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소리 Sori/[기획] 소리정음

정보 공개를 통한 하나님나라의 회복을 꿈꾸며_노동욱



예수님은 그분을 따르는 자들을 소금이요 빛이라고 하셨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 구석구석에 소금과 빛이 된 교회의 손길이 머물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개신교의 이미지는 끝도 알 수 없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기독교의 공공성 회복, 그리스도인의 사회적 책임은 저 멀리에 있는 그 무엇이 아닙니다. 우리의 일상, 우리의 삶 가까이에서 펼쳐내어야 하는 가치입니다. 내가 아닌 특별한 누군가가 추구하고 노력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죠.


주위를 둘러보시겠어요? 나는 이땅에서 그리스도인으로서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요?


광장 속의 기독교



정보 공개를 통한 하나님나라의 회복을 꿈꾸며




안녕하세요?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 사무국장 노동욱입니다. 저는 2014년 겨울수련회를 끝으로 간사를 사임하고 지금은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사임한 후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제 자신을 학사라고 소개하기가 아직은 어색하네요.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는 2015년 1월에 설립한 비영리 민간단체입니다. 직함이 사무국장이긴 하지만 지금은 상근자가 저밖에 없어서 혼자 다방면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사무실 관리나 회계 업무 등, 주로 혼자 컴퓨터 앞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간사로서 캠퍼스를 누비며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가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있으려니 좀이 쑤셔 죽을 맛입니다. 언제쯤 사무실에서의 일상이 적응될까요. 

‘정보공개센터’라고 소개를 하면 다들 낯설어 합니다. “정보공개? 그게 뭐야?” 대부분 IT 관련한 일을 떠올리거나 아예 감도 못 잡고 재차 되묻기 일쑤입니다. 저조차도 지난 30여 년 동안 몰랐고 누구에게나 생소한 명칭입니다. 간사 5년차 때, 다음 진로를 위해 고민하며 기도했습니다. 아무리 기도해 봐도 목회와 장기 간사로의 부르심은 없었습니다. 물론 저는 하나님나라 운동의 소명을 가지고 이 땅에서 살아가는데, 한국개신교의 비관적인 상황을 볼 때 전임 사역자로 이 상황을 뚫고 가기란 더 이상 힘들 것이라는 판단을 했습니다. 그래서 평신도로 복음적 삶을 구현하며 살아가는 것이 소명이라 확신하며 6년의 간사 임기를 마친 후에 사임을 결정했습니다. 

사임을 하고 나면 뭘 해야 할까 고민하면서 여기 저기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기도 하고 취업포털사이트에 등록도 했습니다. 흔하디흔한 컴퓨터 활용능력 자격증을 따기로 하고 토익도 준비하였습니다. 사람을 많이 상대해서 그런지 취업포털 사이트에서는 주로 보험회사에서 연락이 오더군요. 아내도 “당신은 영업을 굉장히 잘 할 것 같다”며 은근히 기대하는 눈치였습니다.



하지만 이상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지만 저는 저녁이 있는 삶, 주말이 보장되는 직장을 구하고 싶었습니다. 지역 주민으로 공동체적 삶을 공유하고 나누려면 최소한의 시간이 보장되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런지 취업하기가 쉽지 않더군요. 대구에서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직장을 구하기란 그것도 저녁과 주말의 시간을 보장받는 직장을 찾기란 하늘의 별 따기였습니다. 

