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교육을 중심으로 총체적 복음을 살아내다(1)
김종수 학사(고신대93)는 일상생활사역연구소의 연구위원입니다. 연구소 초기부터 지금까지 참여하고 있으며, 나음누리와 대구의 의료공동체 등 다양한 사역을 했습니다. 그는 내면으로부터 열정이 넘쳐 운동하지 않고서는 견딜 수 없는 사람처럼 보입니다. 올해부터는 다양한 삶의 경험과 문제의식을 통합한 생태환경운동을 본격적으로 시작했습니다. 그 열정과 꿈 이야기를 들어봅니다. (참고로, “상연정에서”의 ‘종자’는 김종수 학사를 모티브로 한 캐릭터랍니다.)
(진행 이시종 / 정리 편집부)
* 우선 자기소개와 가족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저는 목사이면서 지금은 생태교육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아내는 학교 후배로 만나 결혼했고, 초등학교 6학년인 은민이와 3학년인 지민이 두 아이를 두었어요. 제가 복학을 하니 당시 아내는 ‘뺀질뺀질한’ 2학년이더라고요. 그래서 옆에서 ‘너 그렇게 살면 안 된다’며 쿡쿡 찔렀죠. 사실 아내는 공동체에서 저와 가장 많이 싸운 관계였습니다. IVF 공동체에서 리더를 함께하며 더 깊이 서로를 알아갔죠. 중간에 제가 한번 차이기도 했지만 결국엔 다시 잘 해보기로 했어요. 아버지가 삼형제 중 그나마 결혼가능성이 있는 저에게 퇴직 전에 결혼하면 전세자금을 보태주시겠다는 말씀을 하셔서 졸업도 하기 전인 2000년 12월에 얼른 결혼을 했습니다.
미래를 예상했을 때 목회나 교육관련 일을 할 텐데 결혼을 미룬다고 경제적인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직업이 결정되지 않아도 결혼할 수 있었던 건, 직업보다 가족이 더 오랫동안 함께하는 관계이므로 우선순위를 둬도 좋다고 생각했죠. 이런 삶의 가치는 IVF를 통해 배웠어요. 물론 일찍 결혼을 해서 겪은 어려움도 많았습니다. 당시 전도사 사례비와 활동학사 활동비로 생활을 해야만 했으니까요. 아내가 졸업 후 취직을 했을 때는 생활이 좀 풍족해지더라고요. (웃음) 그런데 첫째를 임신하고 직장을 그만둔 이후에는 말 그대로 ‘심플라이프’를 살게 되었습니다.
* 사역 경험이 풍부하신 걸로 들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시기와 맞물려 활동학사 제의가 들어왔습니다. 이듬해 1월부터 고신의대 사역에 참여했죠. 활동학사로 섬기며 전임간사 시험을 보려던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영어준비가 잘 안되어 한해 시험을 미루었지만 결과는 낙방했습니다. 그래도 조금 더 활동학사로 함께하자는 제안이 있어 총 3년 동안 동아대와 고신대에서 사역을 했습니다.
2004년에 신대원에 입학했는데, 일상생활사역연구소 지성근 간사님의 영향을 받아 자비량 사역에 대한 생각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자갈치 시장에서 6개월 정도 새벽부터 일했죠. 이 시간이 참 유익했습니다. 이후의 삶에 대해 조금 더 정리할 수 있는 기회였죠. 이를 계기로 복학 이후 일상생활 영성에 대해 책도 읽고 준비를 했습니다. 그런데 제가 시험에 좀 약한지라(웃음) 신대원의 진급시험에서도 떨어져 본의 아니게 1년을 더 쉬게 되었습니다. 그때 학사회 간사를 하면 좋겠다고 제의를 받았고, 나음누리의 사역을 1년 정도 함께했죠.
* 현재 IVF 내에서 인기 있는 강사이십니다. 주로 어떤 강의를 하시는지요?
총체적 복음에 대한 이해와 생태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합니다. 대구녹색소비자연대에서 주관한 텃밭 강사과정을 이수한 후부터 베란다 텃밭 강사도 하고 있습니다. 일상, 미션얼, 생태 그리고 총체적 복음의 네 가지 주제를 오랜 시간에 걸쳐 제 안에 정리했는데, 어느 순간 하나로 모아지며 폭발력을 가지더라고요. 실제로 강의를 하자 제 안에 흩어져 있던 주제를 어떻게 엮어 풀어낼지 감이 생겼습니다.
