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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중심으로 창세기 읽기 - 김근주

하나님 중심으로 창세기 읽기 - 김근주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창세기에서 배웠다 

In the Beginnig 

마르바 던 지음 | 김순현 옮김 | 4*6판 248면 | 12,000원 




창세기에서 배웠다

저자
마르바 던 지음
출판사
IVP | 2013-01-1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창세기 1-3장은 성경적 세계관 형성에 필요한 거의 모든 것을 ...
가격비교



새해는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시는 은혜다. 그래서일까.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새해를 맞아 새로운 결심을 한다. 그 대표적인 결심 중 하나가 성경 읽기와 기도다. 그러나 공부에 열중하던 시절의 참고서들처럼 우리들의 열심과 결심은 거의 창세기를 넘기지 못한다. 그런 이들을 위한 희소식! 딱 3일 동안 매일 한 장씩, 그것도 창세기 3장까지만 읽으면 창세기뿐 아니라 복음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다고 선언하는 책이 출간된 것이다. 마르바 던의 「내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창세기에서 배웠다」가 바로 그 책이다. 이 얼마나 기쁜 소식인가! 



수십 번은 듣고 읽어 진부해질 때로 진부해진 창세기 1-3장에서 던은 예전적 읽기(Liturgical Reading)를 통해 참으로 놀랄 만큼 새롭고 많은 하나님의 계획들(삼위일체 같은 전통적인 주제에서부터, 생태와 여성, 공정한 식량 배분이라는 현대적인 문제에 이르기까지)을 발견한다. 그녀가 말하는 예전적 읽기란, 성경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성경을 어떻게 우리에게 적용할 수 있는지와 같은 자기중심적 읽기가 아니라, “본문이 하나님에 대해 뭐라고 말하는지, 본문의 의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님을 예배할 수 있는지”와 같은 하나님 중심의 읽기를 뜻한다. 




저자는 이런 시각으로 본격적 묵상을 책 5장에서 시작해 책 전반에 걸쳐 펼쳐 낸다. 그럼 빛나는 통찰로 번뜩이는 몇 부분들을 살짝 맛보도록 하자. 먼저 창조세계를 정복하고 다스리라는 명령이 에덴동산을 경작하고 지키는 명령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본문에서 던은, 정복과 다스림의 명령이 이제껏 지나치게 폭력적 지배로 이해되어 왔음을 본다. 그녀에 따르면 땅에 대한 세심한 돌봄과 배려야말로 정복과 다스림 명령의 실질적인 내용이다. 이 땅에 참된 왕으로 오신 예수 그리스도의 다스림 역시 섬김과 희생이었음을 볼 때, 창조세계에 대한 인간의 무제한적인 개발과 파헤침은 신앙적인 가치와 거리가 멀다는 그의 지적은 의심심장하다. 



또한 던은 하나님이 사람과 짐승에게 먹을 것을 주셨다는 1:29-30에서 정의를 읽어내고, 인간이 세상을 다스리도록 세워졌기에 이 땅에 살아가는 모든 이들이 굶주리지 않도록 돌보고 나눌 책임이 인간에게 있음을 제시함으로 창세기의 축복을 누림과 권리라고만 생각해왔던 우리의 이해를 교정해 준다.남자와 여자의 타락을 다루는 창세기 3장 읽기 또한 매우 빛난다. 원죄와 선택, 고통이 존재하는 세상 같은 전통적이면서 묵직한 주제를 언급하며 그녀는, 범죄한 사람들이 생명나무로 가는 길을 막은 것은 “죄스러운 상태로 영원히 사는 것을 방지”하려는 하나님의 은총의 결과라는 매우 흥미로우며 설득력 있는 풀이를 제시한다. 하나님 없이 누리는 영생은 얼마나 허망하고 끔찍한 일인지 돌아보게 하며 영생의 본질이 하나님과 더불어 풍성하게 사는 것임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원죄에 대한 추상적이고 피부에 와 닿지 않는 전통적인 이해를 뛰어넘는 생생한 마르바 던의 통찰에서 볼 수 있듯이 그녀의 시각은 나 중심의 해석학에 익숙해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많다.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바라보는 여자의 시선인 “먹음직도 하고 보암직도 하고 지혜롭게 할 만큼 탐스러움”을 예수께서 광야에서 당한 세 가지 시험, 그리고 요한일서가 제시하는 육신의 정욕, 안목의 정욕, 이생의 자랑과 비교하는 부분이 그렇다. 이 세 가지 유혹에 대한 현대적 적용은 매우 인상적인데, 앎에 대한 끊임없는 추구의 위험성에 대한 그녀의 지적은 특히 주목할 만하다. 뱀이 선과 악을 아는 일에 하나님처럼 된다고 유혹했던 것과 요한일서의 이생의 자랑을 연관시키면서, 던은 일어나는 모든 일을 파악하고 이해하려는 안정적 이해에 대한 열망이 이 유혹의 현대적인 표현임이라고 지적한다. 결국 던에게 있어서 성경을 이해하는 근본적인 방식은 “경배의 해석학”이다. 앞서 말했듯이 하나님께 초점을 맞추고 경배에서부터 시작하는 것이 고통과 고난을 다루는 최선의 방법이며, 성경의 한 단어 한 단어를 이해하는 최상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책 전체에 걸쳐 저자는 우리네 문화와 현실 속에서 우리가 저지르고 있는 생태계 파괴와 문화적 고정관념, 성차별, 기아와 빈곤 문제 등을 우상숭배라 꼬집고, 교리적이고 지식적인 차원에서 삼위일체 신앙을 고백하는 전통교회에 대해 예리하게 비판하며 우리가 믿는 바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강력하게 도전한다. 



