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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도인에게 시편이란 무엇인가? - 이택환




그리스도인에게 시편이란 무엇인가? - 이택환  

   


시편

저자
톰 라이트 지음
출판사
IVP | 2014-05-13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시편으로 하나님 나라를 살고, 노래하고, 기도하다!시편은 하나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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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한국에서 가장‘핫’한 신학자가 톰 라이트라는 것에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그러나 톰 라이트가 대중화될수록 그를 이해하기가 더 어려워지는 이상한 일이 벌어지고 있다. 거기엔 톰 라이트의 다작도 한 몫 한다. 지난 10년간 국내에 번역된 톰 라이트 관련 서적이 40권도 넘는다. 전문 신학자들도 이전의 책을 채 읽기도 전에 새로운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을 토로한다. 톰 라이트의 주요 저서는 대개 1000페이지 내외이고, 얇은 책이라고 해도 일반인이 소화하기가 쉽지 않다. 이 와중에 그가 시편에 대 

한책을냈다.「 땅에서부르는하늘의노래, 시편」이그것이다. 신약학자가 웬 구약, 그것도 하필 시편이냐고 생각하겠지만, 톰 라이트는 시편은 자신에게 호흡과도 같다고 고백한다. 어린 시절부터 매일 시편을 읽어 왔던 것이 그의 삶의 일관된 배경과 근간이되었다고 한다(톰 라이트는 이 책의 후기인“시편과 함께한 나의 인생”에서 이와 관련된 자신의 에피소드를 소개하기도 했다). 한편 그가 집필한 2011년 마태복음 사순절 묵상집( 「톰 라이트와 함께 읽는 사순절 매일 묵상집; 마태복음」, 에클레시아북스, 2014)에서는 매 주일 본문으로 시편을 사용했다(시 32,121, 95, 23, 130, 31편). 하지만 묵상의 차원을 넘어 학문적으로도 그는, 1세기 유대교와 특별히 초기 기독교에서의 시편이 어떤 특징을 가졌으며, 어떤 역할을 했는지에 대해 오랫동안 연구해 왔다. 




 시편의 세계관 그리고 예수 그리스도 

 이 책에서 톰 라이트는 시편을 읽는 독특한 세계관적 틀을 제시한다. 그것은 시편이 시편을 노래하는 이들로 하여금, 시간과 공간과 물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살아가게 한다는 것이다. 즉 첫째, 하나님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 둘째, 하나님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 셋째, 우리가 일반적인 방식으로 인지하는 이 물질 세계와, 언젠가는 결국 새롭게 채워지리라는 약속이 성취될 창조세계가 교차하는 지점이 그것이라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이 세 영역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를 탐험한다. 그런데 톰 라이트가 이 세상을 시간과 공간과 물질이라는 측면으로 이해한 것은 본서가 처음이 아니다. 자신이 밝혔듯이「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두란노, 2013)에 이미 그 기본 방식이 제시되어 있다. 

「톰 라이트가 묻고 예수가 답하다」에서 그는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시간으로서의‘안식일’과 그 확장으로서의‘희년’, 하나님과 인간이 만나는 공간으로서의‘성전’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성취되었다고 말한다. 한편 이전의‘물질’이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새로운 물질로 재창조되는 역사가 일어났는데, 그 절정이 바로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이라고 보았다. 톰 라이트는 이제「땅에서 부르는 하늘의 노래, 시편」에서 이 세 가지 차원의 구분을 유지할 뿐 아니라, 더욱 깊게 파고 들어간다. 그럴 경우 시편의 최고봉은 당연히 예수 그리스도에 귀결되는데, 그에 의하면 기독교 교회는 초기부터 시편이 예수님을 가리키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눅 24:27). 단순히 시편 여기저기에 있는 몇 개의 구절만이 예수님의 생애에 있었던 사건을 띄엄띄엄 가리키고 있는 것이 아니라, 시편 그 전체가 예수님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이다. 




