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하나님의 선물] 사춘기 아이들 곁에서 보낸 7년

Posted by GCF IVF GCF
2018. 7. 11. 17:09 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소리] 2018 세번째 소리 - 0607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사춘기, 하나님의 선물]



▷ 사춘기, 하나님의 선물(1) - 사춘기 시절을 돌아보며_익명

▶ 사춘기, 하나님의 선물(2) - 사춘기 아이들 곁에서 보낸 7년_한민지

▷ 사춘기, 하나님의 선물(3) - 하나님의 말씀은 교훈과 책망과 바르게 함과 의로 교육하기에 유익하니_서정명

▷ 사춘기, 하나님의 선물(4) - 사춘기 자녀와 나의 성장기(記)_김미혜

▷ 사춘기, 하나님의 선물(5) - '동료인간', 당신을 새롭게 알고 싶어요!_한영주








사춘기 아이들 곁에서 보낸 7년






◆ 한민지(중앙대06)

흔들리지 않으며 예수님의 향기를 전하고 싶으나, 아이들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울고 웃고, 

매일 감정의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사춘기 아이들과 사춘기를 보내고 있습니다.  





 동료 선생님들과 “중1은 애기, 중2는 중2병, 중3은 어른”이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초등학교의 최고 학년으로 기세등등하게 지내던 ‘중1’은 벙벙한 교복 속으로 들어가는 순간 어리바리한 모습을 감출 수가 없다. 그 아이들은 하나부터 열까지 알려줄 것이 많다. ‘중2’는 중학교생활도 할 만큼 했고 진로에 대한 부담도 아직은 덜할 때니 친구들과 마냥 즐겁게 지내고 싶은 것 같다. ‘중3’은 원하든 원하지 않든 진로에 대한 고민을 진지하게 시작하면서 몸과 마음이 무거워지고, 철없는 후배들을 보며 혀를 찰 정도로 성숙해진다.


 작년이 올해 같고 올해가 작년 같은 30대인 나와는 확연히 다른 삶을 살아가는 이 아이들. 매해 급격히 성장하며 변화하는 아이들을 매일 만나고 있다. 그들의 삶에 작게나마 관여한다는 것이 해가 갈수록 더욱 무겁게 느껴진다. 평범하고 단순하게 살아온 나에게는 다양한 삶을 살아내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이 때로는 버겁기도 하고, 아프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즐겁기도 하다. 사춘기 아이들은 여러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중학교에서 담임을 해온 지 올해 7년차다. 나름의 징크스가 있다. 바로 격년마다 힘든 반을 맡게 된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학기 초를 앞두고 ‘좋은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는 것이 좀 죄송스러웠다. 내가 좋은 아이들을 만나면 다른 누군가는 힘든 아이를 맡아야 하니까. 그래서 ‘제가 감당할 수 있는 아이들을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는데 학교에서 정말 유명한 안하무인, 유아독존인 아이가 당첨됐다. 모든 선생님들이 나를 위로해줄 정도였다. 사고를 많이 쳐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의도 여러 번 열렸고, 그 아이 덕분에 소년원에 가기 전에 소년분류심사원이라는 곳을 먼저 가게 된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출석률이 낮아 유예될까 걱정이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있어서 상담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어떻게 하면 마음의 문을 열 수 있을까 고민하며 1년을 보냈다. 


 기도한 대로 감당할 힘은 주셨지만 에너지가 많이 소진되고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다음해에는 철판 깔고 ‘예쁜 아이들 만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했더니 정말 나와 쿵짝이 잘 맞는 아이들을 보내주셨다. 요즘에도 이런 아이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예의 바르며 성격이 시원시원한 아이들, 나도 나중에 이런 딸을 낳고 싶다고 생각이 들게 만드는 아이들, 중학생으로 돌아가 이 반의 학생이 되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반 전체가 단합되고 함께 잘 어울리는 그런 반이었다. 개인적으로 힘든 일이 많았던 해였는데 아이들 덕분에 위로받고 힘을 낼 수 있었다. 그렇게 행복한 1년을 보내고 나니 어떻게 기도해야 할지 좀 혼란이 왔다. 그래서 사실 그 후에는 얼버무리며 기도를 하게 됐다.     






 마음 같아서는 “이렇게 몇 년 동안 힘듦과 즐거움을 반복하며 사춘기 아이들을 만나다 보니 나름의 노하우가 생겼다”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하지만 해가 갈수록 노하우가 생기기는커녕 점점 더 “모르겠다, 어렵다”라는 말만 반복하게 된다. 다만 사춘기 아이들에게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이 무엇인지는 알 것 같다.


 아이들이 방황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다. 친구문제, 성적문제, 진로문제, 이성문제 등. 하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부모님과의 관계에서 오는 문제 때문에 방황하는 아이들이 가장 많고, 그 문제가 대체로 심각하다. 성장기의 호르몬 변화나 단순한 반항심, 친구 문제 등으로 인해 사춘기를 겪는 경우, 부모님이 지지해 주고 함께 해결해 나가려는 의지가 있다면 대부분의 아이는 시간이 지난 후 마음을 잡고 돌아오는 것 같다. 


