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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적 복음주의자 짐 월리스 - 이원석

예언자적 복음주의자 짐 월리스 


짐 월리스는 신학적으로 복음주의적인 동시에 정치적으로 급진적인, 이른바 복음주의 좌파다. 공화당과 복음주의의 관계가 남달리 친밀하게 묶여 있고, 양당 정치가 주도하는 미국 상황에서 그는 지극히 희귀한 위치에있다. 그래서인지 그는 스스로를 가리켜 시대를 잘못 태어난 19세기 복음주의자라고 천명한다. 그의 머릿속에는 개인의 신앙과 사회의 개혁을 함께 추구했던 제2차 대각성 운동이 들어 있다. 인격적 회심과 노예 차별 철폐를 하나로 묶었던 찰스 피니를 생각해 보라. 그가 복음주의로 돌아서게 된 데에는 (작은 자에 대한 태도를 둘러싼 양과 염소의 심판을 다루는) 마태복음 25장을 통한 각성이 큰 몫을 차지했다. 



번역되지 않은 The Soul of Politics의 부제(Beyond Religious Right and Secular Left)가 드러내듯 그는 종교적 우파의 위선과 세속적 좌파의 편협(偏狹)을 넘어선다.「 하나님의정치」에서 말하듯 하나님은 공화당 라인도 아니고 민주당 라인도 아니다. 하나님이 우리 편인 것이 아니라, 우리가 하나님 편에 서야 한다! 그가 생각하기에 하나님은 가난한 자와 함께하시는 분이다. 짐 월리스는 빈곤 문제를 위시한 여러 사회 문제에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하지만 동시에 <소저너스>라는 잡지와 일련의 출판을 통해서 담론장에도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 특히「하나님의 정치」이후로 미국의 정가가 본격적으로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기 시작했다. 


온전한 복음을 외치는‘복음주의자’ 

짐 월리스는 이미 충분히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여론 선도자이며, 심지어 버락 오바마의 종교적 멘토 다섯 명(그중 셋이 흑인이다) 가운데 한 명이기도 하다. 이로 인해 우리는 그를 정치적으로만 이해하기 십상이다. 하지만 그는 사회적 운동가를 넘어선다. 짐 월리스를 바로 이해하려면 우선「회심」에서 출발할 필요가 있다.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책은「하나님의 정치」(청림출판)이지만, 그 직후에 바로 소개된「회심」이야말로 그의 복음주의자로서의 본령을 보여 주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그는 온전한 복음과 이에 따른 제자도를 보여 준다(부제가 Why Faith Is Always Personal but Never Private이다). 


짐 월리스는 복음주의의 핵심에 회심이 있고, 이것이 사회 정의의 합당한 전제가 된다고 믿고 있다. 이러한 믿음은「그리스도인이 세상을 바꾸는 7가지 방법」(The Great Awakening, 살림)이라는 책에서도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시대를 잘못 태어난 19세기 복음주의자인 그는 다시금 새로운 영적 대각성이 도래하기를 갈망하고 있다. 다시금 영적 갱신(부흥)의 새바람이 불어와 사회 변혁의 동력이 되기를 기대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는 정치, 경제, 사회 이슈들에 회피하지 않고, 종교적 맥락으로 검토하고자 한다. 우리의 믿음이 결코 사적인(private) 것이 아님을 다시 한 번 천명하고 있는 것이다. 





세상의 중심에서 복음을 외치는‘예언자’ 

짐 월리스가 다소 진보적인 종교 지도자에 불과하다고 착각해서는 안 된다. 청년의 시절에 이미 베트남 참전을 반대한 것을 시작으로 평생에 걸쳐서 헌신적으로 사회 문제에 개입해왔다. 특히 그런 의미에서 국내에 처음 소개된 저작인「하나님의 정치」를 주목하길 바란다.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성공한직후 출간된 이책은 어쩌면 오바마 당선에까지 영향을 미쳤다고 봐도 무방할것이다.“ 하나님은 공화당원도 민주당원도 아니다”라고 천명하면서 그러나 동시에 미국적 상황에서의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현실에 대한 비판과 더불어 대안의 모색을 제출한다. 수구화된 기독교(개독교)가 판을 치는 우리 현실에서도 유용한 책이다. 


이러한 사회적 개입이 짐 월리스의 신앙에 기초한다는 것이 다시금 강조되어야 한다. 이러한 측면에 비추어 보면, 그가 이십대 후반에 쓴「부러진 십자가」(Agenda for Biblical People, 아바서원)는 그의 시종여일한 모습을 잘 드러낸다. 세상을 향한 대안 사회로서의 교회 공동체를 제시하는 청년 짐 월리스는 이제 미국 사회의 중심에서 통전적 복음을 외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2008년 금융 위기의 진정한 본질을 들여다본「가치란 무엇인가」(Rediscovering Values: On Wall Street, Main Street, and Your Street) 또한 같이 살펴봐야 옳다. 이 책 6부에서 그는 공동선에 주목함으로써 시야를 넓힌다. 






공동선으로의 회심을 외치는 예언자적 복음주의자 

「하나님 편에 서라」(On God’s Side)는 바로 이 공동선(common good)에 대한 논의를 전면에 배치한다. 종교적·정치적·사회적 분열이 격화된 상황에서 이것은 생존이 걸린 것이다. 공공선은 최근 담론장의 중심 화두 가운데 하나다. 즉 짐 월리스는 개인의 회심과 사회적 변혁을 동시에 아우르는 것만큼이나 오래된 기독교의 복음과 최신의 정치철학 담론을 동시에 포괄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그는 이것을 마태복음 22장 등에서 말하는 이웃 사랑의 측면에서 이해하고 있다(흥미롭게도 그는 -선으로 악을 이기는- 나니아의 창조자 아슬란에게서 공공선의 모범을 발견한다). 그는 한 명의 기독교인으로서 이 논의에 동참하고 있는 것이다. 




공동선은“다른 사람과 우리 사이의 공통 기반”에 관련된 좀더 개방적인 접근 방법이다.짐 월리스는 심지어“공동선으로의 회심”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그의 진일보한 모습을 반영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겠다. 동시에 이런 그가 세속의 중심에 자리를 잡게 된 미국의 현실 또한 조금씩 진일보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다. 반면 한국의 교회와 사회는 어떠한가? 불통은 개독교 못지않게 현 수구 집단의 특징이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 책은 유사 기독교 왕국의 이상을 꿈꾸는 한국의 교회 현실에서 특별히 유용 

하다. 물론 그의 다른 모든 책들도 함께 읽고 나누시기를 바란다. 나아가 우리가 한국의 짐 월리스들이 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님 편에 서라

저자
짐 월리스 지음
출판사
IVP | 2014-01-28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오른쪽으로도 왼쪽으로도 가지 마라. 더 깊이 파고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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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원석 탈근대 사회 속에서 신음하며 살아가는 어쩔 수 없는 근대인으로 살고 있는 글쟁이. 최근 열광적으로 소개되어 온 자기 계발서를 총체적으로 평가해서 화제가 되고 있는「거대한 사기극」(북바이블),「 공부란 무엇인가?」(책담)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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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 BOOK NEWS 3/4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