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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연재] 소리지음

[당신의 연애자소서] 이 사람일까요?_남편의 편지


 

[소리] 2014년 두 번째 소리- 4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당신의 연애자소서] 당신의 연애에 한선미-김효주 부부가 띄우는 상하고 상한 편지()

 

QUESTION:

 

이 사람일까요?

 


 

안녕하세요? 힘겨운 모태솔로의 시기를 거쳐 현재 달콤하게 연애 중인 28살 자매입니다. 저는 소개팅으로 지금의 남자친구를 만났습니다. 첫눈에 반한, 뜨겁게 설레는 마음이라기보다는 차근차근 알아가니 볼수록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어 요. 저를 존중해주고 자상하게 대하는 그에게 점점 마음이 열렸습니다. 신앙이나 세상에 대한 기본적인 생각도 잘 맞고요. 그렇게 서로에 대한 호감을 확인하고 교제를 시작한 지 3개월 정도가 흘렀습니다.

 

그런데 왜일까요... 그토록 원하던 연애였건만, 연애를 하는 지금도 고민은 계속되더라고요. 아직도 제 마음 속에 이 사람이다!”라는 확신이 서질 않습니다. 크게 꺼려지는 문제가 있는 것도 아니고 저도 그에게 호감이 있긴 하지만, 과연 이게 사랑 인지는 잘 모르겠어요. 첫 연애라서 더 헷갈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간 봐온 로맨스 영화와 드라마의 영향도 있겠죠. 휘몰아치는 감정의 소용돌이를 원하는 건 아니지만 딱 내 사람이라는 확신이 생기지 않으니 답답한 마음이 드네요. 그렇다고 열렬한 감정이 있으면 그게 결혼의 확신으로 이어질지 그것도 미지수이고요.

 

이렇게 확신 없는 제 마음이 그에게 괜스레 미안합니다. 남자친구나 저나 이제 나이가 어느 정도 찼으니, 보다 진지한 만남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이 부분을 꼭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아요. 두 분은 어떻게 연애를 시작하고 결혼을 결심하셨나요? 어떤 걸 고려하면 저에게 확신이 찾아올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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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주고려대99

진중하고 과묵한 성격이었으나 하루에 4만 마디 하는 자매를 만나 연애시절 건당 30원하는 문자메시지 값만 3만원 넘게 나오는 기염을 토했다. 원래는 뭐 하나 꾸준히 하는 게 없는 캐릭터인 데, 한 사람과 6년 연애 후 결혼 그리고 결혼 후 6년 이상을 살고 있다. ‘오늘 점심 뭐 먹지가 최대 고민인 회사원 8년차이자 두 돌 지난 딸이 하나 있고 풀코스를 두 번 완주한 초보 마라토너.

 

Answer:

 




말이라는 게 참 쓸수록 묘합니다. 먼저 질문 하나, 여자친구가 옷가게에서 약간 살이 쪄서 그런지 옷이 안 어울리네.”라고 했을 때, 남자친구의 올바른 반응은 무엇일까요? 1, “ , 잘 안 어울린다. 다른 거 입어볼래?” 2, “그러게, 내가 너 운동 좀 하라고 했잖아.” 3, “무슨 소리야, 원래 이런 색은 어울리기 쉽지 않은데 대보니까 완전 잘 어울리는데? , 무조건 사.” 정답을 굳이 말하지 않겠습니다. 여기서 여자의 질문은 자신의 몸무게와 옷발에 대한 의견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번역하면 전혀 다른 의미가 됩니다. 질문의 진짜 의미는 난 이 옷을 사고 싶은데 확신이 안 생기거든. 남친인 네가 확신을 좀 주겠니? 살 안 쪘다는 말은 기본으로 깔고 말이 야.” , 이 정도쯤 되겠습니다.

 

장황하게 헛소리를 한 이유는, 그러니까 이런 거예요. 혹시 자매님이 가지고 있는 확신에 대한 고민이, 남자가 너무 자상 하다 못해 혹시 좀 미지근한 게 아닌가 싶어서 내 운명의 사람이 맞나 하는 의심이 들어서 답답하신 거라면, 이건 어떻게 확신을 가질 수 있을까?’에 대한 문제가 아니거든요. 그런 경우라면 그냥 저한테 남자친구의 전화번호를 알려주세요. 제가 전화해서 해결책을 알려드릴게요. “, 이 친구야! 당장 가서 여친을 껴안아주라고! 갈비뼈가 으스러지도록 말이야!”

 

하지만 정말 확신에 대한 고민이 문제라면, 이런 대답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사람이야!’ 하는 그런 건 없습니다. 그런건 남이 얘기해줄 수 있는 게 아니니까요. 하나님도 그런 확신을 주시지는 않습니다. 하나님이 직접 배우자를 정해준 호세아는 우리가 예상한 행복한 결혼생활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낙타에게 물을 주다가 이삭의 아내로 발탁된 리브가는 나중에 축복 승계를 위한 가족 암투의 중심에 서죠. 결국 이 사람이라는 확신이 있다고 해서 우리가 생각 하고 기대하는 행복한 관계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런 확신은, 결혼 후 저 남자가 홀라당 뒤집어 내놓은 양말이나 중간부터 짜놓은 치약을 보는 것만으로도 아침 안개처럼 빠르게 사라질 정도로, 별로 단단한 게 아니거든요.

 

 

사랑인지 아닌지 알게 되는 건, 오히려 작은 신호들을 알아채는 게 아닐까요? ‘어머, 저 사람 되게 자상하네. 남자들은 권위적이라는데 어머어머 저 사람, 날 존중해주는 것 같아. 나도 그렇게 생각했는데 신기하네? 오늘은 왠지 이걸 먹고 싶었는데 어떻게 알았지?’ ‘어머의 내용은 수도 없이 많을 거예요. 그런 어머들을 하나하나 생각해보다가 나도 모르게 슬며시 웃음이라도 짓고 있다면, 어머, 그건 바로 사랑 맞죠.

 

큰 확신보다는 작은 사랑을 소중히 여기고 쌓아가다 보면, 어느새 그 사람 없는 내 삶을 상상하기 어려울 수도 있을 거예요. 확신이란 건 그렇게, 지나고 보니 그렇더라하는 방식으로 우리 마음에 자리를 잡는 것 같아요. 전 어땠을까요?

 

전 제 아내가 웃겨서 좋았어요. 지금도 제 아내는 엄청 웃기 고, 같이 있으면 완전 재미있어서 이 사람이 맞는지는 생각할 겨를이 없어요. 결혼하고도 이 사람이 맞나 하는 생각이 들 때도 있었지만(, 아내 사랑해!) 하루하루 웃고 아끼며 살아가는 게 제게는 큰 행복입니다. 지금 자매님의 고민이 전혀 다른 방식으로 해결되기를,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봄바람처럼 찾아오는 사랑으로 행복하시길 빌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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