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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연재] 소리지음

[당신의 연애자소서] 두둥, 결혼?!_아내의 편지

[소리] 2014년 두 번째 소리- 10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당신의 연애자소서] 당신의 연애에 한선미-김효주 부부가 띄우는 상하고 상한 편지()

 

QUESTION:

 

두둥, 결혼?!

 


 

안녕하세요? 저는 두분의 깨알 같고 찰진 답변을 즐겨찾기 하는 학사입니다. 저는 이제 긴 연애를 마치고 곧 결혼을 앞둔 예비 신랑입니다. 귀엽고 예쁘고 아름답고, 누가 봐도 반할만한 미소를 지닌 제 예비신부를 보여드릴 수 없는 점이 참 아쉽네요. 제 예비신부가 얼마나 매력적 인지 쓰려면 책 한 권으로도 모자랄 테니 칭찬은 여기서 줄일게요.

 

결혼식까지는 대략 반 년 정도 남았고 지금은 상견례를 준비하는 중입니다. 식장과 신혼여행 계약은 했지만, 아직도 해야 할 일이 많이 남았네요. 연애를 길게 하였음에도 막상 결혼하려고 하니 생각하고 준비할 게 너무 많더군요. 그래서인지 마음만 분주하고 진척되는 상황은 없는, 그런 느낌입니다. 두 분도 이러한 기분 이미 겪으셨겠죠?

 

예전에 연애는 단막극이라면 결혼은 일일연속극이다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연애는 단막극처럼 갈등이 생기면 각자 집에서 고민하고 친구와 얘기하면서 실마리가 풀리기도 하는데, 결혼을 하게 되면 갈등이 생긴 상태로 얼굴 마주보고 어색한 시간을 보내며 푼다는 그런 뜻이었습니다. 또는 연애는 단막극처럼 뭔가 이벤트와 재미있는 일들이 계속 벌어지는 짧은 이야 기라면, 결혼은 조금은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상으로 채워져 있는 길고 끝나지 않는 이야기라는 뜻도 있는 것 같습니다. 그만큼 연애와 결혼은 다르다는 말이 아닐까 합니다.

 

 


 

결혼을 앞두고 있음에도 저는 아직도 결혼생활에 대해서 상상이 잘 안 됩니다. 대체 우리에게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어떤 갈등을 겪어야 할지, 어떤 생활이 기다리고 있을지 말이죠. 물론 저희도 지난번에 결혼하면 같이 사용할 치약이 매운 맛이어야 하는지, 짠 맛이어야 하는지를 놓고 토닥거린 적도 있긴 하네요. 결혼생활 전반에 관한 두 분의 조언을 들려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질문이 너무 포괄적인가요?

예를 들면, 결혼생활을 위해 이런 고민과 기도를 해 봐라, 또는 결혼 전에 이런 얘기는 미리 결론을 지어야 나중에 더 편하다, 아니면 이러한 결혼식이나 신혼여행을 계획해 봐라 등등. 먼저 결혼하신 선배로서 초보 결혼준비생에게 적절한 조언을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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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선미한성대99

캠퍼스 간사 6년을 포함, 20대를 고스란히 IVF에서 뒹굴 거리다가 지금은 살림과 육아에 전념 중이다. 2002년 착하고 성실한'' 알았던 형제를 만나 열심히 싸우고 화해하고 사랑하고를 무한 반복하다 그만, 2007년에 결혼까지 해버린 상태다. 하루에 4만 마디쯤은 거뜬히 하고 뜨개질, 바느질, 독서 외에도 각종 오지랖을 넓혀가고 있는 아줌마.

 

Answer:

 


 

어머, 사연 잘못 온 거 아닌가요? 이건 고민이 아니잖아요. 첫 문단부터 자매님 자랑이라뇨? 자매님이 누군지 귀띔 좀~ 제가 가서 두 눈으로 똑똑히 확인해봐야겠어요. 보나마나 이런 형제님을 만난 자매님이니 얼굴에 행복이 가득하겠죠? 결혼까지 꽤 긴 시간이 남았네요. 제가 주님 다시 오실 날을 매우 기다 리는 사람이지만, 형제님 결혼하기 전까지는 그 기도 안 할게요. 하하하.

