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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회복의 동력, QT!_한병선

회복의 동력, QT!



새해는 새로운 마음으로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기 좋은 때입니다. 그 중요성을 잘 알고 있지만 좀처럼 실행에 옮기기 쉽지 않은 것 중 하나가 경건훈련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일매일 치열한 삶을 위해서는 하나님의 도움이 필요하지만 바쁜 일상을 핑계로 뒷전이 되기 십상이죠. 그래서 하나님 앞에 나아가기 위해 애쓰는 학사들의 이야기를 모았습니다. 이들의 고백을 통해 영성생활을 유지하는 비결을 얻어 가시고 경건에 이르도록 연단하는(딤전4:7) 기쁨을 맛보면 좋겠습니다.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 얍!》 기도 속에서 하나님과 친밀해지다_전재중 ◆ 공동체를 이루는 힘, PBS에 있다!_안한영 ◆ 회복의 동력, QT!_한병선 ◆ 영혼과 삶의 양식인 성경읽기_황신혜





어떻게 성경을 묵상하고 삶에 적용하는지 처음으로 배웠을 때가 중3때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당시 교회 중등부 사역자는 선교단체 출신의 전도사였다. 그분은 학생들을 모아서 어떻게 성경을 읽고 주제어를 뽑아 내용을 정리하고 자신에게 적용해야 하는지 가르쳐 주셨다. 우리는 방학에 새벽마다 함께 모여 말씀을 묵상하고 느낀 점을 나누었다. 그때는 말씀이 주는 유익보다는 전도사님께 잘 보이고 싶은 마음에 열심히 참석했다. 하지만 말씀이 주는 유익을 얻지 못하고 흐지부지 그만두게 되었다. 말씀의 유익을 얻지 못하면 어떠한 경건생활도 오래갈 수 없다는 단순하고도 분명한 교훈을 얻었다. ‘QT’는 이렇게 내 삶에서 멀어졌다.


그러다 다시 QT를 시작한 것은 대학교 3학년이 되던 겨울방학이었다. 대학생활은 평탄하지 않았고 고민이 많았다. 하나님이 존재하는지조차 모르겠고, 모든 것이 불투명했으며, 기독교가 아닌 다른 사상이 우월하다고 생각하고 거기에 매진했다. 하나님을 진정으로 알지 못한 시기에 마음은 너무나 무거웠고 하루하루 사는 것이 고통스러웠다. 


그러던 중, 선배의 권유로 IVF 겨울수련회에 가게 되었다. IVF라는 단체도 낯설었는데 모르는 사람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도 쉽지 않았다. 그런데 수련회 기간 동안 나는 내가 아직도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나지 않았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다른 사람들은 하나님으로 인해 기뻐하고 즐거워했지만 내가 알던 하나님은 나와 관계없이 그냥 존재하는 분이었고, 예수의 죽음과 내 삶은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당황스러웠다. 그토록 교회를 오래 다니고 많은 예배를 드렸는데 내가 하나님과 상관없는 사람이라니…. 생각지도 못한 사실을 확인하고는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내가 그동안 한 일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날 밤, 하나님께 나아가는 기도를 드렸다. 온 마음을 다해 기도하면서 비로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안다는 것이 무엇인지 경험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만나면서 나는 비로소 하나님이 나의 주인이 되는 경험을 했다. 그 순간 내가 느꼈던 충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만족스럽고 행복했다. 그동안의 갈망과 공허함, 존재의 무력감이 한순간에 채워지는 완전한 만족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 동안 진리를 찾아 헤맸고 내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고 애써왔던가? 하나님을 주인으로 모신 후 그 모든 것이 채워지면서 내 안에 기쁨이 솟구쳤다. 


그때 간사님은 지금의 은혜와 행복을 놓치고 싶지 않다면 매일 성경을 읽으라고 말씀하셨다. “수련회에서 받은 은혜는 일상으로 돌아가면 모두 잊어버린다. 매일 성경을 읽으면서 받은 은혜를 유지해야 한다.” 하나님을 만나기 전의 삶은 너무나 공허하고 힘들어 죽을 것 같았기 때문에 다시는 그런 삶으로 돌아가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매일 하나님께 매달리며 QT를 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시작한 QT 말씀은 예전과는 다르게 정말 달고 오묘했다. 말씀을 볼 때마다 기쁨이 넘쳤고, 그것이 내 시각을 하나님 중심의 세계관으로 재편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게 대학 3학년부터 시작하여 매일 이어진 QT는, 감정의 일시적인 행복 상태가 아니라 든든한 하나님에 대한 신뢰로 이어지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는 성장했다.


