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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좋은 건 함께할 때 더 좋다!_송민규

좋은 건 함께할 때 더 좋다!



[소리]가 학사님들에게 한 발짝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일까. 고민 끝에 삶의 현장에 직접 찾아가기로 했습니다. 전국 방방곳곳에서 하나님나라를 위해 분투하고 계신 학사님들의 찾아 소개하기 위해 찾은 첫 방문지는 부산입니다. 자신이 부름 받은 부산지역에서 가치를 실현하고 있는 부산 ‘싸나이’들의 현장에 여러분을 모십니다. 


<체험, 삶의 현장> (1) 단순과격, 부산 IVF!_박주현 (2) 경명학교 이야기_김상윤 (3) IVF맨들이 일구어낸 ‘희민건설’ 이야기_김원식 (4) 좋은 건 함께할 때 더 좋다!_송민규 (5) 진로와 소명의 디딤돌이 되어주고파_김융동 (6) 18 카페 ‘그리고(Grigo)’의 여정_정홍원




활동학사로의 부르심


2009년 부산에 ‘독수리 5형제’가 나타났다. 5명의 활동학사로, 4명의 형제와 1명의 자매였지만 그냥 ‘독수리 5형제’라 불렀다. 각자 열심히 지부를 개척하면서 공동체에 뼈를 묻을 것 같았던 우리는 4호만 캠퍼스 간사로 남았다. 1호 형님은 한 학기 후 결혼을 준비하며 자기 자리를 찾아갔다. 3명의 형제는 캠퍼스 간사가 아닌 다른 부르심이 있었다. 지금은 웃으며 말한다. 그 부르심이 더 컸다고! 그들은 간사 공동체에서 자매를 만나 교제하고 지금은 가장이 되었다. 


아내는 사무간사였다. 처음에는 그냥 직장동료일 뿐이었다. 나는 2010년 여름부터 숨 막히는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직장생활은 시작하자마자 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게 했다. 페이스북을 통해 '쉼사모', 즉 쉼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란 걸 만들어 아내를 비롯한 다른 활동학사들과 종종 연락을 하며 지냈다. 그리하여 전 직장동료였던 그녀는 2011년에 여친으로, 2012년에는 아내가 되었다.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부부

  

하나님은 참 신기하다. 이렇게 다른 두 사람이 더불어 살 수 있게 창조하셨다. 아내와 나는 서로 너무 다르다. 아니, 대부분의 부부가 이렇게 서로 다를 것이다. 가장 큰 차이가 남성과 여성이라는 차이! 게다가 나이만큼 각자 제멋대로 살았다. 살아온 환경, 만난 사람, 경험, 보고 들은 것이 다른 두 사람이 결혼했는데, 만약 서로 비슷하다면 닮고자 하는 환상이 만들어낸 착각인지도 모르겠다. 우리 부부는 달라도 너무 달라, 숨은그림찾기 하듯 닮은 점을 찾아보곤 했다. 그러다 하나 발견하면 “우와, 우리 이거 많이 닮았다!”라고 환호하며 좋아했다. 

  

우리는 서로 무엇이 다를까 하여 간단히 적어보았다. 나는 공대생. 까칠하고, 책을 좋아하고, 이성이 강하고, 세심하고, 밥 먹을 땐 대화 없이 열심히 밥만 먹는다. 아내는 예대생. 부드럽고, 찬양을 좋아하고, 감성이 강하고, 요리 잘하고, 밥 먹을 땐 웃고 떠들며 먹는다. 어느날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아내가 물었다. "나한테 화난 거 있어요? 내가 뭐 잘못했어요?" 밥을 먹을 때 아무 말이 없어서 화가 난 줄 알았다며 눈치보다 체할 뻔 했다고 한다. 아내에게 말했다. "원래 밥 먹을 때 말이 없어. 어렸을 때 밥 먹으면서 말하면 엄마한테 혼났어." 지금은 어느 정도 중간 접점을 찾았다. 조용히 먹을 때도 있고 대화하며 먹을 때도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서로 닮아가고 있다. 특히 요즘 닮았다는 소리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여전히 다른 점이 더 많기에 우리는 아직도 맞추어가는 중이다. 아마 평생 이렇게 살아갈 것이다. 다른 점을 맞추어가는 일은 참 재미있다. 서로 다른 두 사람이 합하여 더 많은 것을 보고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어서 좋다.





