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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사람] 소리이음

좌충우돌 하 목사의 공동체 예찬론(2)_하창완

[소리가 만난 사람] 세상 속에서 빛과 소금이 되어 살아가는 학사와의 인터뷰



좌충우돌 하 목사의 공동체 예찬론(2) 









* '좌충우돌 하 목사의 공동체 예찬론(1)'에서 이어집니다.




대화의 자리에 함께한 세 사람. 왼쪽부터 문춘근(부산대83), 이시종(IVF학사회 총무), 하창완(부산대82).



이시종(이하 종) 정말 인생 굴곡이 심하셨네요. 친구로서 옆에서 지켜보시기에 어떠셨나요?

  


문춘근(이하 문) 이 친구는 자신의 신념이 옳다 생각하면 그냥 하는 스타일이에요. 그래서 더 좌충우돌 했던 거예요. 이런 과정을 통해 본래 가지고 있던 역량을 좀 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도록 개발하고 성숙할 수 있었죠. 육체적, 가정적, 사회적으로 고난을 많이 경험했기 때문에 튼실해요. 야생에서 자란 것 같은 느낌이죠. (웃음) 저와는 많이 다르지만 그렇기에 서로 배워요.  

  

하창완(이하 하) 캠퍼스 시절부터 저의 이런 모나고 좌충우돌하는 성격을 친구들이 옆에서 많이 지지해주었습니다.  



 현재 묵상을 중시하는 방식으로 목회를 하시는데 이런 목사님의 경험이 한몫을 한 것 같습니다. 


하 그렇죠. 한국에 큐티가 소개된 후 그 혜택을 누린 1세대의 끝 무렵이 저희라고 볼 수 있을 거예요. 당시 큐티는 하나님을 만나는 새로운 방법이었죠. 그런데 시간이 지나며 큐티가 익숙해지고 일상화되었어요. 저도 이 방식의 한계를 느꼈죠. 하나님을 더 깊이 만나고 싶은 목마름이 점점 더 커졌어요. 졸업 후에는 매일 부르짖는 기도를 할 수도 없고 시간을 많이 들여 PBS를 할 수도 없었죠. 그래서 더더욱 묵상을 어떻게 훈련하고 도울 것인가에 대해 고민을 했어요. 좀 늦긴 했지만 10여 년 전부터 침묵기도와 상상력을 사용해 하나님을 묵상하는 법을 배웠습니다. 바쁜 성도들의 일상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요. 문 목사와 짧은 침묵 캠프도 기획했었죠. 고민도 많이 하고 실험도 계속해보았지만 결국 성도들이 일상에서 영성생활을 안 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더라고요. 

  

올해 목회 10년째인데 큐티를 계속 강조하고 묵상도 하지만 잘 안 된다, 어떻게 할까, 여전히 고민이었어요. 그러다 리더 중 한 명이 부산에서 창원까지 출퇴근하는데, 운전하는 그 시간이 자신의 묵상시간이라는 거예요. 주로 기독교 방송을 통해 말씀과 찬양을 듣는데 그 시간에 저의 큐티 나눔을 듣고 싶다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덥석 시심을 가지고 큐티 나눔을 시작했죠. 핸드폰으로 녹음해서 팟캐스트에 올려요. 사람들이 큐티는 안 하고 여기에만 의존하는 건 아닌지 염려되긴 하지만 큐티를 계속 강조하면서 보완하려고 합니다. 어차피 안 하는 사람에겐 말씀 없이 하루를 보내는 것보다는 듣는 게 낫겠다고 여겨요. 사실 저 자신도 큐티를 배운 이후로 이렇게 열심히 한 적이 없는 것 같아요. (웃음) 

  

문 제가 옆에서 봐도 불가능에 도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웃음) 아이디어는 많지만 충동적이고, 한 가지를 지속하는 데 약한 점이 저와 비슷해요. 이번처럼 큐티 나눔을 계속 올리는 게 학생시절에는 전혀 볼 수 없던 모습이에요. (웃음) 국문학도여서인지 논리에 충실할 뿐 아니라 문학적 감수성도 있어요. 학생 때도 나눔에 운치가 있고 묵상에 깊이가 있었죠. 큐티하다가 잠깐 묵상했는데 두 시간이 지났다는 이야기를 해서 깜짝 놀라기도 했었죠. 

  

종 저도 들어보았는데 정말 좋더라고요. 우선 목소리가 좋으시고요, (웃음) 내용도 논리적이면서도 마음에 울림이 있고요. 주변에 추천도 많이 했습니다. 

  

하 두 사람 다 칭찬을 많이 해주시네요. (웃음)

  

종 요즘 굉장히 많은 학사들이 교회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습니다. 소위 가나안 성도도 많고요. 이런 학사들에게 조언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하 큰 숙제에요. 목회를 하는 입장에서 더욱 가슴 아픈 일입니다. 손봉호 목사님은 개신교가 가장 타락한 모습을 한국교회가 보이고 있다고 하시더군요. 작년 ‘미션얼 컨퍼런스’에서 이문식 목사님은 종교개혁이 일어나기 이전 200년 정도의 시간 동안 선각자들이 엄청난 노력을 했었고 모두 화형 당했다는 이야기도 하셨죠. 중세에서 근대로 넘어오던 당시, 교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했었는데요. 오늘날 교회의 타락 또한 시대의 큰 흐름이 바뀌는 걸 보여주는 징조일 수 있겠습니다. 이때 우리는 각자의 은사를 따라 가능한 다른 모델을 찾아 실험하고 시도해가야죠. 이를 위해서는 캠퍼스 시절에 공부했던 하나님나라에 대한 꿈을 가슴에 품고 매일 살아있는 하나님과 만남을 가져야 합니다. 말씀의 불이 우리 안에 있어야 시대를 볼 수 있는 눈을 놓치지 않게 돼요.

