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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공동체를 이루는 힘, PBS에 있다!_안한영

공동체를 이루는 힘, PBS에 있다!



새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기 좋은 때입니다.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좀처럼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 중 하나가 경건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매일 치열한 삶을 위해서는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뒷전이 되기 십상이죠. 그래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학사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이들의 고백을 통해 영성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을 얻어 가시고 경건에 이르도록 연단하는(딤전4:7) 기쁨을 맛보면 좋겠습니다.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 얍!》 기도 속에서 하나님과 친밀해지다_전재중 ◆ 공동체를 이루는 힘, PBS에 있다!_안한영 ◆ 회복의 동력, QT!_한병선 ◆ 영혼과 삶의 양식인 성경읽기_황신혜






훈련 받은 대로


IVF 운동을 하면서 들었던 몇 가지 인상적인 말이 있습니다. 그 말들이 제 마음을 울려 아직도 기억하고 있는데요. 첫째, “그 운동이 성공했는가, 실패했는가를 보려면 그 사람이 졸업 후 20년 뒤에 어떤 삶을 살고 있는가를 보면 된다.” 선배들과 간사님들에게서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습니다. 둘째, 대학 3학년 대표를 할 때였는데, 필리핀의 한 부족을 위한 성경번역사역에 한평생을 헌신하신 선교사 부부가 하신 말씀입니다. “하나님 앞에서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훈련하라”는 메시지는 지금까지 삶의 모토가 되고 있습니다. 또한 4학년 여름방학 때, “우리 어디서 무엇이 되랴”라는 주제로 졸업생 인생 설계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습니다. 세미나를 마치면서 어느 간사님이 “제발 IVF에서 훈련 받은 대로 사세요”라고 호소했던 말씀이 아직도 귓가에 쟁쟁합니다.



PBS와의 인연


처음 PBS(Personal Bible Study)를 접한 것은 대학 3학년 때였습니다. 전국에서 리더들이 모여 ‘BIBLE&LIFE CONFERENCE’를 2주간 진행했는데요. 집중적으로 PBS와 성경신학 등을 배우면서 말씀의 깊이에 눈뜨고 하나님을 한평생 섬기고 그분을 위해 나 자신을 드리겠노라고 결심했습니다. 이때 훈련 받은 PBS가 평생의 자양분이 되었습니다.


졸업 후 후배들이 챕터캠프에서 PBS 훈련을 해줄 것을 부탁하여 그러마 했습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고등학교교사 임용을 위한 면접 일정이 PBS 강의 일정과 겹치게 되었는데, 저는 무모하게 면접시험을 포기했죠. 그런데 오히려 학교 측에서 면접시간을 조정해 주어 그 학교에 지금까지 20년 넘게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제 교직의 시작은 PBS와 맞닿아 있습니다.






TCF에서 PBS 훈련을


교사로서 저는 TCF(한국기독교사회)에서 활동하였습니다. 그분들은 격주로 PBS 나눔을 하고 있었는데, IVF보다 강도 높게 PBS 훈련을 하고 학교 현장에 적용하면서 살아가는 열정이 대단한 분들이었습니다. TCF에 처음 온 선생님들은 다른 소그룹에 참여하지 않고 한 학기 동안 집중적으로 매주 PBS 훈련을 받았습니다. 사람은 세워놓은 위치만큼 성장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곳에서 훈련을 담당하다 보니 PBS가 훨씬 더 익숙해졌습니다.

  

20대에 IVF 운동을 하면서 하나님이 주신 마음은 평신도 사역이었습니다. 그 마음을 갖고 교회갱신과 제도의 혁신을 꿈꾸었지만 어찌할 수 없는 현실에 좌절을 맛보기도 했습니다. 교회가 갱신되고 건강하려면 시스템과 제도의 변혁 못지않게, 한 사람 한 사람이 말씀에 인격적으로 깊이 반응하는 누적된 순종의 과정을 통해 생애적 헌신이 가능하다는 판단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성서유니온과 인연을 맺어 교회 청년부와 구역장들에게 성경묵상을 소개하고 정착시키고자 노력했습니다. 이후 같이 사역하자는 성서유니온의 제안을 받아들여 가정주부를 비롯해서 직장인, 목회자, 선교지 파송을 앞둔 선교사에 이르기까지 성경묵상과 PBS 강의를 수차례 해왔습니다. 자발적으로 참가비를 지불하고 1시간 30분이 넘는 거리를 마다하지 않고 달려와 늦은 시각까지 훈련받는, 이렇게 말씀에 갈급한 사람들이 많은 것을 보고 그분들에게서 오히려 커다란 감동을 받았습니다.