취업에 대한 고민과 압박이 더해가던 중, '성서한국'의 지역대회인 ‘2014년 성서대구 대회’의 진행국 스텝으로 섬길 기회가 있었습니다. 2010년, 신앙과 정치 모두 심하게 보수화된 대구에서 총체적 복음으로 복음전도와 사회 선교의 책임을 감당하고자 시작된 성서대구운동은 하나님나라 운동을 지향하는 점에서 IVF운동과 여러모로 교집합이 많았습니다. 그래서 2010년부터 대구 IVF 간사와 학사, 학생들이 주도적으로 이 대회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어쩌다 보니 성서대구의 집행위원으로도 활동하게 되었습니다. 성서대구를 통해 인권운동을 오랫동안 해 오신 대표님을 알게 되었고 그 대표님과 교제하는 가운데 지금의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의 간사로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받았습니다. 전혀 생각하지 않았던 일이고 처음 듣는 일이라 적잖게 당황했습니다. 단체가 설립되지도 않은 상태였고 뭘 해야 할지 잘 몰랐기 때문에 두려움도 컸습니다. 

그러면서 주도적으로 단체를 설립하려고 하시는 분을 만나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분은 공공기관의 노조위원장으로서 오랫동안 공공기관의 비리를 척결하고자 싸워 오신 분입니다. 90년대 후반, 정부의 막대한 공적자금이 지역 공공기관에 투입될 때 그곳에서 비리를 목격하고 그때부터 싸우기 시작하여 지금까지 사회 정의에 대한 소명과 열정으로 사셨습니다. 그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그리스도인은 무엇을 위해 살아가는가? 우리는 무엇을 하고 있는가?’라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행동하지 않는 그리스도인, 교회 안에 갇힌 그리스도인, 아무런 영향력 없는 교회와 그리스도인을 생각할 때 부끄럽기 그지없었습니다. 그분과 이야기를 나눈 후 2014년 4월 16일 이후 멈춰버린 우리나라의 현실이 떠오르며 하나님나라의 정의와 공의에 대한 깊은 목마름과 열정이 끓어올랐습니다. 그 때 이 일을 해야겠다고 결정했습니다. 

저를 시민활동가로 사람들에게 소개하기도 하지만 저는 사회선교사로 부름을 받았다고 생각합니다. 몽골에 선교사로 떠날 때 가졌던 그 부르심이 여전히 내가 발 딛고 선 이 땅에서 유효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믿는 자들에게는 ‘사회선교사’라고 소개합니다. 


'대구경북정보공개센터'는 2015년 1월 17일에 설립되었습니다. 비영리 민간단체로 공공기관에서 생산된 정보를 확보하고 분석해서 시민들에게 공개하여 정확한 정보가 평등하게 공유되도록 합니다. ‘정보공개법’이 있습니다. 이 법은 공공기관이 생산한 모든 정보를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홈페이지 등을 통해 공개하라는 법입니다. 현(現)정권의 ‘정부3.0’ 운동이 이 법에 근거합니다. 1998년부터 시행된 이 법은, 시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자는 법입니다. 시민의 알 권리가 보장받을 때 민주주의는 발전합니다. 정보공개운동은 시민의 알 권리를 신장하고 행정의 투명성과 책임성을 높이기 때문에 민주주의를 발전시키는 것입니다. 공공기관의 정보에 대부분의 시민들은 접근하기 어렵고 민감한 정보는 공개하기를 꺼려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그래서 저희 센터는 정보공개청구를 통하여 정보를 확보합니다. 정보공개청구는 시민 누구나 할 수 있으며 국내에 체류 중인 외국인들도 할 수 있습니다. 

이미 서울에서 ‘투명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도 2008년부터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희 센터는 서울, 경남에 이어 3번째로 세워진 것이죠. 서울이 중앙부처와 서울 중심으로 활동한다면 저희는 주로 대구와 경북의 공공기관을 상대로 정보공개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이 일을 하면서 제일 어려웠던 부분은 ‘무지’입니다. 관련된 법률과 평소에 관심 두지 않았던 공공기관의 여러 정책 등을 공부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보공개청구라는 부분도 생소한데다가 전문성까지 갖추기 위해 발버둥치고 있는데 쉽지 않습니다. 