  

생애주기별로 주어지는 과제를 만날 때마다 우리는 힘들어요. 특히 이 시대가 개인에게 얼마나 엄청난 걸 요구합니까. 그 요구 앞에서 우리가 가진 꿈을 접을 때가 많은데 그러지 않기 위해서 공동체를 가꾸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IVF를 같이 경험했던 친구들이 삼삼오오 관계를 유지하고 삶을 나누고 공유하면서요. 학사회도 친구관계를 연결해주고 격려해주는 역할을 해주면 좋겠습니다. 꿈을 가지고 공동체를 구성하는 곳에 학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헌신하면 좋을 것 같아요. 

  

공동체로 살아가기 위해서는 나를 내어주고 깎이고 다듬어져야 하더라고요. 하나님나라를 머리로 아는 것과 실제로 살아내는 것은 다르거든요. 이런 과정을 공동체 안에서 겪을 때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캠퍼스 시절이나 졸업 후에도 이런 성품의 훈련은 평생 이어져야 하죠. 훈련받은 성품은 사회 속에서 어떤 일을 하더라도 기초가 되는 것 같아요. 요즘 상처 받은 젊은이가 많아요. 저도 가난한 집에서 자라면서 여러 아픔을 경험했어요. 그런데 그런 경험이 성숙의 길로 가게 한 가장 좋은 곳이 공동체였어요. 나를 드러내고 격려 받고 세움 받으면서 저는 성장했습니다. 이런 공동체를 꿈꾸길 포기하지 마세요.

 

종 마음을 나눌 공동체가 있는 학사와 없는 학사의 삶의 차이가 크더라고요. 어떻게 공동체성을 활성화시킬 수 있을지 우리에게 주어진 시대적 과제인 것 같습니다. 목사님은 여전히 IVF 생활을 계속하시는 느낌이 듭니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요?

 

 IVF를 통해 제 인생의 기초가 닦였다고 생각해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친구들도 만났고요. 그 기초 위에서 교사로도 살았고 목회자로서도 살 수 있었죠. 아내와 처음 만나려 했을 때, 교회에도 마음에 들었던 자매가 있었어요. 근데 제가 아내를 택한 것은 IVFer였기 때문이에요. 어떻게든 평생 IVF를 떠날 것 같진 않았거든요. 어떻게 보면 한국 기독교 안에서 IVF만한 자산을 가진 단체가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그게 IVF를 더욱 찾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일상에서 하나님나라를 살아갈 수 있도록 이야기하는 곳이 많지 않아요. 후배들도 자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지금은 IVF 학생 수가 줄어드는 시대이지만 두세 명이 모이더라도 소그룹 자체를 즐거워하고 한껏 누리길 바랍니다. 그래야 하나님나라가 어떻게 펼쳐지는지 확신도 생기는 것 같아요. 


종 앞으로 “문지하 모임”을 어떻게 일궈가고 싶으신가요?

  

문 어떻게 더 잘 놀까, 그게 고민이에요. (웃음) 우리가 한 달에 10만원씩 모아요. 적지 않은 금액이지만 놀기 위한 기금으로 모으죠. 그중 5만원은 단기적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5만원은 많이 모아서 쎄게(?) 놀려고요. (웃음) 이렇게 준비해 두었다가 손님을 접대하기도 하고 기념할 일이 생기거나 휴식이 필요할 때 과감하게 사용하죠. 개인적으로는 은퇴하기 전까지 지금 하고 있는 일과 사역을 열심히 하다가, 세 사람이 같이 우리 지역에서 무언가를 할 수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님이 어떻게 길을 여실지는 모르겠어요. 다른 친구들도 마찬가지겠지만 성경 말씀과 내 생각이 맞춰지도록 계속 고민하고 있죠. 답은 없지만 이 고민을 포기하지 않고 계속하는 것이 우리에게는 IVF를 계속하는 기분을 주는 것 같아요.  

 

 저도 그래요. 친구는 끊임없이 같이 놀고 재충전하는 관계죠. 그런 거 없이 일만 하면 친구가 아니고 힘들어요. 틈만 나면 모여서 놀 거예요. 또한 부산지역 개척 멤버인 우리의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신선한 모델이 되면 좋겠어요. 우리가 이 지역에서 어떻게 하나님나라의 그림을 후배들에게 보여줄 수 있을까, 우리의 우정뿐 아니라 IVF에서 훈련 받고 섬긴 일들을 목회자로서 어떻게 드러낼까 계속 고민합니다. 저보다는 다른 두 사람의 능력이 뛰어나요. 그래서 늙으면 우리 부부는 네 사람의 은덕을 입고 살아야 하지 않을까요. (웃음) 











  






종 두 분을 통해 공동체로 살아가는 게 얼마나 풍성한지 들을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문지하”의 우정이 앞으로도 견고하길, 그래서 수많은 후배들에게 귀감이 되어주길 바랍니다. 더불어 일상에서의 묵상을 고민하는 분들에게는 부드러운 목소리와 깊이 있는 내공으로 말씀을 풀어주는 하창완 학사님의 팟캐스트 <맑은물소리>를 강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