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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그리스도인, 그리고 여성으로서 직장생활 한다는 건?

[소리] 2016년 첫 번째 소리- 0203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시간적 차이가 있음을 양해 바랍니다


그리스도인그리고 여성으로서 직장생활 한다는 건?

 



 

흔히들 직장을 소리 없는 전쟁터에 비유한다. 무수한 이해관계와 경쟁, 여러 가치관과 세계관의 충돌, 사람들 간의 오고 가는 대화, 그 속에서 벌어지는 미묘한 신경전과 힘겨루기 등등이 모든 것이 직장이라는 공간에 뒤엉켜 있다. 직장인들은 이곳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며 크고 작은 중압감 속에 분투하며 살아간다. 어떤 자리나 역할에는 늘 어려움이 따르기 마련이지만, 특히 직장인이 겪는 애환은 많은 이에게 큰 관심과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나 역시 평범한 직장생활을 하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매일 소소한 일부터 다소 무거운 주제에 봉착하며 풀어도 풀리지 않는 여러 고민을 안은 채로 살아가고 있다.

 

요즘 나의 관심 주제는,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떻게 직장에서 뱀처럼 순결하고 비둘기처럼 지혜롭게 살아갈 것인가?”, 그리고 어떻게 하면 여성으로서 여러 편견과 한계를 뛰어넘고 건강한 직장생활을 지속할 것인가?”이다. 이런 고민을 하던 차에, [소리]를 통해 한 선배 학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학사님은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했고 현재는 회사를 창업하여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다. 나를 포함한 후배 직장인들에게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자 하는 마음으로 이 인터뷰 글을 나눈다.

 

후배 학사(이하 후): 안녕하세요, 학사님. 저는 현재 6년차 직장인, 20OOO입니다. 제가 평소에 그리스도인과 여성으로서의 직장생활에 대한 관심과 고민이 있었는데, 학사님과 대화를 나누어 보는 것을 추천받아 이렇게 인터뷰를 요청 드리게 되었습니다. 만나 뵈어 반갑습니다.

 

선배 학사(이하 선): 안녕하세요. 저는 오랜 기간 회사를 다니다가, 현재는 창업하여 육아와 일을 병행하고 있습니다. 저도 세상 속에서 분투하고 있는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후배 학사님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면 좋겠다는 마음에 인터뷰에 응하게 되었어요. 편하게 이야기 나누어 주세요.

 

: , 감사합니다. 제가 직장생활을 하면서 하는 고민과 생각을 이야기하려고 해요. 다소 두서없이 질문 드리더라도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첫 번째는 지금 내가 직장에서 하는 이 일이 과연 하나님나라에 어떠한 기여를 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입니다. 어떻게 직장 생활 속에서 하나님이 주신 비전과 소명을 따라 살아가고, 일을 통해 하나님나라에 기여할 수 있을까요?

학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 먼저 소명을 직업으로만 연결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소명은 삶 전체의 차원으로 보아야 하지 않을까요? 내가 있는 바로 그 곳에서 하나님나라를 확장시키는 것이 소명인데 직업=소명의 등식은 너무 협소하죠. 저는 오염된 메시지가 많은 이 세상에서 커뮤니케이션을 통해서 선한 메시지를 전달하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 소통을 돕는 다리 역할을 하고 싶다라는 마음으로 일을 해오고 있어요. 집에서도, 교회에서도, 직장에서도 같은 마음입니다.

 

: 그러한 소명을 발견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자리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 알아가는 것이 중요하겠네요. 진로를 고민하거나 직업을 선택할 때도 중요한 문제일 것 같고요.

 

: 제 생각에는 하나님은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길 바라신다고 생각해요. 다만 여기서 좋아만 하는 일좋아하면서 잘 할 수 있는 일을 잘 구별하는 것이 중요하겠죠. ‘나다움에 가까운 일인지 그리고 그 일을 통해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는지 등을 고민해 볼만 합니다.

 

: ‘나다움을 가장 잘 발휘할 수 있는 분야를 찾되 그 분야를 통해 다른 사람을 섬길 수 있는지 생각해보라는 이야기가 마음에 많이 와 닿네요아무래도 세상의 메시지는 나다움을 지키며 가꾸어 가라고 말하기보다는 더 많은 스펙으로 남들보다 뛰어나고 유능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이야기하는 경우가 많아요회사 에서도 다른 사람과의 경쟁에 뒤쳐지면 안 되기 때문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자신만의 생존 전략(?)이 있어야 하는 것 같고요.

