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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기도는 우리 자신이다 - 천서진

우리의 기도는 우리 자신이다 - 천서진  

   

 

주기도와 하나님 나라 

예수님께 배우는 희망과 치유의 기도 

톰 라이트 지음|전의우 옮김|140*200 118면|8,000원 




주기도와 하나님 나라

저자
톰 라이트 지음
출판사
IVP | 2014-03-21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어떤 식으로 주기도문을 활용하든, 그 기도문을 활용하십시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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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에 출간된 톰 라이트의 주기도 책은 신구약성경을 아우르는 통전적 성경 이해, 1세기 정황에 대한 방대한 지식과

그것에 근거한 빛나는 통찰, 이 모든 것을 군더더기 없는 문장으로 120페이지 미만의 적은 페이지에 담았다는 점에서

다른 책들과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또한 무엇보다 주기도를 지금 우리의 삶과 철저하게 동여맨다는 점에서 깊은 공명

을 일으킨다.

 

이 서평은 날 것 그대로의 주기도의 가치와 중요성을 힘주어 말하는 저자의 의도에 충실하게 주기도의 흐름을 따라

그가 발견한 하나님 나라의 비전을 차근하게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둔다.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라이트는아버지가 친밀감이 아니라 혁명과 희망을 내포하는 단어라고 말한다.

이 혁명은 세상이치유되도록 세상의 아픔을 나누고 그 아픔을 짊어지는 메시아를 통해, 그 메시아의 백성을 통해 이루어진다.”

계속되는 그의 말을 주목하라.

진정한 기독교 영성은 세상의 아픔 가운데 서는 행위이며초림과 재림이라는 이중적 강림이 주는 긴장 속에서 사는 행위이며, 하나님을 아버지라 부르는 행위다.”

따라서 주기도의 첫 마디(우리 아버지), 그리스도인이 되면 누구나 할 수 있는 말인 반면에 온전한 기독교적 성숙에 이르러야 그 뜻을 이해하고 그에 공명하는 삶을 살 수 있기에출발점이 아니라 목표점이다.

 

 

아버지의 나라가 오게 하시며

라이트는 구약 예언자들의 환상을 주기도의 기초로, 그들의 예언을 예수님이 삶으로 보이신 하나님 나라의 메시지로

본다. 예수님이 선포하신 하나님 나라가 시간과 공간에서 실제로 일어나는 일에 관한 것이기에 정치나 현실과 무관하

지 않다는 라이트의 말은 우리에게 희망을 주지만, 우리는 동시에 제자들처럼의문도갖는다.‘ 하나님나라가여기있다면,

왜여전히불의가판을치고, 사람들은굶주리는가?’제자들은 이 질문을 회피하지 않고, 주기도를 계속 기도하면서 그 기도를 살았다. 그리고 이 기도는 지금 우리에게도 동일한 모습을 요구한다.

 



오늘 우리에게 일용할 양식을 주시고

원하는 게 있을 때만 기도하는 우리에게 라이트는양식을 구하는 기도의 위험은 너무 빨리 이 기도에 이르려고 한다고 경고한다. 그는 예수님이 각양각색의 사람과 어울려 먹고 마시는 행위의 중심에서,하나님이 자신의 백성을 위해 준비하신 큰 잔치라는, 하나님 나라를 드러내는 성경의 핵심 상징을 본다. 그래서 광야에서 만나와 메추라기로 배부른 이스라엘 자손들에게로,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대한 비전으로, 시편 23편의 고백으로, 이사야서를 비롯한 여러 예언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하나님 나라가

임하기를 구하는 기도는 우리의 바람이 제거되거나 사라지기를 구하는 기도가 아니라, 우리의 바람이 하나님의 방식으로 하나님의 때에 채워지기를 구하는 기도다. 그런 이유로 라이트는 일용할 양식을 구하는 기도를 하나님 나라를 구하는 전체 기도 안에 자리하게 하고, 바로 지금 절실히 필요한 구체적인것들에 눈을 돌리게 하시는 분의 의도에 주목한다. 그러나 또한 우리가 눈을 들어 자신의 필요 너머를 보아야 한다고 말하면서, 굶주린 자들을 위해 기도할 뿐 아니라 어떤 절실한 필요 때문에 절망하는 모든 사람과 함께기도할 것을 강조한다. 물론 이 기도가 진지한가 하는 문제는 우리가 그 사람들 곁에 몸소 나란히 설 준비가 되었는가의 문제로 바뀌기 때문에, 우리는 결국 이 기도에 너무 늦게 이르는 위험에 처한다.