길 위에 선 부부


여행을 갈 때 좋은 지도나 책이 있으면 훨씬 수월하다. 대중교통을 이용한 여행에 가장 큰 도움을 주는 것은 지도앱이다. 출발지와 목적지를 입력하면 버스와 지하철, 걷는 길까지 상세하게 설명해준다. 부부가 함께 가는 길은 한번도 가보지 않은 미지의 길을 탐험하는 것과 비슷하다. 마치 정글처럼, 한번의 실수가 우리를 위태롭게도 한다. 하지만 그래서 즐거움이 더 크기도 하다. 이런 부부의 인생 여정을 위해 학사회에서 최고의 모임을 만들었다. 


바로 “길 위에 선 부부”, 신혼부부를 위한 모임이다. 2013년에 시작했으니 이미 1년이 지났다. 기억의 흔적을 더듬어보니,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이 하나 있다. 사진 한 장이다. 그 사진에 남자를 나타내는 것으로는 on/off 스위치만이 있었고, 여자는 수많은 스위치와 볼륨 조절 장치 등이 빽빽하게 채워져 있었다. 남자는 단순하고 여자는 복잡하다는 것인데, 사진 한 장으로 그 자리에 참석한 우리 모두는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를 떠나 독립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부부싸움을 잘하기 위해 싸움의 기술이 필요하다는 점, QT 특히 개인묵상만이 아니라 부부가 질적인 시간을 가지는 게 필요하다는 것, 이런 것들을 배웠다. 선배의 중재 속에서 부부가 대화를 나누며 서로를 더 잘 이해하게 되었다. 실제로 그 모임에 참석했던 부부는 비록 3번의 모임이었지만 다들 관계가 더욱 좋아졌다. 



다양한 TGIM을 위해

  

부산지역에는 일상생활사역연구소에서 하고 있는 ‘TGIM’이 활발한 편이다. 책을 좋아하는 나는 직장인이 되고 어느 정도 생활이 자리를 잡은 후부터 거기에 참석했다. 바늘이 가는데 실이 안 갈 수 없다고, 아내도 함께 갔다. 연애할 때부터 지금까지 쭈욱~


주변 학사들에게 함께 하자고 권유하면 대부분 이렇게 반응한다. 가고 싶은데 시간이 안 맞네, 책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등, 이 정도의 반응에 그친다.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도 없이 그저 와서 수다 떨고 쉬었다 갈 수 있는 모임이 있으면 좋지 않을까? 책으로 이야기를 나누면 나름대로 좋은 점도 있지만, 그런 부담마저 없이 모여도 좋겠다 싶다. 





함께하니 좋다

  

아내와 나는 닭살 부부로 통한다. 우리 부부는 2014년 4월부터 함께 놀고 있는 중이다. 이 말은 아내와 24시간 붙어있었다는 말이다. 두 사람 모두 IVF 학사인 우리는 누구를 만나도, 어떤 모임을 가도 함께한다. 가끔, 아주 가끔, 혼자만의 시간을 가진다. 목욕탕에 갈 때, 상대 배우자의 흉을 보거나 비밀 이야기를 들어주려 친구를 만날 때 빼고는 말이다. 이렇게 오래 붙어 있었더니 사랑이 더 깊어간다. 


백수가 되자마자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서울, 파주, 대전, 대구를 다녔다. 여행의 테마는 ‘쉼, 만남’이었다. 파주에서는 슬로우 여행을 하며 쉼을 누리고, 서울, 대전, 대구에서는 지인들을 만났다. 낯선 곳에서 아는 사람을 만날 때 그 반가움은 갑절이 된다. 오랫동안 못 만나서인지 쌓아놓은 이야기가 태산 같다. 배웅하러 나왔다가 다시 카페에 자리를 잡기도 했다. 사람을 만나는 것이 최고의 쉼이고 기쁨이 된다. 


아내와 여행을 다니면서 학사 부부가 함께 여행을 하면 좋겠다는 말이 나왔다. “부부가 아이들을 떼어 놓고 여행 한번 가봅시다. 서로에게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져 봐요.” 부산학사회 대표간사인 박주현 간사님과 의논했다. 재미있을 것 같다는 반응이었다. 처음에는 10월25일에 가자고 했던 것이 11월 8일로 연기되었다가 결국은 무산되었다. 학사들 시간 맞추기가, 특히 아이들을 떼놓고 부부만 모이자니 시간 맞추기가 너무 어려웠다. 일단 한번 모이면 어떻게든 될 것 같기는 한데 그 한번이 쉽지 않았다.