 중2병을 심하게 앓는 학급을 맡은 적이 있다. 그중 한 아이는 대부분의 학교 일에 부정적으로 반응했다. 교과시간마다 선생님들과 싸웠으며, 잘못해서 혼났을 때는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해 소리 지르며 울곤 했다. 청소시간마다 땡땡이를 쳤으며, 아이들을 선동해 여러 장난을 쳤다. 말썽을 부릴 때마다 부모님은 적극적으로 도와주셨고,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의 정서를 위해 강아지도 입양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셨다. 그 결과 이 아이는 고등학교에 가서 마음을 다잡았고,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학교생활을 하는 정말 평범한 고등학생이 되었다. 같은 울타리 안에 있는 고등학교로 진학한 이 아이를 우연히 마주쳤을 때, 교실 청소하러 빨리 가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고는 기절할 뻔했다.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으로부터 상처를 받거나 충분한 사랑을 받지 못해 방황을 시작한 아이들은 방황의 시기가 길고, 뒤늦게 부모님이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도 되돌리는 것이 쉽지 않은 것 같다. 학교 오기를 싫어하고, 사고도 많이 치는 또 다른 아이가 있었다. 특히 거짓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하는 아이였다. 학교에서 몰래 핸드폰을 사용하다 걸렸는데 급한 일로 아버지랑 통화했다고 한다. 그럼 통화목록을 보자고 하니 통화목록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하지만 통화목록에 아버지는 없었다. 너무나도 뻔한 거짓말인데 통화목록을 아무렇지도 않게 보여주는 행동을 하고 있는 이 아이가 당황스러우면서도 불쌍했다. 이 외에도 이 아이가 하는 거짓말은 소설로 써도 될 정도로 다양하다. 초등학교 시절 부모님은 너무 바빠서 아이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고 그때 애정결핍이 생겼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내가 보기엔 이렇게 거짓말을 해서라도 관심을 받고 싶어 하는 아이의 몸부림으로 보였다. 


 또 다른 아이는 부모님의 지나친 관심으로 인해 마음의 문을 닫았다. 겉으로 봤을 때 이 아이는 사춘기를 심하게 겪고 있거나 문제가 있어 보이지 않았다. 학기 초에 일반적으로 하는 상담에서도 “요즘 크게 어려운 것 없다, 다 괜찮다”라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맡은 역할도 성실히 하며 수업태도도 좋은 아이였다.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아이의 마음은 많이 문드러지고 있었는데 그것이 신체반응으로 나타났다. 두통이 잦았고, 입맛이 없다고 급식을 잘 먹지 않았다. 그러다 우연히 팔목에 붙어있는 밴드를 발견했다. 홀로 너무 괴로워서 팔목에 상처를 낸 것이다. 그제야 이 아이는 속마음을 털어놓고 그동안 어떻게 지내왔는지 이야기를 해주었다. 자신이 원하는 바를 이야기해보아도 부모님이 들어주지 않았고, 그런 일이 반복되자 그냥 부모님이 원하는 삶을 사는 척하는 게 편하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아이는 속마음을 숨기고 부모님 앞에서는 굉장히 모범적인 학생인 것처럼 연기를 하며 살아왔다. 마음이 너무나도 아팠다.




 자녀의 모든 방황을 부모님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나도 아직 부모가 되어보지 않았기 때문에 섣불리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이다. 하지만 아이들이 태어나서 가장 처음 만나는 어른이 부모님이고, 가장 큰 영향을 받는 어른도 부모님이다. 어린이에서 어른이 되는 중간 단계의 청소년에게 부모님이란 존재는 정말 중요하다. 요즘 깨어진 가정이 참 많다. 겉으로는 멀쩡해 보여도 속으로는 깨어진 가정이 많다. 부모교육만 제대로 이루어져도 방황하는 사춘기 청소년들의 마음이 한결 편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담임을 맡은 반과 수업 들어가는 반 아이들을 합치면 매일 마주하는 학생이 100명가량 된다. 내향형이고 에너지가 많지 않은 편이라 매일 이렇게 혈기왕성한 아이들을 마주하는 일이 지칠 때가 많다. 게다가 잔소리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도 많다. 하지만 웬만하면 화를 내지 않으려고 한다. 웬만하면 웃으면서 대화하려고 한다. 웬만하면 아이들 이야기를 먼저 들어보려고 한다. 안 그래도 가정에서 학교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텐데 나라도 그 아이들에게 웃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힘든 하루를 보내고 있는데 나의 친절이 그 아이의 기분을 조금이라도 좋게 만들어 줄 수도 있으니까 말이다. 


 이 글에서도 그렇지만 일반적으로 사춘기를 심하게 겪는 아이들 이야기가 사람들에게 더 부각된다. 나 역시 그 아이들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고 기도해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 하지만 비오는 날에는 교실에 이러고 앉아 있을 게 아니라 달팽이 잡으며 놀아야 한다는 아이도 있고, 아재개그를 맞추어야만 교실 문을 열어주는 아이도 있다. 마주칠 때마다 쌤을 부르며 안기는 아이, 어벤져스 영화 보러 간다고 하니 자신이 덕후라며 어벤져스에 대해 최선을 다해 설명해 주는 아이도 있다. 가족도 잘 못 알아보는 내 앞머리 길이에 관심 갖고 칭찬해 주는 아이 등등, 일상에서는 나를 웃음 짓게 하는 귀여운 사춘기 아이들도 많다.  


 올해 맡은 아이들의 문제를 내가 당장 다 해결해줄 수는 없다. 그래서 마음이 답답할 때도 많다. 하지만 그것을 인정하고, 나는 그저 씨를 뿌리고 물을 줄 뿐이다. 작은 소망이 있다면  이 아이들이 나중에 중학교 시절을 추억할 때, 그저 웃음 한번 지어주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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