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IVF/IVP

[시심 10월호 영혼의 창] 남편의 애환 - 한병선

남편의 애환 - 한병선



“나 는 내가 한 일을 아내가 조금이라도 인정해줬으면 좋겠어요.” “난 집에 가는 것이 무서워요.” “아내는 왜 나에게 말할 때 당신은 ‘항상’ 또는 ‘맨날’ 잘못한다고 할까요? 나는 가끔 잘못을 하는데…….”



얼마 전에 30-40대 남자들과 회의를 했다. 아니, 밥을 먹으며 자신들의 삶을 하소연했다. 그들이 하는 말은 이거다. “나는 억울해.” 자신들은 직장에서 너무 힘들게 일하는데 집에 가면 늘 아내에게 좋은 소리 못 듣고 “왜 늦었느냐? 왜 제대로 못 하냐?”라는 구박만 받는다는 것이다. 특히 손 가는 아기들이 있는 가정이라면 100% 구박과 멸시를 받게 된다. 그 남편들이 어디서도 하지 못하는 자신들의 구박받은 이야기를 말해줬다.






어떤 남편은 옷을 갤 때가 가장 행복하다고 했다. 옷을 갤 때는 공식적으로 집안일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건드리지도 않고 잔소리도 안 해서 맘 놓고 TV를 볼 수 있다고, 그래서 마지막 빨래를 갤 때는 아쉬워서 눈물이 난다고 했다. 또 어떤 남편은 집에서 하는 일이 아들 둘을 씻기고 같이 자는 것이란다. 하루 종일 시달린 아내가 힘들어 하기에 밤에라도 아내가 편히 자도록 둘째가 태어나면서부터 그렇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헌신했는데도 아내가 감사해하거나 미안해하지 않고 너무도 당연하게 여기는 게 좀 억울하다고 했다. 자신은 다음 날 직장 가서 일해야 하는데 밤새 애들 치다꺼리하며 잠도 못 자고 출근하지만 아내는 늘 더 많은 것을 요구한다고……. 한 분이 이야기를 시작하니 줄줄이 구박받는 남편들의 에피소드가 끊이지 않고 계속되었다. 




또 한 분은 제일 싫어하는 말이 ‘맨날’, ‘늘’, ‘제대로 하는 것이 없다.’ 같은 말이라고 했다. 설거지를 다 하고 나면 행주를 빨아서 탈탈 털고 말려야 되는데, 그 행주를 뭉쳐놨다고 아내가 “당신은 맨날 제대로 하는 게 없어.”라고 한 말은 비수처럼 박혔다고 했다. 자신은 그래도 설거지 다 하고 단지 행주만 말리지 않았을 뿐인데, 제대로 한 것이 없다고 하는 것은 너무 억울하다고. 이제는 아내가 인정해주지 않으니까 집안일을 하기가 싫다고 했다.




어떤 남편은 그래서 직장에서 퇴근하기 1시간 전에 무조건 사무실에서 아무 일도 안하고 음악을 들으며 몸과 마음을 충전시킨다고 했다. 그렇게 비축해둬야 집에 가서 집안일을 할 수 있다며, 직장에서 온갖 눈총을 받아가면서도 휴식을 취하는 동료가 있는데 그 동료가 부럽다고 하셨다. 그것도 직업이 그나마 버텨줘서 그런 것이고, 대부분은 힘이 쭉 빠질 때까지 일하고 나서 지친 몸을 이끌고 집에 온다. 그러면 그때부터는 아내가 무서워 뭔가를 해야 한다. 



그래도, 새벽 1시에 집에 들어와도 다시 몇 시간 후면 출근해야 되는데, 괜히 마음이 찔려서 아내는 자고 있는데 혼자 방에 걸레질을 다하고 출근했다는 어떤 남편의 슬픈 이야기를 들으며 이 시간은 지나갈 것이라고, 잘 견디라고 말해줄 수밖에 없다. 일에 가정에 아내에 아이에 해야 될 일과 요구받는 것이 많아서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는 남편들! 그대들이 오늘따라 참 짠하다. 한 마디만 하자. “몸이 가루가 되도록 잘 견디십시오.” 



한병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