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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F/IVP

우리 모두 조금씩은 아프다 - 최유진

우리 모두 조금씩은 아프다

   

 


이젠 아프지 않아 

크리스틴 스테클리 지음 | 김경아 옮김 | 140*200 296면 | 13,000원 



작년 봄 영화 <비포 선라이즈> 3부작의 완결편인 <비포 미드나잇>이 개봉했을 때, 우물쭈물하다 놓칠 세라 서둘러 극장으로 달려갔다. 기차에서 만난 두 사람이 하룻밤 사이에 영원히 잊지 못할 인연을 맺는 <비포 선라이즈>,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지만 긴 그리움 끝에 결국 9년이 지나서야 조우하는 <비포선셋>. 세 번째 영화에서도 두 사람은 다시 예전처럼 헤어졌다가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만나게 되는 걸까? 살짝 가슴을 두근거리며 지켜보는데 남자 주인공인 제시가 공항에서 아들을 배웅하는 장면으로 영화가 시작되었다. 방학 동안 그리스로 와서 아빠 가족과 함께 지내다가 미국으로 돌아가는 참이란다.‘ 가만, 이게 어찌된 일이지? 아빠의 가족이라니… 저 애는 제시가 전작에서 끔찍하게 사랑한다 말하던 그 아들일 테지? 그럼 왜 서로 떨어져 지내는 거지?’ 

제시가 아들을 보낸 후 공항에서 나와 길가에 세워놓은 차에 올라타면서 궁금증이 풀린다. 평생 잊지 못하던 여자 셀린을 꼭 닮은 두 여자아이가 차에 곤히 잠들어 있다. 사랑하는 사람과 영원히 함께하려고 또 다른 사랑하는 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말한 아들에게 정작 상처를 입히고 만 제시. 회한 어린 표정을 짓는 그를 싣고 자동차는 굴러가기 시작한다. 




크리스틴 스테클리의「이젠 아프지 않아」는 이혼 가정 자녀들의 아픔과 극복을 다룬 책이다. 서평을 부탁하는 편집자의 말에 이혼 가정의 아픔을 몸소 겪지도 않은 사람이 무슨 자격으로 말을 덧붙일 수 있을까 싶었다. 직접 당해 본 일이 아니기에 누가 이혼했다는 말을 들으면 막연히‘힘들겠다, 딱하다’는 생각에 그쳤지 여태껏 함께 고민하고 끌어안을 문제로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이혼 가정 자녀들이 탁구공처럼 양쪽 부모 사이에서 왔다 갔다 하는 모습은 이제 더 이상 영화에서나 나오는 낯선 광경이 아니다. 미국에서는 두 쌍 중 한 쌍이 이혼을 하며, 한국의 이혼율도 놀랄 만큼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며 내가 아는 이혼 가정을 떠올려 보니 열 집이 넘는다. 가족, 친구, 교우들…. 저자가 책에서 묘사한 것처럼 가까운 사람들이 이토록 큰 어려움을 지니고 살고 있었건만 제대로 인식조차 못하고 있었다니 부끄럽기 그지없다. 이혼 가정의 자녀로 자라면서 겪은 고통과 슬픔을 혼자서만 간직하지 않고 바깥으로 끄집어내 독자들과 공유한 저자 덕분에, 그들의 슬픔과 고통은 모서리와 곡면을 갖추고 입체적으로 다가온다. 이혼 가정의 아픔은 이제 먼 나라 얘기가 아니라 바로 내 가족, 내 친구, 내 이웃의 아픔이요 공동체가 다 함께 극복해야 할 과제로 바싹 다가와 있다. 




 이 책에는 겉으로 보이는 현상 밑에 잠복해 있는 갈등과 슬픔, 혼란과 두려움까지 추적하여 그리스도를 따르는 이로서 어떻게 할 것인가 깊이 고민한 흔적들이 보인다. 주변에 태연한 얼굴로 아무렇지 않게 잘 지내는 듯 보이는 이혼 가정 자녀가 있는가. 씩씩하게 이겨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길 일이 아니다. 저자는 그들이 부모에게 상처를 줄까 봐, 주위에 걱정을 끼칠까 봐 위장을 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한다. 부모들이, 자기 자녀들이 어떻게든 잘 버틸 것이라고 자기암시를 하고 있는 사이 자녀들은 좌절과 절망에 사로잡혀 있을 수도 있다. 

