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VF/IVP

리더십의‘영혼’을 놓고 나누는 하나님과의 대화 - 신교일




주제가 있는 글/ 리더십의‘영혼’을 놓고 나누는 하나님과의 대화 - 신교일  

   

 

우리 주변에는 혼을 잃어버린 리더의 이야기가 심심찮게 들린다. 세상에는 열심히 일하며 빼어난 성과를 내는 리더들이 많지만, 화려한 무대 뒤편에서 영혼을 잃어버린 채 초췌하게 쓰러지는 뒷모습을 본다. 안타깝고 화가 난다. 요즘 우리 사회, 특히 교회에서도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온갖 우울한 소식의 상당수가 사실상‘영혼을 잃어버린 리더’이야기와 다름없다. 루스 헤일리 바턴은 우리 시대의 고통스러운 리더십의 현실을 염두에 두고 본서를 썼다. “영혼의 리더십”이라고 명명된 본서의 원제는 

“리더십의 영혼을 강건하게 하기: 사역의 용광로 속에서 하나님 추구하기”정도가 될 것이다. 그러므로 이 책은 모세처럼 뛰어난 리더가 되기 위해 배우고 발휘해야 할 리더십 기술이 무엇인지, 문제의 상황을 풀어 나갈 해법은 또 무엇인지 알려 주기 위한 책이 아니다. 오히려, 수면 아래에서는 기초가 부식되어 가고 있는데도 여전히 역할과 성과를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는 리더들로 하여금 자신의 영혼을 면밀히 진단하고 훈련하도록 도전하는 책이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은 신앙 공동체 리더들의 내면적 기초를 튼튼히 세우는 데 초점을 둔 영성 훈련 서적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해 보인다. 



리더십 세우기는 영적 변화와 형성의 문제이다 

저자는 리더십을, 성과를 수행하는 기술 향상의 측면이 아닌 영혼의 형성이라는 측면에서 보고 있다.“‘리더십의 영혼 훈련’은 영적 변화의 과정 속으로 더 깊숙이 들어가 바로 그곳에서 리더십을 수행하라는 초대다. 이는 영혼과 리더십을 서로 분리된 영역으로 경험하기 보다 둘의 접점을 찾을 수 있는 기회다(p. 20).”저자에 따르면, 성숙한 리더는 영혼의 동기와 필요를 정직하게 인식하고 반응하여 내적인 변화의 흔적을 가진 사람이다. 거센 파도 속에서도 무게중심을 잃지 않는 배처럼 든든한 영혼의 무게를 가진 리더다. 이러한 리더는 속성(速成)의 기능훈련을 통해 만들어지지 않는다. 헤일리 바턴은 우리 존재를 모든 리더의 리더이신 하나님 앞에 세우라고 지속적으로 도전한다. 저자의 의도에 공감하면서 리더십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한번 내려본다면, 이렇게 말할 수 있지 않을까?‘영혼의 리더십이란, 섬김으로 부름 받은 나 자신에 대해 하나님과 대화하는 것. 즉, 내 앞에 있는 이 과업과 사람들의 짐을지고 고민하고 있는 나 자신에 대하여, 나를 리더로 부르셨으며 내 리더십의 목적과 길을 아시는 하나님께 묻고, 그분께 듣는 것.’ 




모세의 인물화 앞에서 내 영혼의 거울을 마주하다 

우리가 리더십의 영혼에 대해 하나님과 대화를 가지려 할 때, 책이 들려주는 모세 이야기는 어쩌면 막막하고 추상적일 수 있는 이 대화의 주제와 방향을 잡는 것에 큰 도움을 준다. 사실 모세는 현대의 기독교인들에게 얼마나 단편적이고 평면적인 인물로 인식되고 있는지! 그러나 저자의 섬세한 연구와 묵상에 힘입어 독자들은 그의 내면에서 일어난 리더십의 다양한 역동들-예를 들어, 정체성의 혼란·공포와 자기 보호·업에 짓눌린 분주함과 우월의식·영적 고갈·소명의식과 상황의 요청 사이에서의 갈등·분주함·고립 등-을 꽤 입체적으로 관찰할 수 있다. 그만큼 리더의 영혼에 대한 저자의 이해와 통찰은 깊이 있고, 명쾌하다. 뿐만 아니라 영혼의 역동을 현대의 언어로 해석·번역하는 데에도 발군이어서, 우리는 책을 읽으면서 모세의 경험에 비추어 억지나 왜곡 없이 자신을 성찰할 수 있다. 마치 모세의 인물화를 보려다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발견하는 느낌이랄까? 이로써“영혼의 리더십”은 독자들로 하여금 

단순히 정보의 습득을 넘어, 리더십과 영혼에 관해 느끼고 있던 막막한 갈증의 실체 앞에 마주 서도록 안내한다. 만일 우리가 마음으로부터 변화된 리더이기를 사모하는 독자라면, 이 지점에서 자기 영혼의 상태와 필요에 대한 하나님과의 깊은 대화를 갖고 싶어질 것이다.





