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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IVF와 걸어온 길, 아직도 가야할 길] IVF의 꽃은 학사운동이다_이상엽

[소리] 2016년 여섯 번째 소리- 1112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시간적 차이가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IVF의 꽃은 학사운동이다

 


 

  최근 [소리]에서는 매년 전국의 IVF지방회 학사회를 방문해서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싣고 있다. 얼마 전에는 춘천학사회를 방문했고 지난 호에 그들의 이야기가 실렸다. 그때 있었던 일이다. 왜 그랬는지는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물론 많은 사람이 내가 아무런 맥락이 없이 뜬금없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고들 한다), 아마도 춘천학사회 모임을 유지하는 데 힘이 든다는 간사님의 말씀에 대해 내가 대뜸 이렇게 말했던 것 같다. “저는 그나마 성공적인 학사회 사역 모델은 [소리]라고 생각해요!” 곧 간사님의 질문이 이어졌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나요? 그렇게 생각하시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아차 싶었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깊게 생각하지 않고 말을 먼저 내지르는 버릇이 순간 튀어나온 것이다. 갑자기 머릿속이 텅 비었고 쩔쩔매며 내가 그렇게 생각 하는 이유를 찾아야 했고 대충 궁색한 답변을 드릴 수밖에 없었다.

 

  그 순간을 떠올리면 지금도 당혹스럽고 부끄럽다. 말을 그렇게 해놓고는 그 당시에는 근거를 제시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학사회 사역의 결과물을 기준으로 볼 때, [소리]가 분명히 하나의 성공모델로 제시될 수 있는 것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다면 정말 [소리]를 통해서 우리가 얻을 수 있는 학사운동의 키워드는 무엇일까? (이런 글을쓰는 것은, 내가 [소리] 편집위원으로 10여년을 관여해온 것과 전혀 무관하지 않은, 일종의 제 식구 감싸기라는 점을 부인하지 않겠다.)

 

   첫 번째로는 꾸준히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 같다. 처음 IVF가 학사를 배출했을 때부터 학사들을 위한 모임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시작한 활동이 흩어져 있는 학사들의 소식을 공유하기 위한 학사회보를 만드는 일이었다. 1979 년이었다. 처음에는 몇몇 학사들의 손길에 의해 자발적으로 만들어지던 소식지는 점점 틀을 갖춰서 90년대에 들어서 편집위원과 편집간사의 협의체라는 형태로 자리 잡게 되었다. 중간에 정간(停刊) 이 된 적도 있지만, 기본적인 틀의 변화 없이 지금 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초기에는 학사들의 소식을 공유하던 기능에서 지금은 새로운 동향과 의견을 제시하면서 발전해왔다. 다른 크리스천 매체들보다도 앞서서 좀 더 폭넓은 형태의 고민거리를 계속 해서 심도 있게 다루고 있어서 [소리]의 영역은 점점 더 확장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두 번째는 학사와 간사 사이에 역할 분담과 동역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사실 [소리]를 직접 만드는 데는 간사님들의 손을 가장 많이 거치게 된다. 편집을 담당하시는 분, 디자인을 담당하시는 분 등, 일정에 맞추어 원고를 청탁하고 그 원고를 받아서 교정교열을 하고, 디자인을 하고 수정을 거쳐 최종 적으로 인쇄소에 넘기고 각 지방회 사무실로 발송될 때까지, 이 모든 과정에 간사님들의 손길이 필수적이다. 하지만 매번 기획주제를 정하고, 때로는 연재물의 내용을 정하고, 필자들을 정하는 모든 과정은 모두 학사님들과 간사님들의 협의를 거친다. 필진은 되도록이면 IVF 학사님들을 섭외하는 것을 우선으로 하고 있다. 결국 [소리]에 실리는 이야기는 실제로 학사들이 살아내고 있는 이야기가 간사님들의 손을 거쳐서 문자화 되어 전파되는 작업이 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완전 무제한, 무체급으로 이루어지는 기획회의이다. “회의(會議)하면서 회의(懷疑)가 든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IVF 문화에서 기나긴 회의 문화는 그리 독특할 것이 없다. 하지만 [소리] 기획회의에는 뭔가 독특함이 있다. 무제한 토론을 하게 되면, 어떤 주제에 대해서 강의나 강연을 듣는 것보다 화자와 청자 간의 공감대를 형성하고 하고자 하는 바가 더 정확하게 전달되는 것 같다. 가령 무엇이 진정한 IVF 학사로서 살아가는 모습인가 하는 것에 대해서 나는 이것이 IVF학사의 삶의 모습이라 생각한다며 난상토론을 펼치게 되면, 오히려 주고받는 내용들 가운데서 공감도 하고 때로는 새롭게 배우며 더욱 쉽게 주제에 대한 내면화가 되는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소리] 편집위원의 구성원이 변하여도 기본적인 방향과 주제의식은 쉽게 바뀌지 않으며, 새로 참여하는 편집위원도 기본적인 [소리]의 편집방향이 이렇다는 점을 말하지 않아도 배워갈 수 있는 것이다.

