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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사람] 소리이음

[소리가 만난 사람] 하나님이 부르신 그때, 그곳에서 자리를 지켰을 뿐_김용범(2)

[소리] 2017년 다섯번째 소리 - 10+11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 소리가 만난 사람 - 하나님이 부르신 그때, 그곳에서 자리를 지켰을 뿐 (1) 

▶ 소리가 만난 사람 - 하나님이 부르신 그때, 그곳에서 자리를 지켰을 뿐 (2) 







<소리가 만난 사람>


하나님이 부르신 그때, 그곳에서 자리를 지켰을 뿐

- 두번째 이야기 -




김용범 ◆ 인하대 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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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IVF를 섬기면서 동시에 교회와 직장생활을 병행하는 일도 쉽지 않을 것 같아요. 

교회 생활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저는 아주 어려서부터 개포동에 있는 교회에 출석했습니다. 앞서 말했던 학교 선배도 함께 다니는 교회였고, 부모님도 현재까지 다니고 계세요. 하지만 결혼하면서 산본에 있는 교회로 옮겼습니다. 저에게 있어 교회를 옮긴다는 것은 독립의 마지막 절차였던 것 같아요. 막 결혼해서는 가진 돈이 없었기에 부모님 집에서 같이 살았습니다. 그런데 저는 출장이 잦았고, 부모님과 함께 지내는 아내가 많이 힘들었거든요. 결국 이사하기로 결정했고 교회도 옮기게 되었습니다. 저나 부모님은 20년 넘게 다닌 교회였지만 아내는 외부에서 혼자 온 것이니 얼마나 외로웠겠어요. 우여곡절을 겪으며 분가를 했고, 그때부터 지금의 교회를 다니고 있습니다.

 

 교회에서는 오랫동안 교사를 했습니다. 처음에는 주로 유년부와 초등부를 맡았는데, 지금은 아내와 함께 성가대에서 봉사하고 있습니다. 올해부터 성가대 대장을 맡았어요. 그런데 지휘자와 당회의 중간에서 여러 가지 조율을 맡는 등 어려움도 많습니다. 성가대도 하나의 공동체라는 생각이 듭니다. 찬양만 하는 공동체가 아니라 함께 교제하고 나누며 같이 성장할 수 있는 공동체가 되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는지 고민이 돼요. 우리 교회는 공동체성이 탄탄한 공동체는 아닙니다. 목사님이 카리스마도 있고 설교도 잘하시지만 성도들 간에 친하지는 않아요. 그래서 교제와 나눔을 위해 작은 단위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 보니 교회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적지 않아요. 공동체를 만들어야 하고 사람들 사이의 갈등도 봉합해야 하니까요. 요즘에는 ‘찬양대가 어떻게 찬양하는 게 맞나? 역할이 무엇인가?’와 같은 고민도 하고 장로님들과 모여서 논쟁도 벌이곤 합니다. 




◆ 직장 생활은 어떤지도 궁금합니다. 


 학부 시절에 ‘포스코’에서 주는 장학금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졸업 후 입사를 전제로 한 장학금이었죠. 그러나 근무지가 포항이라서 가고 싶지가 않더라고요. 결국 포스코를 포기하고 ‘대우 정보시스템’이라는 곳에 입사하여 직장생활을 시작했습니다. 그러면서 결혼을 했는데, 창원까지 출장을 다니며 결혼생활을 하게 되었죠. 


 그러다가 2000년에 같이 근무하던 분이 ‘앤더스 컨설팅’이라고 하는 회사로 이직을 하면서 저를 부르셨어요. 저도 2개월 후에 그분을 따라 회사를 옮겼습니다. 컨설팅을 하는 회사였는데 후에 ‘엑센츄어’라는 이름으로 바뀌었어요. 그곳에서 17년 정도 일을 했습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지금은 새로운 회사로 옮겼고, 이직한 지 9개월 되었습니다. 이전 회사는 직원 수가 400명 정도 됐는데 여기는 2천 명쯤으로 규모가 매우 큽니다. 주로 전자산업 군에 컨설팅 하는 일을 해요. 야근도 많고 스트레스도 많은 일이라 쉽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컨설팅이라는 게 모든 내용을 잘 알고 시작하는 게 아니라서 어려움도 많았어요. 잘 모르는 영역이 있으면 공부하기도 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내기도 해야 합니다. 고객 중에는 까칠한 사람도 많습니다. 저는 서비스를 제공하는 을이고, 그들은 돈 낸 만큼의 가치를 받아야 하는 갑이기 때문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경우도 정말 많아요. 


