예수님에게 패배한 사탄의 역습이 시작된 것이다.

 

그렇다면 여기서 두 짐승은 무엇을 가리킬까? 첫번째 짐승은 일차적으로 로마제국을 가리킨다. 사도 요한이 계시록을 기록할 당시는 대략 주후 90-96년 사이었고, 그때는 도미티아누스 황제가 로마제국을 다스리던 시절이다. 당시 로마제국은 철저히 사탄의 하수인이 되어 믿는 사람들을 박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 말씀에 나오는 짐승이 항상 로마제국을 가리키는 것은 아니다. 이 짐승은 수많은 강력한 국가들의 모습으로 역사 속에서 다채롭게 등장하였다. 20세기에는 히틀러가 지배했던 독일, 천황을 숭배하던 일본 등이 이런 짐승이 되었다. 계시록 본문에서 두 번째 짐승은 일차적으로 로마제국의 여신숭배와 황제숭배를 전파하는 데 앞장섰던 거짓 선지자들을 가리킨다. 정치적으로 강력한 제국을 이룬 로마는 어느 순간부터 여신숭배와 황제숭배를 결합하여 제국의 백성들에게 우상 숭배를 강요하였다. 이런 거짓 선지자들도 역시 사탄의 하수인들이다.

 

이와 같이 요한계시록 13장은 타락한 권력자들을 사탄의 하수인이라고 표현한다. 로마서에서 사도 바울은 권세자를 하나님의 사역자라고 불렀지만 요한계시록에서 사도 요한은 권세자들을 사탄의 하수인이라고 묘사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했을 까? 이런 차이가 발생한 데는 중요한 이유가 있다.

 

로마서 13장에서 바울이 의도한 것은 그리스도인의 삶의 바른 원리를 제시하는 것이었다. 기본적으로 공직자들은 선한 자를 칭찬하고 악한 자를 벌하는 공권력을 집행하기 위해 세워진 존재들이다. 따라서 그리스도인들은 그런 공직자들에게 복종해야 마땅하다. 또한 그리스도인들은 납세의 의무를 다하는 모범 시민이 되어야 한다. 로마서는 단지 그리스도인들이 공직자에 대해 어떤 태도를 취해야 할 것인가에 관한 원리적 측면을 다루는 것이다.

 

그러나 요한계시록은 다르다. 요한계시록은 전체 맥락에서 볼 때 사탄의 압제에도 불구하고 부활하신 그리스도께서 반드시 승리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말씀이다. 그 사실을 가르쳐 주기 위해 사도 요한은 당시 로마제국과 거짓 선지자들이 어떻게 자신들의 권력을 이용하여 악한 일을 도모하는 지, 그 실상을 적나라하게 드러내어 사탄적 악에 굴복하지 말고 하나님 편에 서라고 성도들에게 촉구 한다. 정리하면 로마서가 원론적인 측면에서 공권력을 집행하는 공직자들에 대해 취할 태도를 보여 준다면 요한계시록은 실제 상황에서 그들의 부정 하고 악한 실상을 드러내어 그 악에 굴복하지 않도록 성도들에게 촉구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악은 지금도 우리의 삶에 실재한다. 물론 지금 우리나라는 다른 나라의 식민지 상태가 아니다. 군사 독재 치하도 아니다. 대놓고 기독교를 탄압하는 시대도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악하고 불의한 일들은 여전히 이 나라에서 계속 벌어지고 있다. 아니, 아마도 악하고 불의한 일은 우리 예수님이 재림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완성될 때까지 결코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사도 요한이 요한계시록 13장에서 그런 악의 실체를 고발한 이유가 무엇인 가? 그것은 바로 우리 성도들이 그런 악의 실체를 바르게 알고 싸워야하기 때문이다. 그 대상이 누구든 그 대상이 어떤 것이든, 우리는 하나님의 공의를 저버리고 불의를 일삼는 자들에게 굴복하지 말아야 한다. 그 악의 실체인 사탄과 사탄의 종노릇하며 이 땅에서 악을 행하는 자들에게 저항해야 한다. 물론 그와 동시에 우리는 로마서에서 말하는 것처럼 이 나라의 좋은 시민이 되어야 한다. 세금을 성실하게 납부하고, 일상에서 법을 지키는 일에 마땅히 힘써야 한다. 우리가 법을 잘 지키는 모범적인 시민이 되는 것과 불의한 일에 저항하는 것은 서로 다른 가치를 추구하는 모순된 일이 아니다. 이 나라에서 벌어지는 불의한 일에 저항하는 중요한 목적은 이 나라를 공의의 법이 살아있는 좋은 나라로 만드는 데 있다. 주기도문에 있는 것처럼 하늘에서 이루어진 뜻이 이 땅에서도 이루어지도록하기 위한 것이다.

 

지금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들이 분노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그 이유는 이 나라가 더 이상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이 나라가 더 이상 정의롭지 못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통령을 비롯한 권력자들이 하나님의 종이 되어 백성들을 섬기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끼리 또 재벌과 결탁하여 악의 카르텔을 만들어 대다수의 국민을 착취하고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 때문에 이 나라의 젊은이들이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 한국교회는 어떤가? 이런 시국에도 여전히 어떤 목회자들은 위에 있는 권세들에게 무조건 복종하라고 가르친다. 그것은 말씀에 대한 바른 해석과 적용이 아니다. 로마서 13장은 무조건 권세 자들에게 복종하라고 한 말씀이 아니다. 그 말씀은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법을 잘 지키는 모범적인 시민이 되어야 한다는 원론적인 말씀이다. 로마서에서 그런 말씀을 주신 이유는 우리가 단정한 그리스도인의 삶을 살 때 세상 사람들에게 우리가 믿는 복음을 제대로 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성경을 주신 성령 하나님은 로마서와 계시록을 같이 그의 교회들에게 주셨다. 그러므로 로마서의 말씀에 순종하는 것처럼 계시록의 말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로마제국과 그에 부역하는 거짓 선지자들을 사탄의 하수인이라고 비판한 사도 요한의 말씀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우리 한국교회가 편향되거나 왜곡된 해석으로 말씀을 가르치고 권력자들에게 부역하는 악의 하수인이 된다면, 지금의 젊은이들이 기성세대가 되었을 때 한국교회는 이 나라에서 더 이상 설 자리가 없을 것이다. 하나님의 말씀을 바르게 알고 그 말씀으로 이 땅의 현실을 바르게 분별해야 한다. 악은 도처에서 우리를 공격한다. 온갖 다양한 궤변으로 우리를 혼란스럽게 한다. 도대체 무엇이 선이고 무엇이 악인지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거짓 선지자들은 하나님의 말씀을 왜곡하여 우리를 사탄 에게 종노릇하게 만든다. 그런 거짓된 가르침에 속지 말자. 악한 세상의 유혹에 굴복하지 말자. 오히려 이 악의 실체를 분별하여 이 땅에서 불의하고 악한 일들을 몰아내고 정의롭고 공평한 나라를 만드는 일에 동참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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