 

  네 번째는 [소리]를 만들기 위해서만 모이는 효율성이다. [소리]를 만드는 사람들은 두 달에 한 번 만나 회의를 한다. 한두 번 정도 더 모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략 1년에 6회 정도 만나는 셈이다. 사실 이렇게 만나지 않고 더 자주 만나게 된다면 일상생활을 하는 학사로서는 모임에 참여하기 부담스럽고 어려울 수도 있다. 목표가 명확하다면, 모이는 횟수는 중요하지 않다. 학생시절에 가졌던 기준으로 소그룹 모임과 전체모임을 하다가는 1~2년 사이에 어쩌면 대부분 지쳐서 나가떨어질지도 모르겠다. 모임 횟수의 간결함이 어쩌면 29년 간 꾸준히 이어올 수 있었던 저력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세상을 위한 교회, 세이비어 이야기가 출간되었다. 이전에도 세이비어 교회의 모습에 대해서는 많은 이야기를 들어왔지만 간략하게 내가 이해한 바로는, 세이비어 교회의 독특성은 내적여정외적여정의 강조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우리는 학부 생활을 통해서 내적 여정에 대한 방법과 방식을 배워왔으나, 학사가 되어서는 외적여정을 살아가야 한다. 하지만 IVF 내에는 학사들을 위한 외적여정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었으며, 단순하게 학부 에서 잘 훈련받은 학사라면 알아서 잘 살 수 있을 것으로 여겼다. 그러나 지금까지 학사회 활동의 결과물을 본다면 이런 방식이 결코 성공적이었다고만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외적여정이라는 것에 대해서 대단히 거대한 어떤 것을 들고 나올 필요는 없다고 생각 한다. 나의 외적여정[소리] 활동이었다. 졸업과 동시에 나는 운 좋게도 [소리] 편집위원으로 참여할 기회가 주어졌고 그 활동을 통해서 학사운동을 지속적으로 접해왔다. 지금은 또 다른 외적여정인 직장인 사역을 통해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운동을 만들어 가고 있다.

 

  우리에게 더 많은 외적여정의 리스트가 확보되었으면 좋겠다. 졸업하는 학사들이 학사회에 준비된 여러 활동을 보면서 각자의 개성과 부르심에 맞게 찾아 들어가서 활동하게 되는 것이 우리 학사회가 풍성해지고 학사운동의 지경이 넓어지는 방법이 되지 않을까 싶다. 이미 많은 학사님이 본인의 삶의 영역에서 크건 작건 여러 활동을 하고 계실 것 같다. 어쩌면 학사회의 역할은, 그러한 활동들을 연계해서 좀 더 큰 그림을 그리고, 다른 지역에도 알려서 비슷한 모임이 만들어질 수 있도록 돕고, 또는 새로운 운동을 만들고자 할 때 지원해 나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졸업할 때, 누군가가 “IVF의 꽃은 학사운동이다.”라는 이야기를 해주셨다. 하지만 졸업해서 보니 아무 것도 없었다. 그래서 어떤 학사는 사기라고 우스갯소리를 했다. 몇 해가 지나서 후배들을 만났을 때 너희가 만들어야지했더니, 돌아오는 후배들의 대답은 아직도 아무것도 없어요?”였다. 이제 나는 아직 시작 단계야.”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이것이 사기가 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정말로 자신 있게 “IVF60주년이 되었지만, 그동안 졸업생을 수없이 배출하였어도 학사운동은 아직 걸음마 단계입니다. 이제 시작이지만, 이 시작은 꺾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며, 이 시작의 결과물로서 세상을 향한 그리스도인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운동들이 여기저기에서 시작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사기가 아닙니다!”라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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