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육을 중심으로 총체적 복음을 살아내다(2)
>> 생태교육을 중심으로 총체적 복음을 살아내다(1)에서 계속
* 별도의 단체를 만들어 운동을 하시는 게 아니라 기존의 여러 단체와 연계하는 방식이 흥미롭습니다.
아내가 생협의 활동가에요. 그러다 보니 저도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되었죠. 생태교육의 관점에서 접근하니 단체에서도 반응이 좋았고요. 처음에는 목회자라는 걸 말하지 않고 그분들과 거리낌 없이 교제했습니다. 좋은 이웃이 된다는 건 결국 옆에 있어준다는 것, 그 자체더라고요. 그것이 실제로 보냄 받은 곳에 있는 것이고요. 지난주에도 생협의 지인들과 부부모임을 했어요. 8시간 동안 술 따르고 농담을 주고받았어요. (웃음) 저는 안 믿는 가정에서 자라 이런 게 자연스럽기도 하고요. 성육신을 몸소 체험하고 있죠. 일상에서 주되심을 어떻게 인정하는가, 온 세상의 주인인 하나님이 이미 일하고 계신 것을 어떻게 재발견하고 확인할까, 어떻게 다른 이로 하여금 복음을 경험하게 할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을 하며 내린 결론은, 좋은 이웃으로 성육신하며 살다가 때가 되었을 때 복음을 해석해 주는 일이 선교라는 것이었어요.
생협의 역사를 훑어보면 목사님과 신부님으로부터 시작되어서 그런지 기본적인 정신이 기독교적입니다. 그러나 생협도 사람들이 모인 곳이라 여러 문제가 생겨나기 시작했죠. 인간의 죄성을 인정하고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속적 역할이 필요해요. 때가 되었을 때 예수 그리스도의 은혜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생의 어려움이 있을 때 포인트를 잡고 적극적으로 변증하고 이야기하는 게 제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때를 잘 잡아내는 것이 저의 몫이겠죠.
* 기독교 타이틀을 붙이고 독립적인 운동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많은데, 그럴 경우 자칫 세상과 분리될 수 있다는 한계가 있겠더군요. 세상과 함께 호흡하며 영향을 끼치는 방식을 고민해야겠습니다. 그런 면에서 학사들의 참여 방식을 제안해 주시면 어떨까요? 앞으로 함께 운동하는 사람들과 네트워크를 만들어 가실 계획이 있나요?
내년에 있을 학사대회에서 포럼을 맡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준비하며 이미 운동하고 계신 학사님들을 만나고 싶습니다. 페이스북을 통해 살펴보니 학사들 중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각 지역에서 일하는 분들이 있더라고요. 지금은 이런 분들을 발견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내년 학사대회가 분깃점이 되리라 기대하고요. 지금은 저도 시작하는 단계이니 온오프라인으로 홍보하는 게 필요할 것 같습니다. 지역사회와 더불어 운동하는 사례를 보여주면 자신이 추구하는 방향과 비교하며 각성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동체로 살아가는 것은 하루아침에 되는 것이 아니기에 이슈를 계속 개발하는 게 필요하고요. 예를 들어, 생협에서는 1년 동안 생태나 사회와 관련된 책 100권의 목록을 제시하고 포스터도 만들어 책 읽기를 독려하죠. 우리 학사운동도 이런 자료를 제공하여 이슈파이팅하면 좋겠습니다.
* 재정 대책은 어떻게 마련하셨나요? 계속 변화하는 삶에 대해 가족의 반응은 어떤가요? 현실적인 문제를 어떻게 풀어갈지 궁금하기도 하고 걱정도 됩니다.
올해 저는 '코이노니아 에듀컬'이라는 생태교육공동체를 시작했습니다. 코이노니아(koinonia)는 협동, 친교를, 에듀(edu)는 교육을, 컬(local)은 지역을 뜻합니다. 즉, 보냄 받은 곳에서 배움과 가르침을 통해 삶을 나누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공간이라는 띃을 담았죠. 현재 1구좌에 만원씩 후원하는 '미션얼 디자이너'를 모집하고 있어요. 두 교회와 46명이 함께 미션얼 디자이너로 참여하고 있습니다. 저의 생각을 정리해 페이스북에 올리니 개인적인 관계가 없더라도 제 사역을 이해하고 후원해 주시는 분도 계셨습니다. 그래서 제가 힘을 받아 좀 더 적극적으로 운동하게 되었죠. 200구좌 정도가 모이면 50구좌는 사회에 환원해서 계속해서 운동을 만들어 가면 좋겠습니다. 재능기부 강의도 하고 있는데요, 지금은 벌이보다는 사역을 알리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생태교육을 통한 벌이가 거의 없지만 앞으로 강사로 뛰기 시작하면 저의 생업이 충분히 될 수 있을 겁니다.
