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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더불어, 함께살기] 서로의 삶을 돌보는 집짓기_서삼열

[소리] 2016년 네 번째 소리- 0708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시간적 차이가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서로의 삶을 돌보는 집짓기 



 

들어가며

 

  저희는 경북 청도에 모여 사는 공동체입니다. 처음부터 집을 지어 함께 살자고 계획했던 것은 아니고요. 신앙 여정 속에서 허락된 지체들과 더불어 인생길을 걸어가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렇게 오다 보니 어느 날 집을 짓게 된 거죠. 다들 건축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었고, 재정도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함께 모여 살 수 있는 값싸고 좋은 집을 짓고 싶다는 욕심만 가득한 상태였죠. 당연히 집짓기 과정은 좌충우돌, 말 그대로 맨땅에 헤딩이었답니다. 하늘 아버지의 눈에 이런 저희들이 딱해보였는지 다행히 좋은 분들을 만나 무사히(?) 공사를 끝낼 수 있었죠. 모든 공정을 마치고 실제로 함께 살아 보니, 집짓기 자체에만 목적을 두지 않는다면 누구라도 할 수 있고 해볼 만한 가치가 있는 일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하하호호공동체

 

  저희 공동체는 더함 공동체로 알려져 있지만, 정확한 이름은 하하호호입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이들 중에는 더함이가 아닌 분들도 있거든요. 저희는 경북 청도군 다로리에 살아요. 씨없는 감과 소싸움으로도 유명한 곳이죠. 다로리 마을 입구의 땅을 사서 집을 짓고 산 지 2년이 다되어 가네요. "하하호호"는 여덟 가정에 아이들 열셋, 청년이 다섯(3,2)명으로 모두 35명이나 됩니다. 이 많은 사람이 때로는 가깝게, 때로는 느슨하게 생활공동체를 일구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불어 사는 삶을 꿈꾸다

 

  더함은 공동체를 꿈꾸며 시작했습니다. 대표로, 리더로 IVF를 함께 섬겼던 이들이 졸업한 이후 에도 각자도생이 아닌 공생하는 길을 찾아보자며 모이기 시작했죠. 집을 짓기 전, 저희는 차로 10분 반경에 모여 살고 있었어요. 하지만 모두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 일상을 공유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공동체를 꿈꾸며 왔는데 정작 주일 외에는 얼굴 한번 보기가 힘들 때도 있었죠. 이때쯤 더함은 생활권을 공유하는 교회를 세우는 공동 체라는 방향을 잡게 됩니다. 그리곤 함께 살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어요. 도시 외곽의 싼 아파트에 모여 살거나, 농촌의 헌집을 사서 수리하는 것 정도가 가능한 방법이겠다 싶었습니다. 그 와중에 우연히 아파트 생활을 정리하고 주택을 지으려고 땅을 알아보던 IVF 동료 두 가정을 만나게 되었죠. 우리는 의기투합해서 땅을 찾으러 탐험에 나섰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지금의 땅을 발견하고 집을 지어 살게 되었습니다.

 

이 곳을 선택한 이유

 

  저희는, 교통과 상권이 좋은 영남대 근처에 살고 있었어요. 직장도 가까웠죠. 처음에는 의성이 어떨까 했는데, 의성과 영남대는 생활면에서 너무 달랐습니다. 무엇보다 직장이 고민되더라고요. 그때 앞서 말한 IVF 두 가정을 만나게 된 거죠. 이들은 청도에 땅을 보러 다니는 중이었어요. 청도는 영남대에서 차로 15, 인근에 경산이나 대구 같은 도시를 끼고 있어 생활환경도 나름 좋은 편입니다. 이사를 해도 같은 직장에 계속 다닐 수 있었고, 지불해야 할 대가를 최대한 줄이면서도 목적을 이룰 수 있는 곳이 청도였습니다.