교회에서 PBS를 


중학생 때부터 다닌 지금의 교회에서 청년부를 대상으로 한두 번 PBS 강의를 한 적이 있습니다. 강의 후 그들은 PBS를 하면 좋겠다는 생각은 했지만, 준비하는 데 드는 시간과 노력이 만만치 않아 모임이 형성되지는 못하였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해인가 성서유니온에서 개인성경연구 책을 출간하고 PBS 워크숍을 진행했던 적이 있는데, 그곳에 참가했던 교회 분들이 우리도 PBS를 해보자며 자발적으로 모임을 결성했습니다.


영적 갓난아이들이 대부분이었지만 넘치는 의욕을 갖고 매주 7-8명이 모여 마가복음을 본문으로 2년간 함께 공부했습니다. IVF에서 만난 아내도 멤버로 참석하여 서포터요 동역자로 나눔의 깊이를 더했습니다. 모임에 함께한 사람들은 말합니다. PBS를 하면서 이제껏 알고 있던 예수님의 얼굴과 예수님의 실제 얼굴이 정말 많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말씀이 주는 생명력과 울림을 경험하였다고요. 당신의 백성을 향한 사랑에 눈멀어 죽기까지 섬기신 예수님의 진면목을 알게 되면서 사람들에게서 감동이 일어났습니다. 이 땅에 오셔서 낮아지고 거절당하며 죽음으로써 당신의 백성을 섬긴 예수님의 삶에 마음이 움직이면서, 하나님 아파하시는 곳에 ‘내’가 서있기를 바라는 섬김의 마음이 구체적으로 삶에 적용되기 시작했습니다.


 

  

또한 창세기를 5년 동안 함께 공부했습니다. 하나님이 당신의 형상대로 인간을 지어 통치권을 위임하셨지만 하나님의 뜻을 버리고 떠난 인간들에게 친히 언약을 맺어 하나님의 통치를 구현하는 믿음의 사람으로 새롭게 창조해가는 과정을 배워나갔습니다. 교사로서의 보람은 내가 가르친 학생들이 훌쩍 성장해 있는 것을 보는 것인데, 성경교사의 보람도 역시 함께 하는 사람들이 영적으로 자라가는 것을 볼 때입니다. 사오십 대의 아줌마 아저씨들이 말씀에 깊이 반응하고 순종하는 성장의 과정을 보는 것은 경이로운 경험이며 보람이었습니다. 매주 모이기를 사모하고 서로를 향한 간절함이 더해가고 있는 중입니다. 이에 힘입어 곧 6년 예정으로 이사야서 PBS를 하기 위해 워밍업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8년 넘게 정기적으로 PBS를 하고 적용을 하면서 자신들이 가진 재물을 나누어 이웃의 아픔에 동참하는 일이 일상적으로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지적장애와 지체장애를 가진 어른들을 찾아가 매달 봉사활동을 하고, 형편이 어려운 동료를 위해 전세금을 마련해주고, 손가락이 마비된 학생의 수술을 주도하기도 했습니다. 형편이 어려운 학생의 대학입학금을 지원하고, 한뎃잠을 자는 독거노인에게 거처를 마련해 주고, 곰팡이 가득한 반지하 주택에 사는 할머니와 손자를 위해 집을 개조해 주었습니다.


성경묵상과 PBS를 교회에서 시작하면서 깨달은 것은, 구원은 개인적이지만 사역은 공동체적이라는 것입니다. PBS를 혼자 하려고 했다면 금세 주저앉았을 것이고 왕년에 나도 한번 해보았지 하는 추억거리로 남았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학사가 된 후 만난 TCF, 성서유니온, 교회 등의 여러 공동체에서 PBS를 계속해야 할 기회가 생겼고 꾸준하게 해올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결국 하나님나라는 단독자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고 살아가는 공동체로 존재함을 체득했고, 파편화된 개인의 애씀보다는 공동체적인 사역의 힘이 큰 영향과 울림을 줄 수 있음을 확인했습니다. IVF에서 받은 훈련이 든든한 모판이 되고 토대가 되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습니다.




