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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영혼과 삶의 양식인 성경읽기_황신혜

영혼과 삶의 양식인 성경읽기



새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기 좋은 때입니다.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좀처럼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 중 하나가 경건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매일 치열한 삶을 위해서는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뒷전이 되기 십상이죠. 그래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학사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이들의 고백을 통해 영성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을 얻어 가시고 경건에 이르도록 연단하는(딤전4:7) 기쁨을 맛보면 좋겠습니다.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 얍!》 기도 속에서 하나님과 친밀해지다_전재중 ◆ 공동체를 이루는 힘, PBS에 있다!_안한영 ◆ 회복의 동력, QT!_한병선 ◆ 영혼과 삶의 양식인 성경읽기_황신혜





맥체인 성경읽기의 시작


나는 5년차 사회인이다. 직장인이라는 타이틀과 그에 따른 삶에 귀속되어 분주한 걸음을 걷게 된 지도 어느덧 4년이 지났다. 돌아보면, 학부시절에는 공동체의 리더로서 나를 위해, 그리고 공동체를 위해 기도하기를 힘썼다. 경건훈련으로 성경을 읽거나 QT를 통해 주님과의 관계를 맺어가고자 노력했다. 그러나 졸업을 하고 공동체에서 멀어지면서 안개가 서서히 걷히듯 세상의 현실이 눈앞에 다가왔다. 자발적으로 가졌던 경건의 시간은 자연스럽게 사라져 갔다. 볼 것도 많고 누릴 것도 많은 세상에 마음을 빼앗기기도 했다. 이따금 어려운 상황이 내면을 파고들 때에야 겨우 말씀을 읽고 그 시기를 견디어 내는 정도였다.


그러던 와중에 1년 전쯤 ‘맥체인 성경읽기’에 대해 다시 듣게 되었다. 물론, 중고등부 때 초록색 표를 받고는 그냥 책상 서랍에 넣어둔 기억이 있다. 저 성경읽기에 대해서 어디선가 들어는 보았으나 실제적 경험은 부족해 끝까지 해보지 못했었다. 그런데 교회를 옮긴 후, 목사님이 설교 중에 맥체인 성경읽기표로 말씀을 보면 그 맥락을 더 구체적이고 깊이 이해하게 된다고 말씀하셨다. 그 교회는 2010년에 만든 ‘맥체인 성경읽기 달력’이라는 책자를 통해 전교인을 대상으로 성경읽기를 권장하고 있음을 나중에 알게 되었다. 그동안 나는 성경을 단편적으로 묵상하거나 무작정 읽기만 했다. 당시에 바로 실천하지는 못했지만 목사님의 권면에 힘입어 맥체인 성경읽기표를 따라 말씀을 체계적으로 읽어보자고 결단하게 되었다. 매일 살아있는 말씀 앞에서 영혼을 새롭게 하는 일이 좀처럼 쉬운 것은 아니었다. 몸과 마음을 다하여 애를 쓰지 않으면 꾸준히 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식하고 읽기를 노력하고 있다. 말씀은 내 영혼과 삶의 양식이기 때문이다. 





맥체인 성경읽기의 역사와 구조


맥체인 성경읽기표는 누구의 유익을 위해 만들게 된 것일까? 저자인 로버트 머리 맥체인은 영국의 목사로, 말씀을 통해 부흥을 경험했던 시절, 자신이 시무하는 교회의 성도들을 위해 이 성경읽기표를 만들었다고 한다. 맥체인 목사님에 대한 회고록을 지은 앤드루 보나는 맥체인의 동역자로서, 맥체인 목사의 사역과 그가 살아생전 남긴 글을 회고록을 통해 낱낱이 보여주고 있다. 나는 맥체인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그가 하나님의 말씀을 어느 정도로 중요하게 여겼는지 알게 되었다. 또한 그가 죽기 전까지 자신과 동역했던 신자들이나 자신이 담당한 사역에 얼마나 막대한 영향을 끼쳤는지도 알 수 있었다. 오직 말씀과 기도로 부흥의 역사를 일으켜 하나님을 영광스럽게 했던 그의 삶이, 오늘을 살아가는 나에게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는 것 같다. 