 


 

집짓기 과정

 

  2013년 이른 봄부터 청도에 땅을 보러 다녔는데, 6월쯤 지금의 땅이 나왔어요. 동네 입구에 위치한 땅인데 주인이 급매물로 내놨더라고요. 그래서 바로 가계약을 했고 9월에 최종계약을 했습니다. (가계약을 한 이유는 매입에 필요한 나머지 돈을 마련하기 위해서였어요.) 그리고 분할측량으로 땅을 세 등분으로 나누었죠. 하나는 더함, 나머지 둘은 동료 두 가정을 위한 공간이었죠. 땅을 가계약한 순간부터 모든 인맥을 동원해서 설계사와 건축업자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재정만 넉넉했다면 갑의 입장에서 찾을 수도 있었겠지만, 저희는 아니었어요. 좋은 설계와 멋진 집을 싸게 해 줄 수 있는 분을 찾아야 했습니다. 가을쯤 설계사님을 만나 각자가 그려온 설계도를 가지고 조율에 들어가기 시작했습니다. 겨울에는 목조건축을 전문으로 하는 장로님을 만나게 됩니다. 이때 목조주택의 장점에 대해서 알게 되었죠. 장로님이 저희 사정을 들으시곤 흔쾌히, 믿을 수 없는 가격으로 공사를 해주시기로 했습니다. 겨울을 넘기고 20142, 드디어 기초공사가 시작되었고 7월에 다섯 채의 집이 완성되었답니다.

 

어떤 땅을 사야 하나

 

  집을 지을 땅은 도로와 맞물려 있어야 해요. 아니면 허가가 나질 않거든요. 저희가 매입한 땅이 원래는 밭이었는데 바로 옆에 마을 도로가 있었어요. 그래서 당연히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뿔싸, 그 도로가 사유지였던 거예요. 길은 길인데, 주인이 있는 길이라는 말이죠. 그러니 주인의 동의가 있어야 허가가 가능하대요. 그런데 토지대장을 떼어 보니 땅 주인의 출생연도가 무려 1900! 동네에 아무리 수소문 해봐도 누군지 알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설계를 변경해야 했어요. 이 일로 고생을 꽤나 많이 했죠.


  사고 싶은 땅이 나타났거나 소개 받았을 때는 반드시 지적도를 확인하셔야 합니다. (토지이용규 제정보서비스 http://luris.mltm.go) 실제 땅 모양과 지적도의 땅 모양이 다를 수도 있어요. 또 건축이 불가능한 땅도 있고요. 건폐율도 땅마다 다르거든요. 그리고 가능하면 지자체에 가서 건축 담당자를 미리 만나 보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거예요. 저희가 사는 읍사무소 담당자도, 미리 자신과 상의했더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고 하시더라고요. 땅이 수도원관과 어느 정도 떨어져 있는지 확인 하는 것도 필요해요. 수도를 만드는데 원관과 2 미터 조금 넘었는데도 비용이 300만원 넘게 나왔거든요. 도시는 몰라도 시골에서는 아주 중요한 부분이랍니다.

 

돈은 어떡하지

 

  저희의 경우, 비용은 살고 있던 집을 정리한 돈과 대출을 받아 마련했습니다. 대출은 크게 부담스럽지 않았어요. 지자체마다 다르겠지만 농촌지 역에는 새롭게 집을 짓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대출을 해주는 제도가 있거든요. 청도 같은 경우는 6,000만원까지 가능했는데, 이자는 2%대에 3년 거치 17년 상환이에요. 조건이 좋다 보니 신청자가 제법 많아 모두 받을 수 있을까 싶었어요. 그런데 대출담당자가 젊은 사람들이 농촌 마을로 이사 들어오는 게 보기 좋았는지 더함이들 모두 받게 해주시더라고요. (웃음)

 