삶은 결국 의식주의 문제입니다. 토종과 유전자 조작, 땅과 먹거리 문제 등은 모두 삶과 연관되어 있죠. 의식주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일을 하고 직장에 다니는 것과도 관련이 있어요. 의식주가 어디서부터 왔는지 근원을 돌아보면 결국은 땅일 텐데요. 그 땅이 농촌과 도시를 연결해주죠. 큰 그림으로는 무역과 경제적인 사슬로 모두가 연결됩니다. 농업을 기반으로 1차, 2차, 3차 산업이 이루어지니까요. 우리의 근원이 땅이라는 생태적 감수성을 가지고 법을 만들고 사람을 고치는 것과, 지식만을 가지고 돈을 벌려고 하는 행위는 전혀 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에겐 생태적 사고가 필요하며, 이것이 총체적 복음과 맞물리면 우리의 행위가 달라지고 먹고 사는 구조도 바뀔 수 있는 거죠.
* 사실 인생 전체를 보면 생태적 삶에 뿌리가 깊이 박혀 있는데 우리는 간과하고 인식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생태교육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합니다. 구체적인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나눠주실 수 있나요?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앞으로 어떤 운동을 펼쳐갈 계획이신지도 궁금합니다.
IVF 산돌학교에서 총체적 복음이 무엇인지 설명하고 있어요. 땅, 종자, 친환경의 순환 고리가 무엇인지, 우리의 삶이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에너지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 등의 주제로 커리큘럼을 만들었습니다. 이를 주말 캠프나 수련회에서 활용해도 좋겠더라고요. 말씀 듣고 찬양하는 것뿐만 아니라 농사도 지으면서요. 2-3년 정도 꾸준히 진행해서 사람들의 힘이 생기면 학교를 열 수도 있겠죠. 방학 동안 그 학교에서 지내도록 하는 방식으로요. 힘이 더 커지면 대안학교도 만들 수 있겠고요.
가을에는 지역공동체인 '와룸배움터’라는 공부방에서 방과 후에 아이들을 가르쳤어요. 8주짜리 생태교실을 기획해서 매주 화요일마다 한 시간 반씩 진행했습니다. 기본적으로 에너지, 흙,종자 등에 대해 아이들에게 이야기합니다. 동화책, 애니메이션 등을 활용해서 먹고 입고 누리는 게 어디서부터 오는지 관점을 열어 주는 것이죠. 교회학교에서도 아이들의 생태감수성을 길러주는 교육을 지속하고 싶습니다.
* 이런 과정에서 학사님께 영향을 끼친 사람이나 단체가 있나요?
먼저, 소비자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들 수 있습니다. 생협은 조합원과 직원, 생산자의 출자와 참여로 기금을 조성해 전남구례에 윤리적인 생산단지를 조성했어요. 유기농 농업을 하고 이 농작물로 만두, 빵, 한과, 막걸리 등을 만드는 식품가공과 체험관광을 하는 테마파크를 열었습니다. 친환경 농법으로 작물을 재배하고 소비가 이뤄질 수 있도록 생산과 소비, 일자리 창출이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의 생태계를 만든 거죠. 협동조합이 지역사회 활성화에 어떻게 기여하는지를 보여주었고요. 학사님들도 참여해보시면 관점이 달라질 거예요.
이 분야에 대해 공부하다 보니 이미 선각자가 많았습니다. 김교신, 함석헌 등을 보물 캐듯이 발견했죠. 기독인 민족지도자에게는 생태와 지역공동체에 대한 인식이 있었습니다. 맥이 끊겨 아쉽지만 그분들에게서 배우며 이전의 역사를 재해석하고, 마을을 세워가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가진 공동체를 보면서 보냄 받은 곳에서 성경적으로 지역공동체를 어떻게 세워갈까 생각을 정리할 수 있었습니다.
저의 모토는 십일조의 정신으로 십의 구를 해방하라는 것입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것이라고 고백하는 십일조의 정신으로 십의 구 또한 하나님의 뜻에 따라 어떻게 나누고 공유하느냐가 우리의 신앙고백적인 삶을 대변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의 곳곳에서 가치를 실현해야겠죠. 이미 실제로 자신의 관심분야에서 운동을 하고 있는 곳을 찾아가 접점을 만들고 지경을 넓히는 게 우리에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이전에 함께했던 위드교회의 박종하 간사님을 통해 삶의 전환이 일어났습니다. 간사님이 대구지역 시민사회의 마당발이세요. 대구에서 풀뿌리 운동을 지속해 오셨고, YMCA 이사 경험이나 성서대구의 집행위원을 맡고 계신 덕분에 저에게 여러 모임과 단체를 알려주셨죠. 대구아이쿱생협의 권숙례 이사장님도 간사님을 통해 만날 수 있었습니다. 덕분에 40년 넘게 살았던 부산을 떠나 대구를 마음껏 누리고 있습니다.
>> '생태교육을 중심으로 총체적 복음을 살아내다(2)'에서 계속
no.217=2014.12+20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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