그의 글을 읽다 보면 내가 이전에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을 만큼 어려웠던 순간이 떠오르고, 그냥 주저앉으려 했던 내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이 밀려오기도 한다. 그의 회고록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사소한 것, 당시 자신이 어떤 감정과 상황에 놓여 있었는지를 글로 남겨서 나중에 다시 그 과정을 천천히 읽게 된다면, 지금 성경읽기를 주저하거나 포기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큰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맥체인이 성경읽기표를 만든 의도 역시, 성도들이 성경 전체를 통해 그 유익이 무엇인지를 깨닫고 알아 성숙에 이르도록 권면하고자 함이었을 것이다. 


먼저 맥체인 성경읽기표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겠다. 이것은 4개의 시작점으로 되어 있다. 일반적인 성경읽기는 창세기, 출애굽기 등, 한 권의 책을 정하거나 혹은 읽을 분량을 정해 놓는다. 맥체인 성경읽기에 관심이 없었을 때는 이 방법도 그저 어떤 기준에 따라 읽을 분량을 잘 나눠놓았구나 정도로만 생각했다. 그러나 4개의 시작점의 의미를 알게 되면서 관점을 가진 성경통독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되었다. 


4개의 시작점은 ‘언약의 관점’에서 성경을 통독할 수 있도록 돕는다. 우선 언약의 시작-창세기, 새 언약의 시작-마태복음, 언약공동체의 귀환(회복)-에스라, 교회의 시작-사도행전으로 분류된다. 한 해의 첫 달인 1월을 시작점으로 해서 구약과 신약의 시작점을 가정과 개인으로 각각 나누어 읽도록 성경읽기표가 구성되어 어느 성경읽기표보다 잘 짜여 있음을 알 수 있다. 무엇보다 그 짜임새는 4개의 시작점을 따라 통독하다 보면 알게 되는데, 먼저 한 가지는 구약의 본문이 신약의 본문을, 혹은 신약의 본문이 구약의 본문을 해석해 주거나 반복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맥체인 성경읽기의 장점

  

일반적인 통독 방식으로 성경을 읽다 보면, 구약과 신약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고 어느 부분에서 구체적인 연관성이 나타나는지 알기가 힘들었다. 그런데 맥체인 성경읽기는 이런 어려움을 어느 정도 해소해 주면서 하나의 맥락으로 말씀을 이해할 수 있도록 신구약을 이어주는 역할을 한다. 한 가지 예를 들자면, 같은 날짜에 통독하도록 되어 있는 예언서와 복음서의 내용이, 예수님에 대한 예언과 그 예언이 온전히 성취되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구약의 스가랴서와 신약의 요한복음 내용이 바로 그것이다. 

  

또한 이 성경통독을 통해 신구약의 유기적인 관계를 알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개인적으로 적용할 수 있었던 것도 아주 유익했다. 창세기에서 요셉이 언약을 대하는 태도와 복음서에서 제자들이 예수님을 대하는 태도를 함께 묵상했다. 두 본문을 통해, 같은 말씀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이는 상반된 모습을 비교해 볼 수 있었고, 여기에서 말씀을 보는 눈과 말씀을 대하는 태도를 기르도록 훈련할 필요성도 느끼게 되었다. 기존의 성경읽기 방식을 사용했을 때는 말씀을 깊이 생각하지 않고 습관적으로 무미건조하게 읽어 내려갔다. 그런데 위와 같은 방식으로 서로 다른 듯하지만 같은 맥락을 지닌 말씀을 함께 읽음으로써 성경 전체의 의미를 파악하며 삶에 적용할 수 있도록 노력하게 되었다. 

  

맥체인 성경읽기를 통해 좋은 습관도 생겼다. 깨달은 바와 느낀 것을 적어 놓고, 또 하나의 사건을 정리하는 차원에서 메모하고, 의문이 생기는 부분들을 기록으로 남기다 보니 말씀을 더 가까이 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또한 맥체인 성경읽기로 얻은 유익이 아닌가 싶다.





