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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체험, 삶의 현장] 건축 현장에서 선교적 교회를 꿈꾸다_양창모

[소리] 2016년 다섯 번째 소리- 0910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시간적 차이가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건축 현장에서 선교적 교회를 꿈꾸다

 


 

  3년 반 정도 지난 것 같다. 간사로 8년을 살았고 그의 반 정도를 완전히 다른 삶의 자리에서 살아가고 있다. 현재 나는 건축노동자다. 정확하게 말해서 타일, 미장기술자다. 다른 학사들과 사는 모습이 너무 다른 것 같아서 소개 하는 데 두려움도 좀 있다. 지난 3년 반 동안 끊임없이 내가 옳은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많이 고민했다. 현실에 안주하는 것은 아닐까, 상황에 이끌려 어쩔 수 없이 하나님의 뜻을 거스르는 것은 아닐까, 사실 아직도 내 삶에 대해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내가 하나님 안에서 기도하며 걸어가는 건 맞다. 대단한 삶은 아니지만 그냥 나의 이야기를 진솔하게 나누고 싶다.

 

  간사사역을 마치고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나님의 인도를 받는가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너무나 잘 안다. 간사를 하는 동안 하나님의 인도에 관한 강의를 여러 번 했다. 기도하고, 말씀과 상황을 통해서 주어지는 하나님의 뜻을 분별하고, 믿음 가운데 결정하고... 충분히 알고 있었지만 아는 대로 되지 않았다. 이런 혼란을 겪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꿈꿨던 삶과 현실이 너무나 달랐기 때문이었던 것 같다. 사임하면서 나름 여러 가지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계획이라기보다는 꿈 혹은 바람에 가깝다). 간사 말미에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이 선교적 교회였다. 사역을 마무리하면 어떤 모습으로든 선교적 교회가 되어 살아가리라 꿈꾸었다. 내가 좋아하는 커피라는 매개체를 통해서 선교적 교회의 꿈을 이뤄보려고 생각했 다. 그래서 카페를 창업하려고 백방으로 알아보았다. ‘소상공인 창업지원센터를 통해 대출 받을수 있는 방법, 협동조합으로 창업할 수 있는 방법도 알아보았다. 하지만 지방에서 협동조합으로 창업하기가 쉽지 않았다.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서 창업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두 아이와 아내를 둔 가장으로서 땡전 한 푼 없이 창업을 한다는 게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하나님의 인도에 관해서 참 많이 물었던 것 같다. 왜 내 뜻대로 인도해주 시지 않는지 고민도 많이 했다.

 

  우연히 새로운 길에 들어섰다. 사임하고 잠시 실업급여를 받는 동안 구직활동을 해야 했다. 그 기간 동안 취업에 필요한 여러 가지 강의를 들을 수 있었다. 국비지원이고 약간의 수당도 주는 취업 프로그램이라 당연히 수강했다. 그 중에 내 눈에 들어온 것 중에 하나가 타일조적반이었다. 기술자로 일하는 것도 내 희망 중에 하나여서 타일 조적반이라는 제목을 보면서 이것도 내가 재미있어 하는 분야인데 한번 해볼까?’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이 강의를 두 달이나 수강하였고 생계 때문에 현장에 나가게 되었다. 지인이 이쪽 분야의 일을 하고 있어서 그분의 도움으로 쉽게 적응할 수 있었다.

 

  기술을 가지고 건축 현장에 들어가서 처음 느낀 생소함은 이루 다 말할 수 없다. ‘이런 곳에도 사람이 있구나!’ 그리고 이 일을 직업으로 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았다. 기술자들이야 그나마 낫지만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기술도 없는 일용직이다. 그런데 이렇게 일용직 현장 일을 직업으로 삼는 사람이 꽤 많았다. 그간 내가 살던 세계에서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던 현실이다. 하루 종일 무거운 시멘트 포대를 나르고 타일 박스를 나르는 것이 이 사람들이 하는 일이다. 그렇게 하루 일을 해서 하루를 먹고 산다. 중요한 것은 이쪽 분야에는 크리스천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사장이나 사람을 부리는 사람들 중에는 꽤 있지만 현장 일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크리스천이 거의 없다. 이들에게 선교하려면 이런 사람을 이해하고 또 함께 하는 사람이 필요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 사람이 있다.’ 그리고 사람이 있는 곳이라면 하나님을 알려주고 섬길 사람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현장에서 일하면서 나에게 떠오른 생각이었다. 생계를 위해서 잠시 일을 했던 건데,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내가 이곳으로 부름 받지 않았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여기에서도 선교적 삶이 가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그렇게 3년 반이 흘렀고 이제는 현장에 정착해 기술자가 되어가고 있다.