 


 

: 많은 사람이 20대부터 대학졸업하자 잘 나감에 대한 강한 압박을 받곤 해요. 누구누구는 어디 취직해서 완전 잘 나간다, 누구도 엄청 잘 나간다 더라는 말들이 끊이지 않죠. 하지만 솔직히 신입사원이 잘 나가면 얼마나 잘 나가겠어요, 일단 구르는 거죠. (웃음) 허상 같은 압박이 우릴 괴롭히고 초조하게 하고, 사회에 나가자마자 빨리 그 사회의 룰에 적응해서 남들보다 뛰어난 성과를 가지는 것이 최우선 과제처럼 느껴지는데, 저는 일단 당장 어떤 성과나 잘 나감을 달성하는 것 보다 실전 사회를 맞닥뜨려 다시 한 번 삶의 자세-실전편을 잡는 것이 먼저라고 생각해요. 우리가 배웠던 이론은 실전과 물론 다르지만 그렇다고 실전만이 우선은 아니죠, 우리가 배운 원칙을 어떻게 적용할까를 고민해야 합니다. 사회에 나와서도 건강한 자아상은 여전히 중요하고, 관계를 진실하고 건강하게, 당당하게 맺는 것도 그렇죠. 일단은 사회 앞에 일개 메뚜기 같아 보이는 나를 잘 세워야 합니다. 사회에 적응하고, 또 많은 것을 받아들이면서도 다른 사람들의 세계관이나 가치관에 흔들리지 않도록 말이죠.

또 한 가지 더 이야기 하자면, 회사생활에서는 이것저것 다 잘하거나 내가 못하는 것까지 전부 잘 하려고 애쓰기보다, 자기의 장점을 최대한 살려서 저 사람에게 이것만큼은 믿고 맡겨도 되겠다.’는 믿음을 줄 수 있는 한 분야를 잘 잡았으면 좋겠어요. 한가지라도 확실히 잘하는 것을 만드는 거죠. 참고로, 하나를 잘 해서 칭찬받기 시작하면 자신 없던 다른 일들도 함께 치고 올라가 잘하게 되는 경우가 많답니다. (웃음)

 

: 그렇군요. 다른 사람들보다 유능해지고 내가 더 잘나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다움을 더 발전시켜 나가 고, 직장생활 속에서 내 몫을 톡톡히 해내기 위해 부지런히 실력을 키워야겠다는 마음이 드네요. 그럼 조금 다른 질문을 드려볼게요. 최근에 인터넷에서 직장인들을 친절도업무 능력이라는 두 축으로 나누어 4개의 유형으로 이야기하는 호사분면에 대해서 들어보셨나요? 일을 잘하는데 친절하기까지 하면 호 인이지만, 일은 잘하지만 소위 ()가지가 없으면 호랭이’, 일은 못하지만 친절하면 호구라고 부르죠.

저는 개인적으로 이걸 보면서 마음 한편이 씁쓸했어요. 직장에서는 소위 네가지가 없어도 일을 잘하는 호랭이가 그 반대인 호구보다는 낫다는 인식이 만연해 있는 것 같아서요. 이 부분에 대해서 학사님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 일을 잘하고 못하고는 능력의 문제이지만, 성품의 문제는 그리스도인으로서는 포기할 수 없는 당위의 문제에요. 다만 성품이 좋다는 말이 무조건 받아주고 들어주거나 마냥 친절한 것을 의미하지는 않죠. 직장의 선한 사람은 친절하되 냉철하고, 인격적이되 정확한 사람이에요. 동료를 인격적으로 대하지만, 일을 진행시키기 위해서 압박해야 할 때는 에너지를 들여 독촉해야 하구요. ‘좋은 사람 콤플렉스때문에 관용을 베풀다가 일이 늦어지고 전체에 해를 끼치는 것은 절대 선하거나 친절함이 아닙니다.

 

: 저도 그 말씀에 충분히 동의합니다. 이번에는 저 의 또 다른 관심 주제인 여성의 직장생활에 대해 몇 가지 질문 드릴게요. 세상이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 만, 여전히 사회에서는 여성은 가족 부양이나 생계에 대한 책임이 없거나 크지 않기 때문에 직장생활에 대한 책임감이 약하다는 왜곡된 인식이 있는 것 같아 요. 결혼을 하거나 아이가 생기면 직장생활을 중단하게 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 같아요. 이러한 왜곡된 인식에 대해 어떻게 극복해 나갈 수 있을까요?

 

: <비정상회담>이라는 프로그램에서 패널 타일러 씨가 했던 말이 있어요. “왜 가정이 우선이냐 직장이 우선이냐, 라는 질문을 여자에게만 하나요?”성역할을 나누어 질문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죠.