 

우리 죄를 용서하여 주시고

라이트는 누가복음 15장의 돌아온 탕자를 향해달리는 아버지의 비유를 죄 용서와 연결하여 예수님이 이 기도를 가르치실 때 의도하신 바를 부각시킨다. 또한 이 이야기를 통해, 하나님의 용서를 받았기에 그 용서를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로 용서하지 않는 것은 새로운 도덕적 가르침에 따라 살지 못하는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새로운존재기반을부정하는셈이라는것이다“. 우리가우리에게잘못한사람을용서하여준것같이라는 구절도 하나님 나라의 핵심 축복인 죄 용서를 요구하는 모습이 이치에 맞으려면 우리 자신이 동일한 축복을 삶으로 실천해야 한다는 말로 이해하면서, 이것을 희년 명령과 연결하여, 주기도가 정의와 평화가 개인적실존적으로 임할 뿐 아니라 사회적경제적으로도 임하는 새로운 날의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음을 보여 준다.

 




악에서 구하소서

이 기도에서는 수태고지를 들은 마리아 이야기에 집중하면서, 이스라엘의 부르심을 억압과 고통이라는 큰 틀에서보았던예언자들의관점을따른다.“ 우리를시험에 빠지지 않게 하소서! 악에서 구하소서!”는 파괴하고 비인간화하며 창조세계를 거스르는 세력이 결박되고 재갈 물려지기를, 하나님의 선한 세상이 이들의 늪에서 벗어나기를 구하는 기도다. 그리고 이 기도를 드리는 것은 우리의 책임이다. 하지만 이런 기도는 안전거리 밖

에서할수없다는라이트의지적은행함이부재한기도를부끄럽게한다.“ 아픔의자리에가서예수님의이름으로 그 아픔을 함께 나누고 그 아픔을 겟세마네에서 우셨고 골고다에서 돌아가신 하나님 앞에서 기도하며 내어놓으라는 부름 앞에라고 답할 때에야, 비로소 이 기도를 할 수 있다.”

 

권능과 영광이

주기도 전체의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하는 이 송영을 라이트는 특히 교회에 적용한다. 라이트는 이 기도를 했다면 세상 제국의 권능과 영광에 잠자코 동의해서는 안 된다고, 하나님 나라로 세상 나라들을 뒤엎을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면 교회는 주기도로 기도하기를 포기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이 기도는 확신과 헌신의 기도이며, 복음서에도 예수님의 이름으로 기도할 때 일어나는 일에 관해 수많은 약속이 나온다. 물론예수님께 초점을 맞출 때 우리의 기도 내용은 미묘하게 달라진다.”주기도를 통해우리는 크든 작든 자신의 계획과 소망을 기꺼이 보류하고, 하나님이 그것들을 다시 빚으시게끔 한다.”

 




책을 읽는 내내기도의 내용이 믿음의 내용을 가리키고, 믿음의 내용이 기도의 내용을 규정한다’(lex orandi, lex credendi)는 경구가 떠올랐다. 그의 말처럼 주기도가 예수님이 어떤 분이셨는지 보게 하는렌즈와 같고 동일하게 우리의 기도도 우리가 누구인지 그대로 드러내기 때문이다.

아직 교회에 희망이 있다는 라이트의 말이 한국 교회에도 맞는 말이기를 바란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교회는 하나님 나라의 비전인 주기도를 회복하고, 그 기도대로 살아내야 할 것이다.

 

천서진 목회를 병행하며 ivp에서 오랫동안 문서운동과 편집을 해왔다. 현재는 성서유니온에서 불철주야 편집팀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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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VP BOOK NEWS 5/6월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