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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연재] 소리지음

[함께 이어달리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통해 울타리 밖의 꽃들을 만나다_노동욱

[소리] 2018 첫번째 소리 - 0203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함께 이어달리기>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를 통해 울타리 밖의 꽃들을 만나다






◆ 노동욱(대구대97)

영과 속의 경계에 있는 날라리 집사




  안녕하세요. <소리>를 통해서 다시 인사드리는 노동욱입니다. IVF 간사 사임 이후 시민단체에 뛰어들어 ‘정보공개센터’를 거쳐 지금은 ‘(사)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 대구경북지회는 1년의 준비 끝에 2016년 10월 29일에 창립하였습니다. 협회의 역사는 20년 되었습니다만 대구지역만 지회가 없어서 개척하게 된 것이지요. 사역할 때 주로 개척을 담당했는데 간사를 그만 둔 후로도 여전히 개척을 하고 있네요. ‘정보공개센터’를 그만 둘 무렵 한 선배로부터 제안을 받아 시작한 일이 이제 햇수로 3년째가 되었습니다. 지역의 활동가들이 으레 그렇듯 모금부터 사무행정, 사업기획, 교육 등, 바쁜 일정에 정신이 없습니다. 이제는 제법 일이 몸에 익어 여유가 있지만 처음 일을 배울 때는 참 막막했습니다.

 

  ‘한국백혈병소아암협회’는 백혈병소아암 환아와 가족을 지원하는 단체입니다. 환아의 발병부터 치료, 나아가 사회 구성원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토탈케어를 목표로 합니다. 치료비 지원에서부터 대안교육, 최근에는 사회적경제 영역에까지 서비스 영역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서비스 영역이 넓어지다 보니 만나는 사람도 다양합니다. 치료를 받는 갓난아이부터 청소년, 청년, 그리고 부모님까지 모든 연령대의 사람을 두루 두루 만나고 있습니다.


  대구에는 총 5곳의 병원에서 소아암 환아를 치료하고 있습니다.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병원에 방문하여 새로운 환아가 없는지, 기존 아이들은 잘 치료받고 있는지 돌아봅니다. 또 병원학교와 사회사업실에 들러 어려운 가정은 없는지, 도울 일은 없는지 물어봅니다. 병원을 방문하며 느끼는 것은 소아암이라는 절망적 상황, 병원이라는 부정적 환경에서도 여전히 아이들은 밝습니다. 그 작디작은 몸에 주렁주렁 링거를 달고 있는 상황에서도 웃음꽃은 피어나고 장난을 치며 돌아다닙니다.





  소아암은 완치(5년 생존률)가 80%정도이지만 여전히 아동사망률 1위인 무서운 질병입니다. 연간 1600여명이 발병합니다. 생존한 20%의 아이들도 재발과 후유장애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작년에 소아암을 경험한 청소년을 데리고 처음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했습니다. 숨어 있는 청소년을 만나기 위해 3개월 동안 병원과 가정방문 등을 다녔습니다. 치료기간은 1년에서 3년 정도 되는데, 이 기간 동안 학교에 갈 수 없고 민감한 사춘기 시기라 학교에 적응하기가 어려워 이들을 위한 프로그램이 절실하다는 판단 때문이었습니다. 어렵사리 17명의 친구들을 만나 공부도 하고 노래도 만들고 여행도 떠났습니다. 한 번도 여행을 떠나 본 적 없는 친구가 제주도에 가게 되어 신나서 들뜬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네요. 참 보람 있고 뿌듯한 경험이었습니다. 


  그 프로그램을 마친 후 한 주 정도 지났을 때입니다. 그간 만나 오던 2명의 친구를 하루 간격으로 하늘나라로 떠나보냈습니다. 너무나 갑작스런 이별에 무기력하게 앉아만 있었습니다.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누워 있다가 나도 모르게 목 놓아 울었습니다. ‘지난주에 보고 왔는데 좀 더 챙길 걸, 더 안아줄 걸’ 하는 후회가 밀려왔습니다. ‘희망과 절망을 줄타기하는 듯한 아슬아슬한 이 일을, 나는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몇 주 동안 고민하다가도 여전히 아이들을 만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합니다. ‘삶의 끈을 포기하지 않고 치열하게 투병중인 가족에게 조금이라도 힘이 된다면, 그래, 해야지’라고 또 다시 다짐합니다. 


  “울타리 안의 꽃도 예쁘고 울타리 밖의 꽃도 예쁘다.”


  작년에 나를 주저하지 않고 움직이게 했던 구절입니다. 10만 명당 16명이 발병하는 이 질병을 가진 아이들은 어쩌면 울타리 밖의 아이들인지도 모릅니다. 울타리 밖에 있어도 충분히 사랑받고 살아갈 이유가 분명한 아이들입니다. 


  2018년에는 모금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집중치료로 인해 학업을 중단한 아이들을 위한 대안교육, 자식을 먼저 하늘로 보낸 가족들을 위한 트라우마 상담센터 등 해야만 하는 사업은 너무 많습니다. 하지만 결국은 재정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진행할 수가 없더라고요. 올해는 작년보다 더 바쁘게 움직일 듯합니다. 소아암이라는 사회적 난제를 풀어가기 위해 열심히 달려가는 2018년을 살겠습니다. 응원해주세요. 그리고 혹시 가족이나 친지, 이웃 중에 소아암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학사님들이 있다면 연락주세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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