물론 하나님에 대한 경배로서의 창세기 읽기에 집중한 상상력 넘치는 던의 설명에도 아쉬운 부분들이 있다. 책 곳곳에서 던은 창세기 본문에 숫자 7과 그 배수가 여러 차례 쓰인 것을 지적한다. 흥미로운 관찰이지만 너무 무리한 해석으로 보여지는 부분이 그렇고, 상상력과 기쁨이 넘치는 저자의 이해와는 어울리지 않는 3:15에 대한 전통적 이해를 고수하는 부분이 대표적으로 그렇다. 그녀는 여전히 3장 15절의 “악의 세력과 여자의 자손 사이의 영원한 싸움”을 이야기하며 사람의 자손이 “저 영원한 싸움에서 심각한 상처를 입겠지만, 그 와중에 뱀의 자손에게 치명적인 타격을 안겨 줄 것”이며, “마지막 때에 있을 궁극적 승리, 하나님 통치의 절정, 하나님의 우주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하는데, 이런 해석은 이 구절에 대한 지극히 전통적인 견해에 머물러 있는 것이다. 또한 이전 페이지에서 던은 뱀이 사탄으로 여겨지지 않으며, 포로기 이후에야 사탄이 히브리 문학에 독립된 존재로 등장한다고 이해하며 언급하는데, 이러한 견해는 3:15에 대한 전통적인 해석과 충돌된다. 그런 점에서, 던의 책이 창세기의 첫 세 장 읽기만으로 근본적인 모든 문제를 다룬다는 점에서 신선하며 곳곳에서 빛나는 통찰들을 보여 주지만, 전반적으로 늘 제기되는 문제들이 다시 제기되고, 늘 제시되던 생각과 방식들이 대안으로 다시 제시된다는 점에서, 다소 평이하다는 인상을 준다. 




그러나 성경을 끝없는 적용의 책으로 읽는 것의 피곤함이 만연한 오늘 우리 현실에서, 하나님을 경배하는 것에 집중하는 던의 창세기 읽기는 여전히 새롭다. 무엇보다 삼위일체에 대한 묵상에서 나온 폭력과 탐욕, 소비지상주의 삶으로 끌어당기는 강력한 문화의 힘을 저항하게 하는 공동체를 강조한다는 점에서 그렇다. 저자의 안내를 따라 나 자신을 들여다보기보다는 하나님을 바라보고, 하나님이 행하시는 일을 찬양하고 경배하라. 새해를 시작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모든 관계들 속에 담긴 하나님의 뜻을 이해하고 찬양하며, 창조세계 가운데 나타난 하나님의 뜻을 묵상하고 찬양하자! 



김근주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교 신학대학원에서 목회학 석사와 신학석사 학위를 받은 후, 영국 옥스퍼드 대학교에서 이사야 연구로 구약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웨스트민스터 신학대학원대학교 구약학 교수로 재직했으며, 현재는 기독연구원 느헤미야에서 강의와 집필에 전념하고 있다. 



IVP북뉴스 2013년 1-2월 호 (통권108호)




■ 책 속으로 


성경이 주제로 삼는 것은 하나님입니다. 성품 형성과 관련된 책을 시작하면서 너무 빤한 논점을 제시한다고 생각할 분도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이 문제를 한번 진지하게 숙고해 보시면 우리가 성경을 읽으면서 종종 이런 상상을 하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성경이 주제로 삼는 것은 바로 우리 자신이라고요. 