 



  기술자 되기가 쉬운 일은 아니었다. 아니, 기술자가 되는 것은 내가 생각하는 것과 많이 달랐다. 사실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이런 일인 줄 알았으면 하지 않았을 것 같다. 문제는 기술자가 되기 이전에 현장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쪽 사람들은 아주 많이 거칠다. IVF를 하면서 때로 공동체가 비인격적이라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IVF는 너무 배려가 많고 사랑이 많다. 세상엔 거친 사람들이 아주 많다. 이 사람들은 대부분 직설적이고 거침이 없다. 그런 사람들 틈에서 사는 일은 쉽지 않다. 물론 몸도 힘들었다. 처음 이 일을 시작하고 자동적으로 다이어트가 되었다. 족히 7-8kg은 빠진 것 같다.

 

  그렇지만 정말 힘든 건 그들의 거친 모습에 적응하는 일이었다. 현장 사람들이 악의는 없다. 나름 열심히 사는 사람도 많다. 그렇지만 성격은 좀 거칠다. 생각나는 대로 말한다. 거친 성격 속에 들어있는 그들의 진의를 파악하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기술자가 되기 위해서는 먼저 조공(기술자를 도와주는 사람)일을 해야 한다. 직업훈련으로 타일반을 수강할 때만 해도 타일반을 수강하기만 하면 기술자가 되는 줄 알았다. 그러나 전혀 아니다. 현장 일은 현장마다 다른 시공법이 존재하기 때문에 많은 경험이 필요하다. 조공으로 몇년이 지나서야 기술을 조금씩 배우는 경우가 허다하다. 나도 2년을 조공으로 있었다. 처음 기술을 가르쳐주겠다고 한 기술자가 한 5년 정도는 자기 밑에 있으라고 했다. 2년을 배우고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아서 그분에게서 나오게 됐다. 내 경우는 기회가 좋았다. 지인이 기술자여서 조공의 시간을 많이 거치지 않고 기술을 배울 수 있었다. 첫 기술자에게서 나와서 지인 밑으로 오게 되었는데, 1년 반 정도 조공 일과 기술자 일을 함께하며 배우고 있다. 아직 기술을 완전히 습득하지는 않았지만 이제 기술자들과 함께 일할 수 있는 준기술자 정도는 되었다. 뭐든지 그냥 되는 것은 없는 것 같다. 힘도 들고 많은 인내의 시간을 거쳐서 기술자가 되어간다.

 

  지금은 꽤 적응이 되어서 몸이 피곤한 것 외에 크게 힘든 일은 없다. 가장 어려운 것은 흔들리지 않고 초심을 지키는 일이다. 사실 처음부터 사명감을 가지고 일을 하고 싶었다. 이 일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경우와 상황에 따라서 일을 한다. 일을 시키는 사람이나 집주인이 까다로 우면 일을 꼼꼼히 한다. 그러나 반대로 허술하고 잘 모르면 돈을 많이 요구하거나 대충 일할 때가 많다. 나는 상황과 관련 없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다. 하지만 마음이 흔들릴 때가 많다. 혼자 일할 때는 집주인으로부터 일을 잘해주어서 고맙다는 말을 들을 때가 많다. 최선을 다해 일한 후 일 시키는 사람에게 이런 말을 들으면 마음이 뿌듯하다. 그렇지만 팀으로 일할 때는 좀 다르다. 공정과 시간을 맞춰야 하고 또 허술한 건축주를 만나면 일을 천천히 하라는 요구를 받기도 한다. 하지만 항상 일을 시키는 분이 하나님이라는 마음으로 일하고 싶은데 그게 마음처럼 쉽지 않다.