5개월 정도 정보공개청구를 했는데 벌써 400여 건이 넘었습니다. 제법 많은 양이죠. 그래서 그런지 대구 공공기관 종사자들에게 ‘또라이(?)’란 별명도 얻었습니다. 사실 공공기관 담당자들은 정보공개청구가 들어오면 열흘 안에 청구자에게 통지를 해야 되기 때문에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다고 합니다. 미안한 일이지요. 그러나 한편으로는 법에 보장된 정보공개와 기록물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입니다. 이전에 힐러리 클린턴 전 미국 국무장관이 개인 이메일 사용해 논란이 된 적이 있었습니다. 미국에서는 공무로 주고받은 이메일 또한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는데, 우리나라의 정보공개가 많이 좋아졌다고는 하나 아직 보완해야 할 것이 많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경찰관 고령화 현상’, ‘대구 수성구의 학원 밀집화’, ‘출산지원금 지원 현황’ 등을 분석하여 홈페이지에 올려 시민들에게 알렸습니다. 몇몇 분석 자료는 언론에 노출되기도 했습니다. 난생 처음 라디오 인터뷰를 하기도 했고요. 이 모든 과정들은 시민들을 위한 정책(공공 정책)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곧 좀 더 살기 좋은 세상으로 이어지리라는 믿음이 있습니다. 


복음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기 위해서는 결국 복음을 소유한 자가 공익적인 삶을 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것은, 믿지 않는 자들 중에 오히려 사회정의를 위해, 공공의 선을 위해 노력하는 자들이 훨씬 더 많고 오래전부터 이 일에 헌신해 왔다는 점입니다.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과 마을기업, 비영리 시민단체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선을 도모하고 공존하는 것을 오래전부터 고민하며 실행해 왔다는 것이죠. 저는 요즘 아직 신앙이 없는 사람들과 일하면서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경험합니다. 소외된 자들을 향한 사랑과 아모스의 외침, 그리스도의 십자가가 이들을 통해서 드러나고 있습니다. 절망적인 시대적 상황에서도 희망을 잃지 않는 이유가 그리스도의 부활과 하나님나라의 현현이 이 땅 가운데서도 미력하나마 펼쳐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유가족 중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습니다. “제발 아이들을 정치에 관심을 가지는 아이로 키워 달라.” 저는 이 말이 그리스도인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굉장히 크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에의 무관심은 시민의 권리를 버리는 것이고, 민주주의 후퇴를 가져오며, 결국 공공의 선과 이익을 소수의 선과 이익으로 바꾸어 버립니다. 소수의 사람들을 권력화하고 비리를 양산하게 만듭니다. 한국개신교는 너무나 오랫동안 개인구원만을 강조해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을 방치했습니다. 복음이 모든 믿는 자들과 믿지 않는 자들에게 복이 되기 위해 공공의 이익을 도모하도록 그리스도인들이 먼저 정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런 면에서 저는 정보를 이용하려고 합니다. 공공기관과 사회복지 법인, 대학교의 정보공개 운동을 통해 투명하고 책임감 있는 사회로 만들어 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아이가 자주 이용하는 놀이터의 안전관리 상태와 보험가입 유무라든가, 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구청장님과 국회의원이 얼마나 의정활동에 열심인지,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교통약자이동수단 대책이 잘 마련되어 있는지 등, 이런 정보들을 모으고 분석하여 ‘함께 더불어 사는 세상’, 하나님나라의 회복을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내 삶의 주변, 곳곳에서 생기는 여러 의문들에 대해서 정보공개라는 것을 통해 누구나 답을 얻을 수 있습니다. 혼자 해결이 안 된다면 저희 단체를 통해서 얻을 수 있습니다. 연락주세요. 이제 첫걸음을 뗀 초보학사이자 이 운동에 이제 막 뛰어든 초짜이지만, 앞으로 전문성을 갖춘 전문가가 될 수 있도록 열심히 노력하겠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시고 기도해 주세요. 



노동욱대구대97
일삶교회를 지향하는 날라리 집사. 이메일 freeinforkorea@gmail.com