... 

우리가 처음부터 다른 질문들을 던진다면 어떤 일이 일어날까요? 

“이 본문에서 하나님이 하시려는 게 뭘까?” 

“이 구절에서 하나님이 삼위 가운데 한 위격에 대해 혹은 세 위격 모두에 대해 무엇을 알리시려는 걸까?” 

사소한 문제 같지만, 이것은 실로 엄청난 관점의 전환입니다. 초점이 자기개선에서 경배로 옮겨간 것이니까요. (1. 성경의 주제는 하나님이다, pp. 11-12) 


하나님의 은총을 속속들이 알면 알수록, 하나님을 바라는 우리의 마음은 더욱더 커져 갑니다. 그리고 이 장의 서두에서 머튼에게 배웠듯이, 우리는 우리가 바라는 대상에 의해 만들어집니다. 이것은 은총이 다른 이들을 통해 우리에게 다가올 때에도 그대로 적용됩니다. 남들이 우리에게 없는 어떤 고매한 덕목을 드러내 보이면, 우리는 그들이 그러한 덕목을 소유하고 있음을 보고 그것들을 점점 더 소유하려 들게 마련입니다.…하나님이 모든 것의 근원이심을 깨달으시기 바랍니다. 우리가 칭찬하는 온갖 덕목이 처음부터 하나님 안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나님은 그러한 덕목들을 사모하는 마음을 우리 안에 두신 창조주이십니다. 우리는 어떤 종류의 사람이 될 것인가에 마음을 쓰도록 지어졌습니다. 기독교 공동체의 규칙과 목표 들은 우리를 도와 성품에 관한 물음들을 던지게 하는 이야기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성경 전체를 읽어 보면, 성경이 나쁜 성품과 좋은 성품의 수많은 보기를 보여 주면서, 우리로 하여금 후자를 더욱더 갈망하게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4. 행동과 공동체와 이야기가 성품을 형성한다, pp. 53-54) 


멍에의 줄을 끌러 주고 멍에를 벗겨 주는 것은, 사태의 진상을 파헤치고, 피상적인 문제 설명의 이면을 파고들고, 근본 원인들을 찾아내는 것을 의미했습니다. 우리의 빵을 굶주린 사람들과 나누는 것은 평등한 나눔을 의미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식료품 경비를 반으로 갈라, 절반은 우리를 위해 쓰고, 나머지 절반은 이 세계의 궁핍한 이들을 위해 쓸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는 먹는 방식을 바꾸고, 이것이 하나님이 원하시는 금식임을 깨닫게 될 것입니다. 이를테면 궁핍한 이들을 늘 염두에 두고, 그들을 우리 생활비의 중심에 두는 것입니다. 다른 이들을 옥죄는 굴레와 억압이 어떤 것이든, 우리는 그러한 멍에들로부터 다른 이들을 해방시켜 줄 수 있습니다! (8. 정의를 위해 행동하라, p. 108) 


우리가 에덴의 희열을 가급적 많이 맛보며 살려면 우리의 성적 결합을 위한 삼위일체의 의도를 따라야 할 것입니다. 그렇게 할 때에만 에덴의 희열을 맛볼 최선의 기회를 얻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른바 ‘결합하기’는 절대적인 충성과 온전한 헌신을 필요로 합니다. 우리 사회는 낭만적인 연애와 연정을 바람직한 결혼생활의 가장 중요한 요소로 꼽지만, 열정은 쉬이 식게 마련입니다. 본문에서 ‘결합하다’라는 단어가 사용된 것은 의지가 감정보다 중요함을 암시합니다. 누군가와 결합한다는 것은 무슨 일이 생겨도 그 사람을 떠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13. 인간의 성적 결합을 위한 하나님의 계획, pp. 160-161) 


참된 예배는 하나님의 선 안에서 안식하는 것, 우리의 조바심과 염려를 멈추는 것, 하나님의 아름다움을 누리는 것, 그분의 진리를 껴안는 것입니다. 이 책에서 고찰한 대로, 하나님은 여섯 날 동안 지으신 모든 것을 조화롭게 뒤섞으시는 가운데 자신의 계획, 질서, 전능한 능력을 여실히 드러내셨습니다. 그러나 삼위일체가 지니신 성품의 가장 중요한 측면은 주님의 은총입니다. 그 은총이 지금도 우리를 감싸고 있습니다. (18. 진정한 예배, 신실한 삶, p. 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