꾸준히 읽기

  

경건을 훈련하는 방식은 개인의 성향이나 기질에 따라 각자가 선호하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나 역시 맥체인 방법을 사용하기 전에는 함께하는 사람이 있지 않고서야 개인적 성향에 따라 자유롭게, 틀에 얽매이지 않는 방법으로 경건의 시간을 가져왔다. 현재는 말씀 그 자체에 대한 기대와 의미를 헤아리고자 맥체인 성경읽기를 계속해가고 있지만,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었다. 맥체인 성경읽기를 처음 했을 땐 누가, 왜, 어떻게 만들었는지에 대해 큰 관심을 두지 않았고 그저 표에 따라 개인 2장, 가정 2장으로 해서 총 4장을 읽기에 급급했다. 

  

또한 직장생활을 하면서 관계에 스트레스를 받거나 육체노동을 하고 돌아오면, 성경읽기는 더욱더 쉽지가 않다. 말씀보다 더 달콤한 유혹은 언제, 어디서든 찾아오기에 내일로 미루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 잠자리에 들기 전 졸린 눈을 비비며 읽는 둥 마는 둥 하다가 잠자리에 드는 일도 생기고, 그냥 방치하면 이마저도 하지 않게 된다. 게다가 해석에 대한 관점보다 흐름과 맥락을 파악하고 이해하는 것이어서 사실 말씀에 대한 배경이 아예 없다면 주관적인 판단을 내릴 수도 있으므로 스스로 읽어가기가 쉽지는 않아 보이기도 한다. 

  

새해가 되면 많은 신앙인들이 성경일독을 결심한다. 하지만 구체적인 계획과 결단 없이 매일 성경을 읽는다는 건 쉽지 않다. 사람마다 차이가 있기에 하루 분량을 다 읽지 못하거나 사정이 생겨 며칠 건너뛰게 되면 그만큼의 구멍이 생겨 읽어야 하는 분량이 늘어나고 또 그걸 한꺼번에 소화하기 어려워지면 읽기 자체를 포기하는 악순환이 반복된다. 맥체인이 가르치는 하루 4장이라는 분량이 많다고 느껴진다면, 장수를 조절해 가면서 자신만의 성경읽기 흐름을 만들어 꾸준히 읽는 노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읽기


신앙의 선배인 존 스토트 목사님 역시 1970년대 마틴 로이드존스 목사로부터 맥체인 성경읽기표를 소개받고 평생 체계적으로 성경 읽기를 실천했다고 한다. 균형 잡힌 신앙은 말씀과 기도의 균형에서 나온다며 이를 위해서는 성경 읽기가 필수적이라고 그는 밝히고 있다. 또한 평소 맥체인 성경읽기표에 대해 성경 한 편을 계속 읽어 내려갈 때 생기는 지루함을 방지해주는 좋은 성경읽기 방식이라고 말하며, 성경 전체를 체계적이고 균형감 있게 알아야 하는 목회자들과 평신도 지도자들에게 추천의 글을 남기기도 했다. 성경을 읽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천천히 묵상하고 생각하며 읽고, 구절의 뜻이 명확해질 때까지 한 구절 한 구절을 읽고 또 읽어야 한다는 존 스토트 목사님의 조언에 따라 나부터 믿음을 갖고 말씀읽기에 헌신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필요하다면 가족 혹은 가까운 지인과 점검해 주는 것도 한 방법이 될 수 있다. 내가 지금까지 맥체인 성경읽기를 꾸준히 할 수 있었던 것은 교회공동체 차원에서 함께 성경을 읽기 때문이다. 혼자였다면 금세 포기해버리기 쉽겠지만, 어려움이 생기면 성도들의 도움을 얻어 올해는 꼭 성경전체를 읽으리라 하는 마음에 용기를 낼 수 있었다. 청년부에서도 맥체인 성경읽기표의 방식을 따르되 하루에 한 장을 기준으로 함께 읽는 것을 독려하고 있다. 나 혼자라면 하기 힘든 일일지 모르나, 공동체 지체들과 같은 본문으로 말씀을 공유하고 나눈다면 나눔도 훨씬 풍성해지고 함께 자라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현실의 고단함을 이기고 말씀을 끝까지 붙들어 한해를 마무리 할 때는 감사의 고백이 나올 수 있기를 기대한다. 그 소망을 품고 올해도 역시 깊이 있는 말씀읽기에 도전한다.






        


















VOL.2182015.02*03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