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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연재] 소리지음

[당신의 연애자소서] 두둥, 결혼?!_남편의 편지

[소리] 2014년 두 번째 소리- 8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당신의 연애자소서] 당신의 연애에 한선미-김효주 부부가 띄우는 상하고 상한 편지()

 

QUESTION:

 

두둥, 결혼?!

 


안녕하세요? 저는 두분의 깨알 같고 찰진 답변을 즐겨찾기 하는 학사입니다. 저는 이제 긴 연애를 마치고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입니다. 귀엽고 예쁘고 아름답고, 누가 봐도 반할만한 미소를 지닌 제 예비신부를 보여드릴 수 없는 점이 참 아쉽네요. 제 예비신부가 얼마나 매력적 인지 쓰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테니 칭찬은 여기서 줄일게요.

 

결혼식까지는 대략 반 년 정도 남았고 지금은 상견례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식장과 신혼여행 계약은 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네요. 연애를 길게 하였음에도 막상 결혼하려고 하니 생각하고 준비할 게 너무 많더군요. 그래서인지 마음만 분주하고 진척되는 상황은 없는, 그런 느낌입니다. 두 분도 이러한 기분 이미 겪으셨겠죠?

 

예전에 연애는 단막극이라면 결혼은 일일연속극이다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연애는 단막극처럼 갈등이 생기면 각자 집에서 고민하고 친구와 얘기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도 하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갈등이 생긴 상태로 얼굴 마주보고 어색한 시간을 보내며 푼다는 그런 뜻이었습니다. 또는 연애는 단막극처럼 뭔가 이벤트와 재미있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짧은 이야 기라면, 결혼은 조금은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채워져 있는 길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뜻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음에도 저는 아직도 결혼생활에 대해서 상상이 잘 안 됩니다. 대체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어떤 갈등을 겪어야 할지, 어떤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이죠. 물론 저희도 지난번에 결혼하면 같이 사용할 치약이 매운 맛이어야 하는지, 짠 맛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토닥거린 적도 있긴 하네요. 결혼생활 전반에 관한 두 분의 조언을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이 너무 포괄적인가요?


예를 들면, 결혼생활을 위해 이런 고민과 기도를 해 봐라, 또는 결혼 전에 이런 얘기는 미리 결론을 지어야 나중에 더 편하다, 아니면 이러한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을 계획해 봐라 등등. 먼저 결혼하신 선배로서 초보 결혼준비생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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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고려대99

진중하고 과묵한 성격이었으나 하루에 4만 마디 하는 자매를 만나 연애시절 건당 30원하는 문자메시지 값만 3만원 넘게 나오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는 뭐 하나 꾸준히 하는 게 없는 캐릭터인 데, 한 사람과 6년 연애 후 결혼 그리고 결혼 후 6년 이상을 살고 있다. ‘오늘 점심 뭐 먹지가 최대 고민인 회사원 8년차이자 두 돌 지난 딸이 하나 있고 풀코스를 두 번 완주한 초보 마라토너.

 

Answer:

 


 

우선, 축하합니다! 물론 진짜 결혼까지 잘 골인하실 때 얘깁니다, 하하하! 농담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결혼준비 하다가 영원히 남남됐다는 얘기가 종종 들린답니다. 그러니까 우선 긴 연애를 아름답게 마무리하는 결혼식까지, 마지막 스퍼트를 시작하기 위해 마음의 준비운동을 좀 해두시는 게 좋겠습니다. 헛둘헛둘!

