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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빚’진 제자들] 빚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_김의수

[소리] 2017년 다섯 번째 소리- 1011월호에 실렸던 글입니다.

 

[진 제자들] 빚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기

 

김의수 경성대 87

돈 걱정 없는 우리집 지원센터센터장을 맡고 있다.




빚 권하는 사회의 현실


사례1) 신혼부부가 긴급한 재정상담이 필요하다며 사무실로 찾아왔다. 형제 급여가 300만원으로 적지 않은데도 매월 120만원씩 적자가 난다고 했다. 모아둔 돈도 다 까먹고 몇 개월 전부터는 리볼빙, 현금 서비스를 받아 생활비로 쓰고 있다. 3년 전 까지만 해도 맞벌이를 해서 소득이 550만원이었다. 그걸 믿고 전세자금 대출 1억을 받아 24평 아파트를 얻었고 중형 자동차도 48개월 할부로 구입했다. 아이를 낳고 외벌이가 되면서 모든 게 엉망이 되어 버렸다.

 

사례2) 2년 전 지방대학을 졸업하고 서울로 올라온 자매는 급여 260만원을 받는다. 그런데 매월 저축할 돈이 한 푼도 없다며 찾아왔다. 본인은 대출 이자와 월세 때문에 저축할 돈이 없다고 했지만 사실과는 달랐다. 학자금 대출 원리금 20만원에, 월세 50만원을 내고, 십일조와 후원금 30만원을 내고 나면 160만원이 남는데, 실제 이 돈을 다 쓰고 있는 것이다. 물론 자매는 본인이 어디에 이 돈을 다 쓰는지 알지 못한다. 모든 게 신용카드로 지출되고 260만원 소득에 월 저축액은 20만원이다.

 

사례3) 작년 12, 교회후배 자매가 울면서 전화를 했다. 아이를 데리고 하루 종일 전셋집을 알아보고 있는데 전세 값이 너무 올라 어떻게 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맞벌이를 하고 있지만 아이 양육비에 대출 원리금 내고나면 저축할 돈이 많지 않다. 거기다 2년 후 또 전세가격이 오를 텐데 이렇게 저축해서 오르는 전세가격을 따라 잡을 수가 없다며 너무 답답해서 전화를 했단다. 그냥 2억 이상을 대출 받더라도 집을 장만하고 싶다고 했다. 전세도 오르고 아파트 가격도 올라 대출을 받아서라도 집을 구입해 두면 2년마다 이런 고생을 하지 않아도 된다며.

 

신자유주의 경제, 빚 권하는 사회 - 우리의 잘못이 아니다

 

IVF에서 하나님나라를 꿈꾸며 졸업을 했지만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결코 쉽지 않다. 대부분의 학사들이 탐욕으로 가득해서 돈을 다 써버려 빚을 지는 게 아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3명 중 1명은 당장 직장을 구할 수 없다. 힘들게 직장을 구해도 얼마 되지 않는 급여로 학자금 대출도 갚아야 하고 결혼 준비도 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엄청난 전세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결혼하면 빚은 더 늘어나게 되고, 2년 뒤 전세자금 대출을 갚아야 할 때가 오면 전세자금이 수천만원씩 올라 있다. 어쩌다 우리는 이렇게 빚지고 사는 인생이 되었을까? 경제적 발전으로 만들어 놓은 문화적 풍요로움 속에 함정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미국이 선택한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그대로 반영하기 때문에 먼저 미국 상황을 이해하면 우리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위 표에 나타난 것처럼 신자유주의 이전은 한사람의 소득으로 내집마련, 자녀교육, 노후준비까지 가능했다. 하지만 1970년대 두 번의 오일쇼크가 오면서 세계경제가 어려워졌다. 미국과 영국의 경우 신자유주의 경제체제를 도입하면서 경제가 다시 살아났다. 하지만 생산성이 증가해도 중산층의 실질소득은 증가하지 않았고, 그로 인한 차이는 자연스럽게 맞벌이와 대출로 메우게 되었다. 미국 중산층의 삶이1980년 신자유주의 이후에 무너졌다면 대한민국은 그 시발점이 IMF였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GDP26,000달러인데(B) 기업총소득(A)은 경제성장지표보다 35%높다. 경제성장지표에 비해 가계총소득(C)18,600달러인데 대한민국 가구 평균소득(D)9,000달러이다. 3만불 시대가 무서운 건 3만불 시대에 맞추어서 자산가격이 오르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도 IMF를 벗어나면서 계속 경제성장을 했지만 빈익빈 부익부의 양극화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들이 빚을 내서 살 수 밖에 없는 경제구조가 만들어진 것이다. 한평생 죽어라 일해도 내집마련, 자녀교육, 노후준비 등 인간으로서 가장 기본적인 생활 자체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여기에다 내 소득과 상관없이 GDP 3만불 시대에 부응하는 문화생활을 누리고 싶은 욕구가 우리에게 있다. 이러니 주님이 주시는 소득에 자족하지 못하고 빚을 내어 소비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빚 권하는 사회에서 어떻게 빚 없이 살아 갈 수 있을까? 앞에서 언급한 사례들처럼 다양한 환경에서 빚 문제로 힘들어 하는 학사들의 이야기를 통해 어떻게 빚 권하는 사회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지 함께 고민해 보자.