그러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으면서 새로운 세계가 펼쳐졌다. QT는커녕 살아있는 것조차 힘든 시기가 찾아왔다. 두 아이를 양육하는 5년간, 나만의 시간을 가질 수가 없었다. 두 아이를 두 살 터울로 낳고 기르면서 QT는 고작해야 1년에 몇 번 정도밖에 할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QT를 하지 않는 게 너무도 당연하고 일상적이 되어버렸다. 순간순간 기도는 했지만 삶은 행복하지 않았고, 영적인 암흑 상태로 날마다 삶에 대한 회의와 고갈이 이어졌다. 육체적으로는 너무나 지치고 피곤하고, 영적으로는 암흑이고, 모든 환경은 고통스럽고, 죽음과도 같았던 5년이 지나갔다.





시간이 흘러 두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면서 나는 서서히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다시 QT를 시작한 것이다. 나는 QT를 할 때 늘 노트에 적는다. 글을 쓰는 동안 생각하지 못했던 이해와 통찰이 생겨났고 그것이 나에게 새로운 영감을 주곤 하였다. 하나님께로 가기 위해서는 말씀 앞에 나 자신을 세워 놓아야 하는데 그런 작업이 바로 QT였다. 그 작업은 매일 내 삶 속에서 일어나야 했다. 내가 어떤 부분에서 바뀌어야 하는지, 무엇을 순종해야 하는지 성경의 기준으로 나를 비춰보아야 한다. 결과적으로는 내가 변해야 QT가 의미가 있는 것이었다. 자신을 바꿀 의지도 없고 노력도 하지 않고 타성에 젖어 QT를 한다면 그것은 습관이지 말씀에 자신을 세우는 것이 아닌 것은 물론 하나님께 가까이 가려고 노력하는 것도 아니라는 걸 알았다. 


QT는 만병통치약이 아니다. 하루 QT를 했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는 게 아니다. 내 경우, 매일 하는 습관이 3주 이상 계속될 때 비로소 조금씩 회복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와 동시에 하루 빼먹는다고 해서 별로 큰 티가 나지도 않는다. 그렇기에 늘 그냥 하루 빼먹고 싶은 유혹에 시달리게 된다. 한 번에 몰아서 주말에 할까, 혹은 내일 하면 되지, 하고 넘기곤 하는데 그렇게 때워버리기엔 우리 삶이 그렇게 녹록하지 않다. 사실 적어도 1주일에 5일은 하나님께 나아가 하나님이 회복시켜 주시길 바라고 또 바라야 할 존재가 우리들이 아닐까. 


이렇게 잘 아면서도 나는 또 몇 년간 QT를 하지 못했던 시기가 있었다. 삶이 편치 않았던 시절이었다. 부부싸움이 잦아졌고 마음이 불편해서 QT를 하는 것이 죄송스럽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다. 이걸 해서 뭐하나 싶은 무력감이 들면서 몇 년간 성경을 잘 읽지도 않았다. 나는 낙담했고 자존감은 떨어졌다. 우울감이 밀려들어 아침에 일어나기도 힘든 시간이 이어졌다. 그런데도 일은 계속 해야 했다. 게다가 책도 써야 했다. 심한 무기력으로 인해 손 하나 까딱할 수가 없을 지경이었고, 우울증 치료를 위해 약을 먹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가 계속되었다. 





그때, 나는 결심했다. 다시 QT를 시작하기로. 이 위기와 침체를 극복할 방법은 다시 말씀 앞에 서는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매일 아침 의지적으로 QT를 했다. 그렇게 해서 나는 서서히 회복했고 새로운 힘을 얻어 책을 쓸 수 있었다. 물론 모든 우울증이 이렇게 해소될 수 있는 것은 절대로 아니다. 다만 그때의 나에게는 QT가 무기력감에서 벗어나 영적으로 회복되는 동력이 될 수 있었던 것뿐이다.


돌아보니 내가 QT를 시작한 지 벌써 30년 가까이 된다. 그동안 성경 전체를 여러 번 QT할 수 있었다. 그 덕분에 성경을 균형 있게 볼 수 있는 시각을 갖게 되었고, 말씀에 스스로를 비추어 보고 성찰할 수 있었다. QT가 없었다면 말씀 앞에서 나 자신을 쳐서 복종시키는 그런 기회는 얻지 못했을 것이다. 하나님과 동행하는 삶을 살고 싶다면 필연적으로 말씀을 묵상하는 생활이 일상화 되어야 할 것 같다. 그것이 내가 말씀을 통해 변할 수 있는 길이고, 하나님을 아는 길이고, 매일 나 자신을 십자가에 못 박을 수 있는 기회라고 믿는다.




한병선◆성신여대84

‘한병선 영상만들기’란 영상프로덕션을 운영하고 있으며, 글쓰기를 좋아해서 관심분야별로 책을 내고 있다. 하루하루 어떻게 기독인답게 살아가야 될까를 고민하여 자녀양육, 여성 리더쉽, 돈, 직업인 등 다양한 아젠다에 대해 고민하며 해법을 찾고 있다. 계속 고민했던 부분을 IVF 학사회에서 어떻게 제대로 풀어낼까가 과제이다.



        


















VOL.2182015.02*03

신앙의 근육을 키우자, 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