 

일단 결혼식부터 시작해 볼까요? 저는 간사로 일했던 터라 행사 기획은 별로 어렵지 않았어요. 신부대기실에 앉아서도 홀 음향 점검부터 시작해 PPT 잘 나오는지 테스트 해봐라, 자봉들 딴 데 가지 말고 자기 자리 지켜라 등, 어찌나 잔소리를 해댔는지 몰라요. “신랑 입장하고 주례 목사님이 부르셨는데, 신랑이 밖에서 안 들어오는 거예요. 다들 드디어 신랑이 정신 차리고 제 갈길 갔다고 웃어대는 통에 신부 입장할 때는 떨릴 겨를도 없었네요. 식을 준비하면서는 눈에 보이는 것이 너무 중요해져 요. 양가 어머님 한복 색깔은 괜찮은가, 신부 드레스가 너무 파인 건 아닐까, 신랑 키높이 구두는 티가 많이 나지 않을까 등등. 수많은 결혼식을 다녀 본 하객들에게 남는 것은 무엇일까요? 놀랍게도여기 뷔페 맛있네정도에요. 그나마 다음 결혼식 갈비탕이 더 맛있으면 바로 잊히는 거예요.

 


 

결혼식에서 중요한 건 뭘까요? 사람들에게 잘 보여지는 결혼식이 아니라, 새로운 가정을 이루는 주인공인 두 사람에게 어떤 의미의 결혼식이 되느냐가 중요해요. 어떤 결혼식을 기대하시 나요? 예비신부와 그날을 상상하며 많은 이야기를 나눠보세요. 저는 기쁨이 넘치는 혼인예배가 되길 기도했는데 되돌아보면 정말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바다였던 것 같아요. 교회 다니지 않은 친구들도 참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결혼식이었다고 말한 것 보면 기도응답이겠죠? 그 다음은 신혼여행! 대부분의 커플이 양가 부모님과 지인들 선물 사면서 싸우더라고요. 미리 목록을 정리해서 형제님이 쇼핑에 적극적으로 동참해 주세요. 뭐가 다른지 정말 모르겠고 다 괜찮아 보여도, 눈 감고 딱 하나 좋다고 말해 주세요. 설령 처음에 골랐던 것을 결국에 다시 고르더라도 잘했다고 넘어가 주시길. 그리고 신혼여행 가기 전에 결혼식 후유증으로 몸살 나는 커플 많이 봤어요. 식 끝나면 피로회복제 하나 쎈 걸로 먹어주쎄~!!

 

이제 두 분의 집으로 돌아오면, 신혼여행 짐에서 쏟아져 나오는 빨래부터 진정한 결혼생활의 시작입니다. 곧 이어 카드명세 서도 날아올 테고요. 연애를 오래 했어도 같이 사는 것은 처음이기 때문에 생활 방식은 많이 달라요. 그러니 대화와 합의, 그리고 양보와 배려로 원만하게 넘어가세요. 치약 고르는 걸로 싸우며 살기엔 시간이 아깝잖아요.^^ 두 사람의 통장은 어떻게 합칠지, 집안일은 어떻게 나눌지, 자녀계획은 어떻게 할지, 교회는 어떻게 해야 할지, 부부싸움하고 나면 어떻게 할 건지 미리 대화를 나누세요. 물론 미리 준비한다고 그대로 되지는 않겠지 만, 시시콜콜한 사건의 수많은 언덕을 힘겹지 않게 넘어가려면 아무래도 준비운동이 많이 필요할 거예요. 형제님은 어떤 남편이 되고 싶으세요? 신부가 형제님의 사랑을 한평생 어떻게 기억 했으면 좋겠어요? 자매님은 어떤 아내로 빚어져 가길 원하시나 요? 두분의 혼인 서약을 하객들이야 잊겠지만 서로의 마음과 인생 속에서 날로 더 단단해지고 깊어가는 결혼생활은 어떨까 요? 다들 그렇게 말하죠. 결혼은 현실이라고요. 맞아요. 현실 이죠. 그러나 그 현실을 이기게 하는 것은 서로의 믿음과 사랑이겠죠? 그것만 100% 충전 완료 되었다면 뭐 그리 어려운 게 있을까 싶어요. 교황님이 바티칸에서 20쌍의 결혼 주례를 하시면서 이런 말씀을 하셨네요. “결혼은 고된 여정과 같아 때로는 어렵고 또 때로는 격랑이 일기도 한다. 남편과 아내가 다투는 것은 늘 일어나는 자연스러운 일, 절대로 화해를 하지 않고 하루를 끝내지 말라

 

저는 제가 지금까지 한 일 중에 제일 잘 한 일이 결혼인 것 같아요. 결혼 정말 축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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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5월 다섯째주 IVF학사회 소리지 업데이트 계획]

531(수요일) - [당신의 연애자소서] 두둥, 결혼?!_아내의 편지

602(금요일) - [당신의 연애자소서] 두둥, 결혼?!_남편의 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