제가 기존의 목회자들과는 다른 삶을 걷고 있죠. 14년 동안 여러 일을 하면서 은혜가 많았습니다. 제가 1999년부터 맥을 구입해서 직접 만들었었는데요. 이 솔루션을 감각이 있는 아내에게 가르쳐줬죠. 처음에는 첫째를 업고 배웠는데 경력이 쌓이며 어엿한 편집디자이너가 되었습니다.. 이전에는 애기를 8시간 돌보고 1시간 작업했다면, 이제는 아이들과 1시간 정도 보내고 나머지 시간에 작업을 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아내의 뒷받침이 있었고 적은 벌이에도 생활할 수 있는 경제구조를 만들었어요. 지금이 자비량 목회자로의 징검다리라 생각하고 있습니다.
평신도 신학과 관련된 책들을 읽으며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특히 7년 동안 일상생활사역연구소와 함께하며 내적인 힘을 기를 수 있었죠. 기존과는 다른 방식으로 하다 보니 교회를 개척할 때도 자유로운 부분이 있어요. 처음엔 미약하지만 뜻을 가지고 아끼며 하다 보니 어느 정도의 생활이 가능하더라고요. 후원구좌가 모이는 걸 보며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매여서 살지 않고 이 운동을 계속 하라고 하나님이 길을 열어주신 것 같아요. 지금처럼 신나게 살자고 아내와 이야기했습니다. 아마 IVF에서 전임간사를 했다면 잘 안 됐을 거예요. (웃음) 하나님이 어떻게든 저를 이렇게 만드셨죠. 아내가 어려움을 많이 겪었지만 신혼 때 450만원으로 시작했던 결혼생활에서 통장 잔고가 마르지 않는 걸 직접 경험했습니다. 부산에서 대구로 거점을 옮기며 교회사역이 예상과 달리 흘러갔어요. 대신 하나님은 이 지역에서 풀뿌리 운동을 하고 계신 분들을 만나도록 하셨죠. 덕분에 와룡배움터, 생협, 동네인문학, 지역 카페, 도서관 운동 등 다양한 운동을 경험할 수 있었습니다.
* 앞으로의 계획이나 꿈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앞으로 귀촌해 자비량 목회를 할 계획도 있습니다. 자립자생을 기반으로 한 생태교육공동체를 만들고 싶습니다. 저는 주중에는 농촌에서 지내며 농사와 말씀묵상을 하고 주일에는 도시로 나가 보냄 받은 공동체에 말씀을 전하고 농작물도 나눠주고요. 한 달에 한 번 정도 도시의 가정들이 저희 집으로 리트릿 오는 건 어떨까요. 이후엔 도시공동체와 농촌공동체가 지역에 필요한 운동을 할 수 있도록 독려할 수도 있겠죠. 제가 지금 두세 평 정도의 옥상텃밭에 26가지 정도의 작물을 기르고 있는데, 많은 양은 아니지만 저희 네 식구가 먹고 살 정도는 되더라고요. 이 덕분에 제 아이디어에 힘을 얻었습니다. 이렇게 먹는 건 자급자족하고 아내가 편집디자인을 할 수 있으니 생활은 가능하겠죠. 저도 생협이나 마을에서 생태교육과 관련된 일을 할 수 있을 거고요. 도시생활뿐 아니라 농사짓는 삶을 함께 해나가면 정년 이후의 삶도 풍성해질 것 같습니다.
* 학사님과 같은 운동가를 배출하는 것 뿐 아니라, 이들을 잘 연계하는 시도를 실제로 해야 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네트워크의 핵심을 맡아주시면 좋겠습니다. 변화무쌍한 삶을 거쳐 오며 축적된 경험과 정리된 생각을 바탕으로 운동을 펼쳐가는 열정적인 학사님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학사님의 콘텐츠가 앞으로 IVF 학사들에게 널리 공유되면 좋겠습니다.
no.217=2014.12+2015.01
소리가 만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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