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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F/IVP

[시심 2월호 영혼의 창] 시심백일장 - 소원의 탄생, 이지연

소원의 탄생 - 이지연



2014 년 4월 26일, 무려 스무 시간의 진통 끝에 소원이가 탄생했다. 출산의 고통은 말이나 글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한, 너무나 기가 막혀서 헛웃음이 나올 정도의 것이었다. 하하. 그리고 지금, 또 말로 설명하기는 불가능하게 사랑스러운 아기와 함께 살면서 ‘아, 이렇게 귀한 시간이 오려고 그렇게 말도 안 되는 고통이 있었던 거구나.’ 하는 깨달음을 얻는 중이다. 




지난여름, 임신테스트기에 두 줄이 떴다. 두근두근하는 마음으로 혼자 산부인과에 가서 임신을 확인하고는, 더욱 두근두근하여 차를 타고 혼자 정처 없이 다니다가 치매로 누워 계신 할머니께 갔었다. 왠지 할머니를 만나야 할 것만 같았다. 그러고 나서 남편, 엄마, 시댁 식구들이며 가족들에게 새 가족이 입성했음을 알리고 참 많은 축복을 받았다. 나는 여자의 인생에서 한 번쯤은 상상해봤을 시간, ‘이제 내가 뱃속에 아기를 가지고 있는 경험을 하는구나!’라는 흥분에 가득 찼다. 




하지만 10개월이라는 시간은 그냥 흥분한 채로 “와우! 아기가 생겼어!”라고 들떠서 보내기에는 꽤나 긴 시간이었다. 책도 찾아보고 좋은 것들을 보고 듣고 열심히 준비해서 내가 꿈에 그리던 멋진 엄마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지만 이상하게도 시간이 갈수록 좌절과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느끼게 되었다. 뱃속에 새 생명이 있는 지극히 자연스러우면서도 기적 같은 이 상황이 시작된 이상, 내가 바둥거려서 될 일이 아니라는 생각만이 더욱 강해졌다. 하나님께서는 계속해서 나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명령하셨다. “가만히 내가 네게 하는 일을 지켜보아라.” 그렇다. 나는 믿고 맡기면 되는 것이었다. “나는 이제 엄마다!”라고 외치며 어떻게 좀 ‘해볼라고’ 잘 좀 ‘해볼라고’ 바둥거릴 때마다 결국 생각의 끝은 ‘맡기라’였다. 



그렇게 하나님께 맡겨진 내 삶, 내 몸에서 소원이가 탄생했다. 그런데 젖을 먹으려고 입을 “아” 하고 벌리는 꼬물거리는 미치도록 사랑스러운 내 새끼를 보니, 또 내가 어떻게든 잘해내야겠다는 온갖 다짐들로 마음이 채워지기 시작했다. 무한한 책임감과 함께 처음 임신하고 느꼈던 ‘좋은 엄마’에 대한 욕심이 튀어나왔다. 온갖 블로그와 잡지, 책을 뒤져가며, 육아 선배들에게 폭풍 질문을 쏟아내며, ‘좋은 엄마 되기’ 프로젝트에 돌입했다. 다시 시작된 나의 어떻게 좀 ‘해볼라고’ 하는 바둥거림은 이내 불안과 초조, 걱정과 근심, 분노와 싸움을 몰고 왔다. 



3개월 된 아기 엄마가 된 지금, 나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고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을 잠잠히 지켜보는 상태로 돌아왔다. 소중할수록 점점 더 나를 버리고 하나님께 맡겨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잠잠히 하나님만 바라며, 내 가정에 주시는 은혜를 누리기만 하면 되었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점점 내가 얼마나 아무것도 아닌지를 깨닫고 점점 더 주의 옷자락을 붙잡고 매달리는 나를 발견한다. 두려운 것이 너무 많았던 초보 엄마는 점점 세상 두려운 것 없는 평안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이 나의 귀한 딸 소원이가 탄생하면서 내게 준 선물이다. 아기는 부부가 지금까지 살아온 삶에 대한 보상으로 받는 선물이라는 말씀을 들은 적이 있다. 나의 딸 소원이는 엄마가 하나님만 의지하며 살아갈 수 있기를 바라는 더 큰 소원을 선물로 품고 나에게 왔다. 소원이가 나를 향해 생긋생긋 웃어주니, 이 소중한 시간들을 지켜내기 위해 하나님을 더욱 사모할 수밖에. 사랑해, 소원아. 하나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