 

결혼을 하기 위해서 보통 결혼식을 하지만, 결혼과 결혼식은 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어찌되었든 결혼식도 하나의 의식이기 때문에, 좀 심하게 말하면 그냥 행사 하나 거하게 치른 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죠. 다만 이 행사는 수많은 관계가 얽혀 있어서 난이도가 높아요. 배우자를 포함한 소중한 사람들이 저마다 결혼식에 원하는 것이 있습니다. 모두의 로망을 다 잘 채워줄 수 있다면 참 좋겠지만, 그 로망들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적지 않거든요. 그걸 사전에 잘 조율할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일등신랑! 그렇다면 결혼식과는 좀 다른 결혼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취향에 맞게 다양하게 유려하게 표현할 수 있겠지만, 결국은 두 사람이 사랑하며 사는 것 아니겠습니까? 결혼식 준비하다가 결혼준비를 놓친다면 이거야말로 주객이 전도된 셈이죠. 날이 갈수록 참담해지는 이 무서운 세상 속에서, 다른 누구도 보장해 주거나 보장 받을 수 없는 서로의 편이 되어주겠다는 약속이 얼마나 귀한지요. 형제님, 아직도 그 자매님을 사랑하나요? 아니 라면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빨리 갈라서시고요. 그렇지만 정말, 여전히 그 자매님을 사랑하고 있다면, 같이 걸어온 시간이참 소중하고 행복하다면, 그래서 앞으로 이 여자가 어떻게 변할지 모르겠지만 평생 같이 살겠다는 마음으로 결혼하고자 한다 면, 그건 정말 기적 같은 일입니다. 결혼식을 위한 ‘to-do list’ 수백 가지 중에, 맨 위에 이런 거 하나 넣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결혼식 전에 빼곡하게 한 장 이상 손 편지 쓰기편지 쓰는 거 쉬운 남자 없고, 편지 읽는 거 싫은 여자 없습니다. 삐뚤빼뚤 글씨가 좀 안 예뻐도, 편지지 고르기부터 시작해서 꾹꾹 한 자씩 눌러가며 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는 남자라면, 당신은 이미 벌써 내 여자에겐 따뜻한 차도남!


 

사연 중에 치약 얘기가 있었는데요, 정 안되면 치약은 각자 하나씩 사놓고 쓰면 됩니다. 많이 안 비싸요. 가정의 평화를 지키는 값으로는 아주 싼 편입니다. 화장실 변기커버를 올려야 하나 내려야 하나, 의견이 분분한데, 그냥 쓰는 사람이 쓸 때 성별에 맞게 쓰면 됩니다. 예비부부가 보통 들을 법한 수많은 얘기들, 이를테면 설거지는 내가 하고 청소는 네가 한다든지, 양말은 냉장고 앞이 아니라 세탁바구니에 놓아야 한다든지 하는 얘기들 이, 저는 잘 지켜지지 않더라고요, 하하하. (, 아내, 사랑해!) 잔소리 한 번 더 하느니 내가 한 번 더 움직이는 게 십자가 정신이구나, 생각하면 될 것 같아요. 다만 그런 얘기들을 아내가 언제든 불편하지 않게 할 수 있도록, 듣는 마음을 갖춘 남자라면 당신은 역시 훈남!

 

형제님의 글을 읽으면서 든 생각은, 주로 결혼의 일상이 궁금하신 것 같았어요. 안타깝게도 제가 대신 결혼해줄 수가 없어서, 그 일상을 만끽하는 것은 오롯이 형제님의 몫으로 놔둘게요. 다만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을 보게 된다는 점, 그리고 그렇게 쌓아가는 하루하루가 형제님이 자매님을 더 사랑하게 만들 거라는 점만 기대하시길! 마지막으로 꿀팁 하나 드리자면, 신혼여행 때 싸우지 않을 준비를 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무사히 결혼식 마치고 신혼여행 때 다시는 안 볼 것처럼 싸우는 부부 많습니다. 결혼식에 신경 곤두세우다가 식이 끝나면서 긴장도 풀어지고 마음도 말랑말랑해져서 별 거 아닌 일로 다투는 일이 많은 거 같아요. 저희 부부는 , 지금 위험해방법을 썼어요. 약간 신경 곤두서다가도 누구라도 먼저 , 지금 약간 위험해하면 피식 웃으면서 마음이 풀리는, 요런 귀여운 방법으로 여행 내내 큰 다툼 없이 행복했답니다. 신혼여행, , 좋겠다! 신혼여행안 싸우기까지 준비하는 당신은 이미 멋진 남편! 신혼여행 후 일상은 어떻게 사냐고요? 그냥 사는 거죠, .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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