평생 PBS


제 인생에서 최근 10여년만큼 PBS를 열심히 하는 때도 없는 것 같습니다. IVF에서 받은 마음의 울림과 배운 대로 사는 것은, 세월이 흐르고 나이가 들어갈수록 하나님을 향한 열망이 불 일듯 일어나는 일이라 생각합니다. 하나님이 다윗에게 말씀하신 것처럼 내 마음에 합한 사람이었다는 평가를 우리 모두가 들었으면 좋겠습니다. 그것보다 더 큰 영광은 없으리라고 믿습니다. 하나님 앞에서 살아가는 기독 학사들은 단지 젊었을 때 반짝했다가 나태해지는 사람이 아니라 세월이 더해갈수록 신앙과 인격이 성숙한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에 우리 IVF 운동의 진정한 힘이 있다고 믿습니다. 


저는 인생 후반기에 ‘실버사역’을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라 생각합니다. 정년을 마치면 귀납적 성경연구를 주로 하는 에스라성경대학원대학교 같은 곳에서 공부하며 그동안 해왔던 PBS를 신학적 기반으로 풍성하게 채우고 노년층을 위한 PBS 모임을 이끌어보고 싶습니다. 그래서 노인들이 고집 센 늙은이가 아니라 존경받는 어른으로, 말씀의 권위와 지혜로 하나님의 경륜을 후세에게 전승해 줄 수 있는 사람들로 자리매김 하기를 소망합니다. 윌리엄 윌버포스는 노예제도 지지자들에게서 온갖 중상모략과 비방을 듣고 죽을 고비를 넘겼지만 절대 굴하지 않고 전 생애를 바쳐, 마침내 영국에서 노예를 해방하겠다는 목표를 하나님이 주신 사명으로 알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냈습니다. 그만큼은 아니어도 누군가 하나의 문제의식을 붙잡고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다른 이에게 격려가 되고 힘이 되리라 믿습니다. 


교회가 타락하고 무너지고 있는 어두운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때로는 짐이 너무 무겁고 실망과 낙심이 몰려옵니다. 얼마나 많이 벗어버리고 도피하고 싶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사도 바울처럼 이미 복음에 빚진 자들이며, 하늘의 소망과 믿음의 비밀을 함께 나누는 참된 복을 받은 사람들입니다. ‘가나안 성도’ 운운하는 이런 때에 교회를 떠나는 건 아주 쉽습니다. 더욱 어려운 일은 그 자리에 남아 교회를 지키는 일입니다. 제자들마저 교회를 향한 날이 선 비판과 일리 있는 변명으로 합리화하며 교회를 떠날 수는 없습니다. 이럴 때일수록 교회를 돕는 운동으로 존재하는 IVF 회원들이 마지막까지 남아 믿음의 순결을 지키는 그루터기가 되는 것이 더더욱 중요합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바로 그리스도의 몸인 교회이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나그네 된 삶을 사는 동안 더욱 용기를 내어 서로 서로 붙잡아 주어야 합니다. 저는 이것을 이루어내는 힘이 말씀에 있고 이 방법이 PBS에 있다고 믿습니다. 



이미 언급했듯이, 제가 지금까지 꾸준히 PBS를 해올 수 있었던 것은 공동체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함께 모여 서로의 삶을 주목하고 서로의 인생을 지켜봐 주는 그룹이 있어서 함께 성장하는 것이 가능했던 것 같습니다. 그게 건강한 교회를 복원하는 길입니다. IVF 멤버라면 누구라도 먼저 깃발을 들고, 훈련 받은 대로 PBS를 다시 시작해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결심과 실천이 모여 열매를 맺고, 그리스도의 향기가 우리의 이웃에게 더욱 풍성하게 퍼져 나가면 좋겠습니다. 


2년 후면 종교개혁 500주년이 됩니다. 믿음의 선조들이 그러했던 것처럼, “오직 말씀”으로 “무명한 자 같으나 유명한 자요 죽은 자 같으나 살아 있는 사람(고후 6:9)”으로 살고 싶습니다. 삶에 깊이 뿌리내린 교회 변혁의 미래를 보고 싶습니다. 이 땅과 교회의 주인이신 예수 그리스도를 온 세상 가득히 인정하게 되는 그 날을 기대합니다. 하나님을 향한 애끓는 부르짖음과 거룩한 분노가 넘쳐나기를 소망합니다. “예수 우리의 왕, 그를 위하여!” 




안한영숭실대83

중학생 시절부터 출석하는 교회에서 장로로 섬기고 있으며, IVF 수련회에서 아내에게 붙잡혀(?) 3명의 자녀들과 가정을 이루었다. 25년간 교직에 몸 담고 있으며, 남서울IVF 이사와 성서유니온교회(SU) 부이사장으로 섬긴다. 교회에서 매주 PBS 모임을 인도하며, 은퇴 후에는 실버 세대를 위한 PBS 모임을 하는 게 꿈이다.
















vol.218│2015.02*03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