 

주님이 허락한 재정 상황에 맞추어 산다


사례1의 경우 재무상담을 통해 이들 부부가 빚으로부터 탈출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24평 아파트에서 나와서 방 2칸의 빌라로 이사 가는 것이다. 다들 이 방법이 최선이라고 생각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 좋은 집에서 살고 싶은 욕구가 빚으로부터 고통당하는 것보다 더 크기 때문이다. 하지만 크리스천은 이 땅에서 이방인들이 구하는 것과 다른 것을 구해야 한다. 사례1 가정의 경우 전세금이 없는 것이 아니다. 이미 2억이라는 큰돈이 준비되었지만 2억에 맞는 집을 알아보지 않고 1억을 대출받았다. 문제는 자매가 아이와 3년 이상을 보내는 것이 비전이라고 생각했기에 외벌이 소득으로 1억의 대출을 감당할 수 없는 것이다. 만약 맞벌이를 계속해서 전세자금 대출 1억을 상환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이 되면 문제가 없지만 외벌이 300만원으로는 불가능하다.

 

결국 몇 개월 후 이 부부는 24평 아파트를 나와 21평 빌라로 이사를 갔다. 준비된 금액에 맞는 집을선택해서 이사했다. 전보다 좁아진 집에서 살아야하는 게 처음엔 힘들었지만, 대출 없이 살 수 있었다. 이사를 하면서 빚지지 않겠다는 각오와 함께 신용카드도 없애고 체크카드를 사용하면서 생활비도 많이 줄였다. 소득 300만원으로도 월 돈이 부족했는데 이사 후에는 월 80만원을 저축할 수 있게 되었다. 이 중 50만원으로는 2년 후 전세자금 상승을 위해 적금을 들었다. 또한 2년 후 자매가 다시 일하게 되면 저축여력이 좋아져 몇 년 후에는 더 좋은 집으로 이사를 갈 수 있다.


사례1 가정의 경우, 결국 주님이 허락한 재정 상황에 맞추어 전세를 구하고 외벌이 소득에 맞추어 계획을 세우고 소비했다면 카드 리볼빙에 현금서비스까지 받아가며 살지 않아도 되었다. 하지만 전세자금 대출은 누구나 있는 것이니 빚내서 살아라”, “맞벌이 소득 550만원이나 되는데 중형 자동차 할부 정도는 할 수 있는 것 아니냐하는 메시지가 들려온다. 하나님나라를 꿈꾸는 우리들조차 빚 권하는 사회의 조류에 휩쓸려가고 있다. 빚에 대한 경각심이 필요한 시대이다. 빚 권하는 시대를 거슬러 살아가는 방법은 빚내는 것을 두려워하고 주님이 허락한 범위 내에서 자족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나의 재정에 희년을 선포한다 - 돈 관리도 훈련이 필요하다

 

하나님이 많든 적든 매월 우리에게 급여를 주시지만 우리는 그 급여 안에서 생활하지 못하고 빚지고 산다. 물론 여기에 학자금 대출, 전제자금 대출, 내집 마련 대출은 예외로 불 수 있다. 하지만 오늘 내가먹는 밥, 커피, 마트에서 구입하는 물품 등 이런 소비는 신용을 사용해서 구입하면 안 된다. 결국 크리스천은 주어진 소득 안에서 빚지지 않고 소비하는 훈련이 필요하다. 신용카드를 쓰지 말고 체크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례2 자매는 우선 밀린 신용카드 대금부터 상환하기로 했다. 기존의 예·적금을 모두 해약해서 신용카드 빚부터 갚았고, 이후 다시 예산을 세웠다. 학자금 대출 20만원, 십일조 및 후원금 30만원, 월세 50만원, 보험료 5만원, 청약저축 5만원 등, 고정지출 110만원을 제외하고 본인의 용돈 체크카드에 매월 50만원을 넣어 활동경비로 사용하면서 월 100만원을 저축했다. 빨리 목돈을 모아서 전세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자매가 구입하고 싶은 전자제품은 1년 후 적금이 만기되면 그 안에서 구매하기로 했다. 이전에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면서 필요할 때마다 할부로 구입했을 것이다. 사람 마음은 똑같은데 빚내서 구입할 수 없는 시스템(체크카드, 현금)을 만들어놓아야 통제가 가능하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 살기에 학자금 대출이나 전세자금 대출은 어쩔 수 없이 일어난다고 해도, 오늘 소비하는 것들은 빚지지 않고 현금(체크카드)을 써야만 한다. 이 글을 읽고 있는 학사들도 본인들의 지출 패턴을 확인하고, 할 수만 있다면 신용카드보다는 체크카드를 사용하길 권유한다. 나의 재정에 희년을 선포하고 빚 권하는 사회에서 주님이 허락한 현금을 쓰는 학사들이 되자.