모든 노동은 생계 뿐 아니라 사회적 성취와 비전도 포함한 개념인데 생계에 대한 책임이 적어서 일에 대한 책임감도 약하다라는 말은 그냥 편 가르기를 위한 말 같아요. 또한 여성의 출산을 개인의 기쁨, 해당 가족의 일이라고만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요. 출산과 육아는 우리 사회 전체가 공동체적으로 반드시 해야 하는 공동의 숙제를 나누어 감당하는 것입니다. 출산을 지원하는 것은 개인의 복지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저출산이 심각한 우리나라의 사회적 문제를 함께 풀기 위한 것입니다.

 

: 정말 공감 가는 의견이네요. 출산 이후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것에 많은 어려움을 느끼셨을 텐데 학사님은 어떻게 극복하고 계신지 궁금합니다. 이와 더불어서 출산과 육아로 인해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그 시간을 잘 이겨낼 수 있는 마음가짐이나 방법이 있을까요?

 


 

: 저는 제 힘이 아니라 육아를 도와주시는 친정가족, 역시 바쁜 아내를 이해하고 육아를 함께하고자 애쓰는 남편, 상황을 이해해주는 직장 동료들, 또 역시 이해하고 나누는 동네의 다른 아이엄마 들. 그 모든 분들의 도움과 함께 일과 육아를 병행 하고 있어요. “아이가 자라기 위해서는 한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매일매일 와 닿죠. 저 같은 경우 에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일찍 퇴근해서 아이의 또래 친구들 엄마들과의 모임에 참석하였고, 그 속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어요. 다만 일주일에 한 번 일찍 퇴근한다는 것이 일반 직장 맘들에게는 쉽게 적용될 수 없는 이야기여서 조심스럽네요.

여기서 워킹맘으로서 좋은 점(?)을 한 가지 나누자 면, 저는 육아에 대해 최선을 다하겠지만 완벽한 엄마가 될 것은 자연스럽게 포기하게 되었다는 거예요. (웃음) 아이에게 가장 좋은 것만 주고 싶다는 것은 욕심이며, 나는 참 한계가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정하게 되면서 하나님이 채우시겠구나, 라는 마음이 들었어요. 그러면 아이에게도 조금은 덜 기대하게 되고, 결론적으로 나 스스로 스트레스를 덜 받게 되죠.

그리고 경력 단절이 큰 문제가 되는데 경력단절이 되면 이제 끝이다는 메시지에 속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어렵지만 불가능하지는 않아요. 다만 만약 직장으로 돌아갈 마음이 있다면 그것을 계속 기억하고 되새기고, 언젠가는 돌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지고 준비를 해야죠. 개인적으로 저는 기독인, 특히 경영인들이 경력단절 여성들이 다시 사회로 복귀 하는데 더 적극적으로 돕고, 기독 공동체는 이것을 지지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저도 창업하면서 출산과 육아로 경력이 단절되었던 분을 채용했는데, 어떤 때는 제한이 있기도 하지만 대신 회사에서 다른 젊은 친구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을 이 분이 굉장히 든든히 받쳐주세요. 저의 첫 상사도 워킹맘이었는데요. 출근하자마자 바로 회의를 시작하는 등 수많은 업무를 근무시간 내에 무서운 집중력으로 처리하시곤 했어요.

 

: <미생> 5국에서도 직장 여성이 겪는 성차별과 워킹맘의 딜레마에 대해 다루었는데요. 워킹맘은 집에 서도 회사에서도 죄인이라는 대사가 있어서 마음이참 답답했어요. 마지막으로, 이런 녹록치 않은 현실을 이기고 오늘도 분투하고 있을 워킹맘들 그리고 이 땅의 모든 직장인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직장에서 직면하는 어려움, 사회 구조적인 문제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개인의 의지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가 함께 가야 해요. 특히 여성에 대한 유리천장과 경력단절, 육아와 일의 병행의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체가 있다면 기독공동체는 그를 격려하고 지지하며 함께 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 ‘일하는 남성’, ‘일하는 여성이라는 잘못된 사회 전제를 깨뜨리고, 모든 기독인이 분투해야 할 문제입니다.

덧붙여서 여성들이 외연을 확장하는 일에 더 적극 적으로 움직였으면 해요. 관심사별 모임이나 주부 성경공부 모임을 하는 선배님들 모습에 큰 도전을 받았습니다. 소규모로 다양한 모임을 만들어서 참여하면 좋겠어요. 사회의 흐름을 거스르며 대안적인 삶을 추구하려면 공동체로 갈 수밖에 없습니다.

함께 울고 웃으며 그 길을 같이 걸어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까지 나눈 제 이야기는 정답도, 성공 스토리도 아니에요. 독자 여러분처럼 그저 분투하고 있는 한 사람일 뿐입니다. 세상의 모든 기독 직장인들에게, 건투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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