 ‘시간’과‘공간’과‘물질’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살라 

 톰 라이트는 시 90, 102, 103, 136, 137, 2, 18, 21, 110, 72, 8, 78, 106, 118, 135, 77, 114, 51, 22, 89편 등이 하나님의 시간과 인간의 시간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고 제시한다. 하나님의 시간과 우리의 시간 사이의 엄청난 간극 앞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경외심에 사로잡혀 기도하는 것뿐이다. 여기에는 특별히 메시아 시편-아담의 범죄 이후 인류의 죄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아브라함을 부르심, 출애굽, 이스라엘의 반역, 바벨론 포로….-이 다수 포함되어 있는데, 시인들은 하나같이 하나님이 그들을 버리셨다거나 그들을 향한 하나님의 목적이 끝났다고 믿지 않았다. 이 시들은 현재의 시간을 뛰어넘어 장차 올 시간을 바라본다. 그들에게 주어진 소망은 하나님이 세우신 왕, 즉 메시아를 통해 회복될 것이다. 그들에게 있어 미래에 대한 소망은 언젠가는 하나님이 오래 전에 하신 그 일을 다시금 행하실 것이며, 그로써 마침내 이스라엘이 오래 전 약속받은 그 역할을 성취할 수 있게 하실 것을 말한다. 또한 톰 라이트는 시 2, 42, 43, 15, 24, 48, 76, 96, 99, 122, 125, 126, 129, 132, 74, 91, 141, 40, 50, 1, 119, 19편등이 하나님의 공간과 인간의 공간이 교차하는 지점으로 우리를 데려간다고 말한다. 이 시들은 대부분 성전과 관련되어 있다. 예루살렘 성전은 살아 계신 하나님이 거하시려고 온 세상 가운데에서 택하신 장소였다. 시편은 단지 우리가 성전 백성이 되기 위해 하나님의 공간과 우리의 공간, 즉 하늘과 땅의 교차점에서 살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들은 우리로 하여금 거룩한 공간(성전과 그것을 둘러싼 거룩한 땅)과 그 나머지 공간(여전히 우상숭배와 불의로 고통 받는 이 세상)의 교차점에서 살도록 요구한다. 그리고 톰 라이트는 시 19, 65, 95, 72, 104, 29, 93, 94, 96, 98, 145, 147, 148, 149, 150, 92, 112편 등이 하나님의 권능과 영광을 드러내는 원래의 물질과, 하나님의 임재와 영광으로 넘쳐흐르는 새 창조의 교차점에 서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시들은 세상의 창조주가 피조물을 다시금 새롭게 하리라는 약속을 따라 심판을 행하시고, 모든 것을 단번에 제자리로 돌이키시리라는 사실을 계속해서 경축한다. 여기에는 인간의 모든 잘못을 바로잡는 것이 포함될 것이며, 특히 가난한 사람·약한 사람·자신을 보호할 힘이 없는 사람에게 더 큰 관심이 기울여질 것이다. 이 시들은 하나님의 지혜로 만들어진 현재 창조세계의 물질을 경축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물질, 곧 새로운 세상과 그것을 채우고 다스릴 새로운 사람들 또한 경축한다. 




 톰 라이트가 시간·공간·물질이라는 준거 틀을 통해 시편을 이해한 것은 탁월하다. 거의 모든 시편이 이 틀 안에 포함된다. 그러나 시편의 세계가 워낙 폭넓기때문일까,「 톰라이트가묻고예수가답하다」에서시간(안식일)·공간(성전)·물질(기적, 산상변모, 부활 등)을 예수 그리스도의 사건을 통해 명확히 설명한 것에 비하면 두루뭉술한 면이 없지 않다. 그럼에도 이 방대한 시편의 사상을 톰 라이트와 같이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창조부터 종말까지 꿰뚫어 통찰하는 학자는 거의 없다. 끝으로 우리는 다음과 같은 톰 라이트의 뼈아픈 지적을 새겨들을필요가있다.“ 오늘날 기독교 일부에서는 매일 예배나 주일 예배에서 시편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 큰 인기를 끌었던 찬양들은 대부분 시편과 상관 없거나, 고작해야 시편 여기저기서 가사를 가져온 것이었다. 심각한 빈곤화다. 교회가 최초의 찬양집을 소홀히 하는 것은 미친 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