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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기독교>기획 - "사람들은 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가?"


사람들은 왜 직업을 가지려고 하는가?


송인규  <주간기독교> 『2007호』





직업과 관련한 이 질문은 너무나 진부해서 과연 이런 식의 제기가 필요한 것인가 하고 회의를 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지 않다. 별 것 아닌 것 같은 질문에 답을 구하다 보면, 일과 직업에 대해 통찰력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필자는 사람들이 직업을 갖고자 하는 이유를 네 가지 항목으로 정리해 보고자 한다. 



첫째, 경제적 이유 때문에 직업을 갖고자 한다. 사람들이 흔히 쓰는 표현을 빌리자면, “밥벌이를 위해” 혹은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직장을 구하고 일거리를 찾는다는 말이다. 사람이 어느 정도의 연령에 이르면 하나의 성인으로서 자기 책임을 다해야 하는데, 그 가운데 하나가 경제적인 것이다. 사람들은 직업 활동을 통해 정기적 급료 및 각종 수당의 혜택을 받고 이로써 기본 생계를 꾸려 나간다. 뿐만 아니라 부모 공양, 결혼 생활 유지, 자녀 양육 또한 직장 생활 때문에 가능하다. 


직업이 제공하는 경제적 유익은 현재의 삶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저축, 투자, 보험 등의 제도적 장치를 통해 미래와 연관된 경제적 안정의 기틀을 마련하고, 향후의 삶과 관련해 어느 정도의 계획 또한 수립하게 된다. 주택 부금의 적립, 자녀들의 학자금 준비, 사고와 질병에 대비한 의료비 마련, 은퇴 이후 혹은 노후의 생활 대책 강구 등이 가능한 것도, 바로 직장 생활을 통한 경제적 혜택 때문이다. 






둘째, 생활의 독립을 이루기 위해 직업을 원한다. 이 점은 처음 항목과 긴밀히 연관이 되는데, 주로 오늘날 젊은이들 사이에서 풍미하는 경향이다. 1980년대까지만 해도 젊은이들은 결혼을 하기 전에는 부모와 함께 생활하는 것이 상례였다. 그러나 새로운 세기를 맞으면서 그들은 가능하면 빨리 부모에게서 독립하고자 하는 추세로 바뀌었다. 부모들 역시 구태여 자녀들과 한 지붕 아래 살면서 불필요한 갈등을 겪고 싶어 하지 않게 되었다. 도시 생활에서 원룸이 그토록 극성을 부리는 것은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어느 정도의 경제적 수단과 기반이 준비되어 있지 않으면, 생활의 독립이란 그림의 떡일 수밖에 없었다. 바로 여기에 반가운 손님이 있었으니, 곧 직장을 갖는 일이었다. 직장만 구하면 경제적으로 독립할 수 있고 이로써 생활의 독립이 가능해지기 때문이었다. 





셋째, 오늘날 자기 정체감의 확립은 직업과 긴밀히 연관되어 있기 때문에 사람들은 직업을 갖기 원한다. 현대인은 직장인이다. 사람들은 처음 만나면 이름을 소개하고 곧 “무슨 일을 하십니까?”, “어느 직장에 근무하시나요?”, “어디서 일하십니까?”라고 묻는다. 이런 질문에 대해 상대방은 지체 없이 명함을 건네며, “전기 공사에서 이사로 있습니다.”, “소규모 자영업자입니다.”, “물류업에 종사하고 있습니다.”라고 답변한다. 이처럼 우리의 정체감sense of identity은 자신이 어떤 직업을 가지고 있는지에 의해 수립되고 유지된다. 이런 풍조의 사회에서는, 만일 어떤 이에게 직업이 없다면 그는 불행하게도 자기가 누군지 알릴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러기 때문에 사람들은 기를 쓰고 직업을 구하고, 그것도 번듯한 직장을 선호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정체감 확산은 여성들 -특히 젊은 여성들- 에게 있어서도 괄목할 만한 진전을 이루어 왔다. 직업 여성일수록 그렇지 않은 이들에 비해 자신의 정체가 뚜렷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이것은 분명 지난 세기 말 우리가 IMF 사태를 겪으며‘돈’, ‘부요’, ‘재테크’등으로 표출되는 배금주의拜金主義적 통과 의례 행위에 집단적으로 몰입해 왔기 때문일 것이다. 





넷째, 직업은 자기 실현의 구체적 현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기에 누구나 직업을 추구한다. 인간은 누구나 자신의 능력과 잠재력이 밝히 드러나고 자신의 기량과 재능이 사람들로부터 인정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다. 이것은 가정에서 시작하여 학교 생활 속에서 절실하게 표현되지만, 그 욕구의 꿈틀거림이 가장 현저히 발현되는 것은 역시 직장 생활이다. 경쟁과 목표 달성의 치열한 환경 가운데 한 개인의 능력, 끈기, 리더십, 충정심, 창의력, 비전 등이 확연히 드러나고, 이런 식의 반복되는 패턴을 통해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관록이 붙고 입지가 견고해지며 경영 마인드가 빛을 발휘하게 된다. 


이토록 야망과 포부, 경쟁 심리와 정복 욕구, 강한 동기 유발과 상향성에의 몸부림 등이 난무하는 곳이 직업의 현장이지만, 바로 이곳에서 승리해야만 진정한 만족과 행복을 맛볼 수 있다는 신념 때문에 직업과 그 경력은 현대인의 우상이 되고 있다. 따라서 직업과 직장 생활 없는 자기 실현은 망상에 불과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대체로 사람들은 이와 같은 네 가지 이유 때문에 직업을 갖고자 한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의 경우에는 어떠한가? 이에 대해서는 앞으로 몇 회에 걸쳐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출처: <주간 기독교> 기획 - 그리스도인의 일과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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