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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사람] 소리이음

[직장인대회 후기] 직장인 학사 여러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소리] 2018년 세번째 소리 - 06+07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직장인 학사 여러분, 당신은 혼자가 아닙니다

- 직장인대회 후기 -






이동훤(건국대 02)

저는 직장인 9년차로, ‘인생은 복리’라는 신념을 지닌 채 매일 최선을 다하며 살고 있습니다. 

졸업 이후 사회에서 홀로서기가 결코 쉽지 않음을 느끼면서 다른 학사들의 삶에 관심을 갖던 중,

‘직장멘토링-직장사역팀’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2018년 3월의 마지막 토요일 오전 8시. 막바지 세팅을 위해 모인 사람들은 각자 분주하게 할 일을 하고 있었다. 준비해 온 음료는 학사들의 도움을 받아 정해진 공간에 쌓아놓았다. 대회 때마다 마주쳐서 익숙한 얼굴도 있고 아직 낯선 얼굴도 있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Why do work? 왜 이토록 이른 시간에 나와 무관할 것 같은 일에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쏟고 있는가’에 대한 이유를 공유하는 것 같았다. 아마도 그건, 우리가 한때 누군가에 의해 차려진 밥상에 앉아서 편하게 밥을 먹어본 기억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최소한 예수님은 십자가에 달려 죽으심으로 우리가 값을 치르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죄사함을 얻도록 하시지 않았던가. 스탭들이 매년 대회를 찾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준비가 어느 정도 마무리될 무렵 신청자들이 하나둘 도착하기 시작했다. 접수처(접수여부 확인, 사전접수가 아닐 경우 현장접수 진행, 교재 배부)에서 바라본 신청자들의 첫인상이 과거의 나를 소환해낸다. 졸업 후 우연한 계기로 학사 원투원을 진행하던 중, 지인으로부터 한 모임에 초대되었다. 그 모임에서는 이남혁, 이상엽, 한병선 세 분의 학사가 주도하여, 직장생활에 대한 정의를 새롭게 하고 교회 모임에서 다루기 어려운 부분에 대해 실질적인 접근을 하고자 애쓰는 중이었다. 처음 참석한 날, 나는 앞에 놓인 과자를 ‘먹기만’ 했다. 어쩌면 그때의 나보다 이번 대회 신청자들이 더 나은 것 같다. 직장인대회는 직장에서 홀로서기를 할 수밖에 없는 직장인의 삶에 관심을 가진 몇몇 학사들(이후 이들에 의해 직장사역팀이 조직됨)의 끊임없는 고민에서 시작되었다. ‘직멘OPEN프로젝트’의 일환으로 2015년 1회를 치르고 지금까지 매년 3월마다 한 차례 대회를 개최해왔다. 


  이번 네 번째 대회의 프로그램은 ‘오프닝(문애란 대표); 출근하는 그리스도인’, ‘패널토의; 연차별 토의’, ‘점심식사/그룹별모임’, ‘기독직장인의 정체성 강의(한병선 IVF학사회 기독직장인운동 팀장)’, ‘말씀선포(이시종 IVF학사회 대표간사)’, ‘기도회’의 순으로 진행되었다. 대회가 4회를 맞이하고 직전 장소를 동일하게 사용하는 장점 덕분에 강의 등 프로그램 내용, 식사/간식 등 진행과정에 대한 반응은 ‘매우 양호’한 수준이었다. 다만 기본적인 부분에 만족이 높아질수록 좀 더 세밀한 터치가 필요하다는 평가가 있었는데, 그 부분은 내년 대회에서 좀 더 깊이 다뤄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앞서 말했듯 학사운동을 오래전부터 기획하고 실행해오던 학사님들과 함께 ‘직장인모임’을 할 수 있게 된 것은 매우 우연한 기회를 통해서였다. 그 영향으로 힘들고 외로울 수밖에 없는 저년차 학사의 시절을 지혜롭게 지나올 수 있었다. 직장인사역이라는 거대한 인큐베이터는 나를 성장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혹시라도 현재 직장생활에서 고군분투하는 사람이 있다면, 직장인대회를 추천해주고 싶다!


 그러나 대회는 말 그대로 큰모임이며, 자체로 한계를 가지고 있다. 설문 내용을 봐도 본인 이야기를 더 하고 싶었지만 제한된 시간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는 아쉬움이 매우 컸다. 이를 보완하고자 직장사역팀에서는 작은 모임에도 힘을 쏟고 있다. 우선 한 달에 한 번 지역별모임이 있다. 주중 저녁시간 위주로 모임이 전개되고 있고, 한 장소에 모여 책 나눔(현재는 “하나님의 임재”를 나누고 있다)과 삶 나눔을 하고 있다. 직장생활에 관한 고민을 나누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들이 모이는 소소한 모임이지만, 모인다는 것 자체에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현재는 고양/파주지역, 홍대/합정지역, 종로지역, 노원지역, 김포/인천지역, 관악/신림지역, 강남지역, 분당/수원지역 모임이 진행되고 있다. 


 6월 초(6/1~2, 서울유스호스텔)에는 직장인MT도 가질 예정이다. 직장인대회 이후 매년 한 번 이상 해오고 있는 MT에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된다. 금요일 퇴근 후 모임이라 출출함을 포만감으로 바꿔줄 뷔페도 준비하고(야식은 기본이다!) 식사 후에는 시즌별 특강이 있는데 올해는 『설득하고 싶은가? 스토리로 승부하라』의 저자이자 잡지 ‘행복한 부자’의 편집장이신 신성진 강사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는다. 강의 후에는 지금 하는 일과 적성이 맞는지를 알아보는 ‘프레디저 검사’ 시간도 있다. 이 외에 MT장소 특성상 남산으로 올라가 산책 겸 수다를 떠는 시간도 있고, 숙소로 돌아와서는 잠을 포기하는 열성적인 사람들만이 누릴 수 있다는 보드게임까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인기 유튜브 채널인 ‘보드라이브’ 사장님이 ‘직접 함께 하신다는 것’ 밑줄 쫙!). 이튿날 아침은 맥모닝과 함께 우아하게 시작하고, 책 나눔으로 다시금 사회로 돌아갈 준비를 하면서 MT는 막을 내릴 예정이다.


  대회 이후 지역별 소모임이 진행되는 것을 보면서 여전히 누군가의 도움을 기다리는 학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물론 누군가에 의해 나의 필요가 100% 만족할 만큼 채워지는 것은 아니다. 내가 가야할 길은 다른 누구보다 나 스스로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시대적 사명을 함께 짊어지고 나갈 동역자라는 점을 상기시켜 준다. 기독인의 직장생활에 관한 사역은 사회적으로 많은 필요가 있다. 대회가 알려지면서 그러한 필요를 위해 더 많은 준비가 있어야겠다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아마도 지역별로도 더 많은 소모임이 형성되어야 할 것이고, 직종이나 연차별로도 많은 필요가 있으리라고 본다. 수많은 학사들에 의해 기독직장인대회는 내년에도 여러분을 찾아가려고 한다. 우리의 활동에 의해 자극받은 수많은 학사들이 자발적으로 직장 내 학사운동을 펼치는 것이 직장인대회의 지향점이고, 그때까지 이 운동을 멈추지 않겠다는 것이 직장사역팀의 의지이다.


 학사운동은 결코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직장인대회는 직장에서 혼자일 수밖에 없는 여러분이 절대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깨닫는 계기가 될 것이고, 누구든 세상 속 직장에서의 삶을 다른 학사들에게는 나누는 매우 소중한 시간이 되리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