영혼을 빚어가는 리더 훈련 

자, 이제 본격적인 대화에 나설 차례다. 주의 깊은 독자는 각 장의 마지막 부분이 다른 리더십 서적의 토론 문제들과 사뭇 다르다는 점을 알아챌 것이다. 짧지만 중요하고, 가치 있는 부분이다. 이 책이 리더십에 대해 가진 독특한 관점에 따라 저자는 단편적인 생각거리를 제공하는 대신, 영혼을 빚는 적극적인 작업을 시도하고 있다. 

영혼의 필요를 발견하고 다루는 것은 하나님 앞에서의 깊은 성찰과 분별, 격려 등의 활동을 필요로 하는데, 저자는 각 장의 주제를 효과적으로 묵상하고 소화하도록 돕기 위해 각 장의 뒷부분에 고독과 침묵, 호흡기도, 영성 지도 등의 훈련들로 구성한 실습 가이드를 제공한다. 말 그대로 지금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 어떤 벽에 부딪혀 있는지, 나에게 뭐라고 말씀하시는지를 분별하고 길을 찾아가는 것에 유용하다. 각 장 마지막 페이지의 시와 기도문은 마음으로 느끼며 기도하기 좋도록 되어 있다. 깊은 기도를 통해 묵상을 정리하고 적용할 수 있어,독서를 풍성하게 마무리할 수 있다. 



‘누님’과 같이 내 마음 만지는 분은 없네 

중년의 여성 저자 루스 헤일리 바턴은 고든 맥도날드나 유진 피터슨처럼 IVP 독자들에게 친숙한 이름은 아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이 분야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이고 있는 저자이자 리더십·영성 훈련 전문가이다. 특히 헤일리 바턴은 영성 지도에 조예가 깊다. 교회와 기독 공동체의 리더들을 상대로 그들의 영혼을 살피며, 리더십의 요소들을 정교하게 다듬고 빚어내는 영성 지도 캠프를 운영하는 것이 그녀의 핵심 사역이다. 이 책도그런 사역의 연장선에서 쓰였을 것이므로, 저자가 머리말에서 권한 것처럼 마치 피정에 들어가거나 멘토링 받는 느낌을 살려서 읽으면 좋을 것이다. 만일 이 책을 혼자 읽으려 한다면, 장 단위로 주의 깊게 읽고 받은 느낌과 도전을 글이나 다른 방식으로 표현해 보기를 권하고 싶다. 그리고 실습 가이드에 따라 보다 깊은 성찰과 기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은 마음을 나누는 멘토나 서로의 영적 성숙을 중보하고 돕는 영적 친구와 함께 읽을 때 가장 큰 유익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정해진 부분을 함께 읽으며 느낀 점이나 도전 받은 부분을 바탕으로 나눔을 갖고, 함께 실습하면서 중보와 분별의 권면을 나누는 방식이 좋겠다. 매주 한 번씩 활 

용한다면 교회나 선교단체의 사역자, 리더모임에서 한 학기 정도의 리더십 훈련 교재로 활용하기에도 안성맞춤이다. 




“영혼의 리더십”을 통해 만난 헤일리 바턴은, 마치 교회 청년부나 선교단체에서 만난 속 깊은‘누나’조장 같은 느낌이다. 때로는 연륜 있는 목사님보다도, 나의 어려움을 잘 이해하고 공감해 주거나 정말 고민해야 할 한 가지 질문을 던져 주는‘누나’를 통해 보다 소중한 유익을 얻곤 한다. 독자들은 그녀의 책을 읽는 동안, 자신이 성숙하고 통찰력 있는 멘토와 깊은 나눔을 갖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이 책을 통해 갖는 저자와의 대화가 오늘을 사는 외로운 리더들에게 매우 소중한 배움과 안내가 되리라 확신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