  그리고 집짓기를 할 때 비용과 관련해 놓치기 쉬운 지점이 있는데요. 땅의 경우 평당 비용 외에도 추가로 드는 비용이 꽤 있어요. 측량도 새로 해야 하고요. 전답일 경우 대지로 전용을 해야 하는데, 그 비용이 저희 같은 경우에는 1,000만원이 넘었어요. 세금도 있고 취득세도 있어요. 집도 마찬가지예요. 평당 가격도 중요하지만 어떤 재료를 써서 어디까지 공사를 해주는지가 훨씬 더 중요하답니다. 예를 들어 토목이나, 싱크대, 조명, 데크, 조경, 수도, 오폐수 같은 건 평당 가격에 포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그런데 이 가격만 해도 1,000만원이 훌쩍 넘을 수 있거든요. 그러니 반드시 체크를 하셔야 합니다.

 


 

과정 중에 겪은 어려움

 

  첫 번째는 위치선정 문제였어요. 같은 땅이라도 좋은 위치가 있기 마련이거든요. 제비뽑기를 해서 정하는 공동체도 있겠지만, 저희는 양보를 통해서 해결했어요. 공사를 다 하고 나니 양보를 한 사람은 또 다른 은혜를 누리게 되더라고요. 두 번째는 시공자와의 소통 문제였어요. 집을 지어주신 장로님이 성격이 화끈(?)하고 고집도 있어서 중간 중간에 꽤 애를 먹었네요. 소통 없이 그냥 잘 해주시려고 해서 오해도 생기고 그랬어요.

 

  마을 분들의 텃세가 없었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었는데, 처음에는 조금 그랬어요. 그런데 이장님과 관계를 잘 맺었고, 공사 도중 어버이 날에는 마을회관에 가서 찬조도 하고 인사도 드리고 하면서 괜찮아졌어요. 공사를 마친 후에는 마을 전체에 감사 떡을 돌리기도 했고요. 그래서 살면서도 마을 분들이 어렵게 하는 일은 크게 없었던 것 같아요.

 

함께 사는 현실

 

  집을 지어 같이 산다는 건, 아이러니하게도 매일 서로를 보는 게 곤욕일 수 있죠. 일상의 나를 보여주어야 하고, 일상의 상대방을 봐야 하니까 요. 마음이 어려워도 봐야 하고 보기 싫어도 봐야 하니까요. (웃음) 몇 번의 갈등을 겪긴 했어요. 해결 과정에서 눈물을 보일 정도로 심각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그 시간들을 지나고 나니 서로 조금씩 더 알게 되는 것 같아요. 알고 나면 이해하기도 하고 포기하기도 하고 그러잖아요.

 

  집이 가까이 붙어 있으니 여름에는 아무래도 방음이 어려워요. 아이들을 혼내는 것도 눈치가 보였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적응이 되고 나니, 이젠 크게 신경 쓰지 않아요. 또 한 가지, 우리 식구끼리만 맛난 음식을 먹을 수가 없다는 거예요. 배달이 안 되는 지역이라 때로는 통닭 이나 피자 같은 도시 음식을 사와서 다 같이 먹곤 하는데, 매번 먹고 싶을 때마다 같이 먹는 게힘들잖아요. 그렇다고 냄새는 풍기는데 혼자만 먹기도 애매한 경우가 있으니까 머뭇거리게 되죠. 혼자 먹는다 해도 쓰레기 배출하는 날에는 반드시 들통이 나거든요!(웃음)

 

나가며

 

  집짓기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사실 더 중요한 것은 공동체입니다. 내 집이 아니라 지체들과 더불어 살아갈 집짓기인 거죠. 일상을 공유하며 서로의 삶을 돌보고 더불어 생존하기 위한 집짓기입니다. 이런 집짓기, 한번 해 보지 않으실래요?


  덧붙여, 아직은 서툴지만 저희가 농사(여름에는 자두, 가을에는 감)도 조금 짓고 있습니다. 자두청과 감말랭이도 만들어서 판매하니 구매해서 한번 드셔 보세요. 제법 맛이 기가 막히답니다!

 

페이스북에서 하하호호 마을농장를 검색하세요 https://www.facebook.com/hahahoho85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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