 

때를 기다리고 준비하자

 

사례3 이야기는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추운 겨울에 휴가를 내고 아이와 함께 하루 종일 이곳저곳 전셋집을 알아보러 다니면서 얼마나 힘들고 서러웠을까? 사례3의 자매 부부와 상담을 하면서 자매가 많이 울었다. 나는 뭐라 할 이야기가 없었다. 이럴줄 알았으면 남들처럼 전세를 끼고 갭 투자를 하지 않은 게 후회가 된다고 했다. 사실 4억 아파트에 전세를 끼고 대출을 좀 받으면 본인 자본 없이도 내집 마련이 가능했다. 박근혜 정부는 마지막 2~3년 동안 대부분의 부동산 규제를 다 풀고 기준금리까지 1.25%까지 내렸기 때문에 전국 아파트 가격이 다 올랐다. 하지만 현장에서 재무상담 15년을 하다 보면, 부동산으로 돈 벌었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무리한 대출로 가정이 파탄에 이르게 되고 빚으로 고통 받는 가정도 많다.

 

자고 나면 수천만원씩 올라있는 부동산 가격을 보면 내집 마련이 요원할 것 같지만 결국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때를 기다리고 할 수 있는 만큼 준비하는 것이다. 사례3의 자매는 올 가을 국민임대 청약이 되어 23평 아파트로 들어간다. 주위에서는 아이 두 명이라 더 큰 평수를 이야기했지만 부부가 준비된 돈과 감당할 수 있는 대출 안에서 23평을 선택했다. 자매의 울음소리를 주님이 들어주셨는지 모르겠지만 때를 따라 돕는 주님의 손길을 기대하며 기도하자. 그래도 주어지지 않으면 때를 기다리고 자족하며 살 수 있도록 하나님의 은혜를 바라보자.

 

세상을 거슬러 살아가는 학사들을 기대하며

 

잠시 우리 가정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 우리 부부는 87학번, 90학번으로 학부 때 IVF에서 만나 결혼했다. 하지만 행복한 신혼을 보내야 할 때 큰딸 희은이가 중증장애를 가지고 태어났고 곧이어 아버지 회사가 부도났다. 결혼하며 장만한 아파트는 경매로 넘어가게 되었고 우리는 거리로 쫓겨났다. 1998, 2천만원을 들고 서울로 올라와, 당시 김서택 목사님이 계시던 제자들교회 공동체에서 생활했다. 아버지의 부도로 인해 나는 10억이 넘는 빚보증으로 파산에 이르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교회 청년부 간사와 전단지 및 신문 돌리기가 전부였다. 당시 교회 간사의 사례비로 40만원, 전단지를 돌려 40만원으로 총 80만원을 벌었다. 우리 가정은 80만원으로 한 달을 살았다.

 

그러나 당시 우리는 신용카드를 쓰지 않았기 때문에 빚지지 않고 살 수 있었다. 몇 년 후, 하나님이 컴퓨터 강사로 인도하셨고 내 급여는 150만원 정도가 되었다. 150만원을 벌어오면 아내는 100만원을 쓰고 월 50만원은 저축을 했다. 2년 후 1,000만원을 모았다. 전세 값은 3천만원이 올라, 우리는 또 돈에 맞추어서 이사를 갔다. 이사 간 집은 3층 빌라였다. 너무 작아 가족이 함께 잘 수가 없어서 작은 방 두칸에 나누어서 잤다. 이사를 갈수록 집은 좁아졌지만 아버지 회사의 보증으로 인한 빚 외에는 빚을 만들지 않았다. 전세자금 대출도 없었고 소비로 인한 신용카드 빚도 없었다. 전세금이 계속 올라 2년 후에는 방 한 칸짜리로 이사를 갔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곳에서도 예배를 드리고 선교모임을 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냈다. 여러 가지 불편함이 있었지만 그 불편함이 우리 가정의 평안과 행복을 깨뜨리지 못했다. 빚지지 않고 살았을 때 우리 삶에는 자유함이 있었다. 이 광야의 시기를 지나면서 깨달은 것이 있다. “돈이 없으면 죽을 것이다! 한국에서는 돈이 없으면 살 수가 없다!”라는 메시지가 거짓임을 깨달았다. 우리는 결코 죽지 않는다. 하나님의 자녀들은 돈이 없는 것으로 비참해지지 않는다. 돈의 문제는 현실이지만 실제 이 현실을 지배하는 것은 우리들의 생각과 세계관이다. IVF 학부 때 배운 것이다. 물론 현실에 모두 적용하긴 어렵지만 믿음을 사용하여 하나님나라를 기억하고 살아야 한다. 빚 권하는 사회에서 우리 IVF 학사들은 하나님나라를 생각하며, 세상을 거슬러 살아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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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0월 넷째주 IVF학사회 블로그(소리지) 업데이트 계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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