학사모임을 꾸리는 것이 다 그런 것 같다. 연락하자니 사람이 너무 많고, 시간을 맞추자니 경조사에 교회 행사까지 끼어들면 그마저도 쉽지 않다. 이번에 안 되면 다음에 하고, 이 사람 안 되면 다른 사람 모으고, 그러다가 지쳐버린다. 하지만 계속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함께 할 수 있을까? 모임을 만들려고 하는 목적이 아니라 그저 함께하는 것이 좋아서 하는 것이라 가능한 것 같다. 사람들이 북적대는 것이 좋다. 얼굴 보며 수다 떠는 것이 그냥 좋다.




에니어그램을 통한 부부의 소통  

  

부부가 함께 떠나는 여행은 실패했지만 모임 내용을 살짝 바꾸어 보기로 했다. 아직 신혼이어서 경험이 부족하지만 24시간 붙어 있으면서 배운 것이 있다. 부부의 소통이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서로의 다름으로 인한 오해를 줄이기 위해 내 생각은 어떻고, 나는 어떨 때 상처 받는지 잘 이야기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알았다. 7개월 동안 24시간 붙어 있어보니 서로의 감정을 표현하고 절제하는 것, 상대방을 아끼고 소통하는 것을 서로 배우고 가르치고 있다. 


“그녀는 자기 부부가 서로를 소중한 보배로 여기며, 아마 딴 사람과 결혼했다면 둘 다 속깨나 썩였을 거라고 했다. 그 다음에 한 말이 지혜로 다가왔다. 그녀는 자기가 그냥 한 남자와 결혼했다고 말했다. 그냥 한 남자이기에 그는 그녀의 모든 문제를 없애 줄 게 아니었다. 그래서 그녀는 부담 없이 그를 만능 해결사가 아니라 한 남자로 정말 사랑할 수 있었다. 남편도 그녀를 그냥 한 여자로 보았기에 역시 부담 없이 정말 사랑할 수 있었다. 둘 다 상대방이 만사를 형통하게 해주지 않아도 되었다. 그들은 인생의 질곡 속에서 좋은 동반자가 된 것만으로 자족했다. 아름다워 보였다.” (도널드 밀러의 《천년 동안 백만 마일》, 219쪽)


나의 기대 속에 배우자의 그림을 그려놓고 기대하며, 그 기대가 채워지지 않을 때 화를 내고 자신의 기대에 사람을 맞추어 가는 것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좋은 동반자로 자족하는 것, 그것이 아름다운 부부인 것 같다. 교회 안 다니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요즘 좋은 가족을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 결혼하기 싫다고 말하는 친구도 본다. 우리가 좋은 부부로 살고, 좋은 가정을 만들면 그것이 세상에 보여줄 수 있는 그리스도인의 모습이 될 것도 같다. 


여행이 무산된 후 간사님이 에니어그램을 이용한 부부의 소통에 관해 의견을 제시하셨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우리의 연말은 에니어그램으로 채워갈 것 같다.



좋은 건 같이 하자

  

우리는 학생 때 자발성을 열심히 부르짖었다. 학사가 되었다고 이 자발성이 어디 갈까.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고, 우리는 모이고 싶으면 모이면 된다. 내가 좋아하는 것 있으면 일단 함께하면 된다. 그러다 보니 이곳저곳에 발을 너무 많이 담근 것 같기도 하다. 그래도 어쩔 수 없겠지. 마음이 맞는 사람과 같이 있으면 좋다. 재미있는 책, 영화, 노래를 접하면 여기저기 소개한다. 좋은 건 함께 하고 싶기 때문이다. 우리는 캠퍼스와 세상 속의 하나님나라 운동을 한다고 말한다. 비전, 삶의 의미 등, 어려운 말로 동기부여를 한다. 그것도 중요하다. 하지만 내게는 그것보다 앞서는 게 있다. 바로 이거다. “좋다! 좋으니까 같이 해보자. 좋은 건 함께 할 때 더 좋으니까!”





송민규│부경대01

부산에서 아내(주인영, 경성대04)와 함께 평신도 사역자로 살아가고 있다. 교회에서 중고등학생과 놀며 담당간사를 맡고 있으며, 아내는 성가대 지휘와 학생회 교사로 섬긴다. 잠시 직장을 쉬면서 재충전을 하고 부부의 끈끈한 애정을 쌓아 또 다시 사회로 나가기 위해 준비 중이다. 우리의 삶과 경험으로 후배들에게 도움을 주고 마음 편히 쉬었다 갈 수 있는 그루터기 같은 부부가 되길 소망한다.
























no.217=2014.12+2015.01

체험, 삶의 현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