 



  다른 가치관에 물들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다.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돈이 목표다. 돈을 많이 벌려고 일을 한다. 때로는 돈을 더 많이 벌기 위해 편법을 쓰거나 마땅히 지불해야 할 임금을 적게 주기도 한다. 이들이 사기꾼이란 말은 아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도 꽤 있다. 그리고 돈을 많이 버는 것을 목표로 살아가는 것이 악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더 나은 목표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사람들 틈에서 함께 살아가면 아무렇지 않게 나 역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목이 되곤 한다. 아니 잠깐 잠깐 그렇게 느낀다.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내가 기술자가 되면 사람을 쓰고 부리게 될 텐데 내가 일하는 것으로 한사람이라도 더 많은 부를 얻어가게 하고 싶었다. 사실 사업도 하고 싶었는데 그러고 싶었던 이유도 부가 더 많은 사람에게 나눠지게 하고 싶기 때문이다.

 

  그렇다 해도 돈을 더 벌고 싶은 유혹을 받을 때가 있다. 한번은 이런 일이 있었다. 샤워실 바닥 타일을 깔아주는 일을 하러 갔다. 일의 양이 많기 때문에 뒷일을 해줄 사람 한 명과 함께 갔다. 처음에 대금 얘기를 정확히 하지 않고 일을 하러 갔는데 보통 이럴 때는 내가 무리하게 요구하지만 않으면 일이 끝나고 달라는 금액을 결재해 준다. 그날은 일이 좀 늦게 끝났기 때문에 뒷일 해주신 분에게 임금을 조금 더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꼭 더 줘야 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몇 십분 늦게 일이 끝났기 때문에 그렇게 하려고 했다. 일이 끝나고 집주인에게 임금 결재를 부탁 렸다. 그런데 처음에 나와 통화한 집주인이 아니라 그분의 어머니만 있었는데, 집주인이 28만 원을 자신에게 주고 갔다는 것이다. 보통 타일은 뒷일 하는 사람과 함께 하루 일하면 35만원을 받는다. 요즘은 더 올라서 40만원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일이 쉽고 빨리 끝나면 돈을 좀 덜 받기도 한다. 그런데 이날은 양이 많아서 35만원을 다 받아야 했다. 그런데 28만원을 주고 갔다는 것이다. 무슨 근거로, 나와 상의도 없이 말이다! 내가 이 일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을 알고 단가를 깎으려고 한 것이다. 결국 그분 어머니가 가지고 있는 돈을 보태 31만원을 주셨다. 이럴 때면 유혹을 받는다. 사실 뒷일 하는 분에게 더 주지 않아도 되는데 그냥 내가 많이 주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기름값과 참값 같은 경비를 제외하고 나면 나는 제 단가를 받지 못하게 된다. 그래도 내가 돈 벌려고 일하는 건 아니지 라고 생각하며 처음 생각한 금액을 뒷일해주신 분에게 주었다. 세상에서 이 사람들과 함께 살아가자면 그들의 가치관에 물들기 쉽다. 더 많이 소유 하고 안정적인 삶을 살고 싶다. 그래서 처음 일을 시작했던 초심을 되새기며 일을 하고 있다.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 나를 통해서, 내 성품을 통해서, 내 삶의 방식을 통해서 하나님이 알려지면 좋겠다. 그러나 여전히 세상 사람과 많이 다르지 않게 살아가는 내 모습을 볼 때도 있다. 기도하면서 이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아직 이 길이 하나님이 인도하시는 길인지 아닌지 두려움이 많다. 나는 안정을 추구하는 사람이어서 사람들과 다른 길을 걸어가면 두려움을 느낀 다. 그렇지만 여기에 있을 이유를 발견했고 지금은 여기서 사는 것이 내 소명이라고 생각한다내가 현장에 있음으로 선한 영향력이 흘러가길 바란다. 지금 여기서 하나님의 선교적 백성으로 살아가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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