 컨설팅이 성사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습니다. 고객 쪽에서 하고 싶은 일을 제안하여 연결이 되는 경우와, 제가 아는 임원들을 찾아다니며 이런 일을 해보십사 제안하는 경우입니다. 젊었을 때는 정해진 숙제만 열심히 하면 되는 위치였는데, 지금은 세일즈 영업을 좀 더 많이 해야 하는 입장입니다. 제가 일을 만들어 와야 제 아래 직원들이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세우는 일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옛날부터 형들과 지내는 걸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제가 현재 관계를 맺어야 하는 분들은 주로 기업체 임직원들로 저보다 나이가 많은 분들입니다. 그런 분들과 어떻게 친해져야 하는지 고민이 됩니다. 여전히 어렵긴 하지만 도전해볼 만한 것 같아요.  


 직장 생활이 쉽지는 않았지만, 돌이켜 보면 어려울 때마다 좀 더 겸손해지게 되었고 기도하게 되었고 하나님을 더 의지하게 되었던 것 같아요.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었습니다. 지금 직장으로 이직하고 보니, 이곳에는 신우회가 있더라고요. 지난주에 처음으로 참석해서 인사를 드렸는데 한 열 분 정도 모이는 것 같습니다. 특별한 활동은 없지만 한 달에 한번 정도, 평소보다 한 시간 일찍 출근해서 예배를 드린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함께할 생각이에요. 




◆ 학사님의 인생을 돌아보니 경인지방회에서는 맏형의 역할, 

이사회에서는 이사장으로서, 또 교회와 직장에서도 맡은 공동체를 책임져 오신 것 같아요. 

이후에도 경인지방회 학사공동체와 함께 하고 싶은 운동이 있나요?  


 후배 학사들 중에 IVF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앙생활을 하지 않는 친구들이 제법 있습니다. 생각이 저와 다른 학사들도 많고요. 사실 학사회의 분위기 자체가 예전 같지는 않아요. 그간 학사운동을 왜 해야 하는지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사람은 없었는데, 지금은 ‘왜’라는 질문을 많이 강조합니다. 물론 옛날과 같은 방식의 학사운동과 현재 학사운동의 방식은 다를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후배들과 함께 서너 달에 한번 씩 모여서 커피라도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습니다. 물론 만나는 사람들 모두 IVF 후배들이고 학사들이지만, 꼭 ‘IVF 학사운동’이라는 이름을 붙이지 않을 수도 있어요. 다만 이들과 함께 무언가를 얘기하고 대화하다 보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나 가야 할 방향성이 생기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직 구체적이지는 않지만요. 다만 분명한 것은 이런 만남이 후배들과 학생들을 잘 세우는 일에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 대표와 활동학사를 거쳐 이사와 이사장으로, 계속해서 IVF를 지켜보셨습니다. 

현재 규모로 보면 IVF는 꾸준히 감소하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런 공동체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요?


 가끔 간사, 학사, 이사들과 같이 식사를 합니다. 그런데 간사들이 자기소개를 할 때마다 학생 감소에 대한 얘기를 해요. 간사들은 분명 학생이 줄어드는 것에 대한 스트레스가 있고, 그것은 간사들에게 큰 부담일 것입니다. 


 제가 활동할 당시에는 공동체가 갑자기 부흥했고 사람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이 저나 누가 잘해서 부흥한 게 아니라, 그저 하나님이 하시는 타이밍에 제가 거기 있었을 뿐이에요. 간사들이 못해서가 아니라, 그냥 이런 타이밍에 그 친구들이 거기에 있을 뿐인 거죠. 그곳을 잘 지켜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할 일을 다 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캠퍼스에서 버텨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한 일이에요. 간사들을 위로하고 싶어요. 어려운 타이밍에 이렇게 버티는 간사들이 참 위대하고, 그분들의 삶이 가치 있다고 생각합니다. 


 커다란 조직이나 성장하는 조직, 잘 나가는 회사에 있으면 편합니다. 하지만 회사가 줄어들기 시작하면 진짜 힘들죠. 제가 뭘 해도 해결되지 않습니다. 그것은 개인의 역량과 관련 있는 게 아니니까요. 간사들이 좀 더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학생이 줄어드는 것 때문에 힘들어하는 간사들을 보면 참 안타까워요. 제가 그 자리에 있었어도 똑같이 스트레스를 받았을 거예요. 참 어려운 국면입니다. 그럼에도 꾸준히 헌신자가 나타나는 부분이 신기하고, 또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30년이라는 세월을 한결같이, IVF의 곁에서 공동체의 일원으로 역할을 감당해 주신 학사님께 감사드립니다. 

학사님이 몸담고 있는 모든 곳에서 ‘세상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이 활발해질 것을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