 어떤 상황에 처하든 제일 먼저, 그리고 반드시 해야 할 일은 정확한 원인 파악과 신속한 대처다. 저자는 자신과 주변 사람들의 경험에서 끌어낸 어려움들을 대략 아홉 가지로 묶어서 다루고 각각의 해결책을 찾았다. 그것은 하나님의 속성과 성품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가능하다. 상실감과 우울함을 겪고 있는가. 하나님은 우리의 모든 슬픔을 헤아리시는 분이다. 부모의 배신과 변덕으로 사람을 신뢰하기 어려운가. 신실하시고 거짓말하지 않으시는 하나님이 계시다. 내 어머니 내 아버지는 나를 버릴지라도 하나님은 끝까지 나를 붙드신다. 때때로 비합리적이기까지 한 두려움에 발목 잡히는가. 고아의 아버지이신 하나님은 가장 좋은 선물인 성령님을 보내 주실 뿐더러 내 삶의 현실적인 것들을 몸소 채워 주시고 내 모든 길을 인도하신다. 나의 부모는 불완전하고 연약하고 죄 많은 존재다. 내가 결핍 속에서 나를 만족시키고 영원히 사랑해 주며 모든 것을 공급하는 완벽한 부모상을 꿈꾼다 해도 현실에서 완벽한 부모란 있을 수가 없다. 풍파를 만나 돛대가 꺾어진 것 같은 가족 구성원을 위로하고 다시 일으켜 세울 수 있는 방법은 오직 모든 것을 주관하시는 하나님을 붙드는 것 뿐임을 이 책은 역설한다. 




 저자는 말한다. 이혼 가정 자녀들은 일반 가정 자녀들과 세상을 보는 눈이 같지 않다고. 결혼 관계가 깨짐으로써 자녀들이 겪는 혼란은 말할 수 없이 크다. 이혼 가정 자녀들에게는 특별한 배려와 돌봄이 필요하다. 또한 정도 차이는 있지만, 이혼하지 않은 가정들도 많은 부분 망가지고 일그러져 있있기에 하나님 안에서 회복과 치유가 필요하다고 보는 게 정확하다. 완벽한 가정은 환상 속에서만 존재한다. 모든 가정은 불화, 질병, 장애, 가난, 중독, 무절제 등으로 크든 작든 깨어져 있다. 미성숙한 사람들끼리 만나 가정을 이루고 살아가니 증상은 다르지만 모두 다 조금씩은 아프다. 생전 처음 부모 노릇을 하게 된 초보 부모가 아이들에게 저지르는 잘못은 적지 않다. 부모는 아이들의 의식을 형성하는 데 크나큰 영향을 끼친다. 교육을 받고 사회생활을 하면서 부모의 영향에서 조금씩 벗어나기는 하지만, 어릴 적 부모에게서 배운 태도나 부모가 가진 세계관에서 자유로운 사람은 드물다. 






「이젠 아프지 않아」는 그러므로 이혼 가정의 자녀들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여러분께 권한다. 이제 크리스틴에게서 바통을 넘겨받아 같은 주제로 책을 써 보는 건 어떨까. 나는 내 삶에 대하여 어떤 말을 할 수 있을까. 이제껏 별 생각 없이 흘러온 내 삶은, 별 고민 없이 꾸려 온 내 가정은 하나님의 눈으로 보았을 때 어떠한가? 겉보기에만 반지르르하지 속은 멍들어 있는 사과 같은 모양새는 아니던가? 지금껏 부모님이 내게 주셨던 온갖 좋은 것과 나쁜 것은 하나님과 삶과 세상과 관계를 바라보는 내 시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가? 그것은 나의 현재를 어떻게 빚어 왔는가? 지금의 내 언행과 처신과 태도와 습관은 내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가? 나는 비록 불완전하지만 하나님이 계시기에 우리 가정에는 소망이 있다고 아이들에게 가르치고 있는가? 이 책은 결코 만만하지 않은 질문들 앞에 우리를, 나를 데려와서‘네 얼굴을 비춰 보라’고 말한다. 

 내 가정은 이혼과는 거리가 머니 이러한 질문들에서 자유롭다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설령 깨지고 망가진 관계 안에서 내가 고통을 당한다 해도 다시 회복시키시고 더 아름답게 만드사 또 다른 고통받는 이에게 나아가게 하시는 하나님은 오늘도 크리스틴의 진솔한 이야기를 사용하셔서 상처 입은 많은 영혼을 어루만지실 것이다. 



최유진 개성 강한 세 아이의 엄마이자 편집자. 일상에서 하나님의 일하심과 광휘를 발견하고 기뻐하는 사람으로 느리지만 꾸준히 자라가고 있다. 



이젠 아프지 않아

저자
크리스틴 스테클리 지음
출판사
IVP | 2013-12-23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나도 누군가를 신뢰하고 싶어요. 사랑을 믿고 싶어요.” 너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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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 BOOK NEWS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